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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판결은 그동안 고이즈미 수상이 ‘내각총리 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 자격으로 참배’한 것이 직무행위에 해당하는 공적 참배임이 다시 한번 입증되었고, 정교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국 헌법 20조 3항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이로서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고이즈미 수상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1985년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수상은 전후 최초로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참배했고, 오사카와 큐슈지역에 살고 있던 기독교, 불교신자, 그리고 전몰자의 유족들로부터 일본국 헌법에 위배된다며 제소당했다. 이에 대한 고등재판소 판결은 무려 7년이나 끌었고 결국 나카소네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참배가 위헌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우회적으로 판결한 바 있다. 일련의 소송으로 인하여 나카소네 수상은 다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수 없었다. 고이즈미 현 수상은 아시아 각 국으로부터 어떤 비난이 있더라도 당당하게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참배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걸었고, 결국 수상이 된 후 이를 실천에 옮겼다. 일본의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종교계, 그리고 야스쿠니 신사에 무단으로 합사되어 있는 한국의 유족들과 대만인들은 공동의 원고단을 구성하여 동경, 치바, 오사카, 마츠야마, 큐슈, 오키나와에서 연이어 소송을 제소했다. 고이즈미 수상은 자신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아시아지역 피해자들과 일본의 종교인들로부터 제소당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고들을 지칭하여 ‘이상한 사람들’이라며, 그가 자랑하는 스타일까지 구겨가며 망발을 일삼아 또다시 명예훼손으로 제소되기도 했다. 이번의 소송은 고이즈미 수상 뿐만 아니라 수상의 공식참배를 받아들이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도 피고로 지목해서 제기되었고, 일본 우익들은 ‘야스쿠니 응원단’을 구성하여 방청석을 선점하기 위해 원고측 지원단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또한 재판이 열리는 날에는 법원 주변을 경찰들이 에워싸고, 법정 출입구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금속탐지기까지 동원되었다. 소송을 담당했던 원고측 변호단과 재판지원단체는 일본 우익들로부터 갖은 협박과 위협을 받는 등 신변의 위험을 감수하며 고이즈미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재판에 참가한 한국의 유족들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적지에서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고이즈미 수상의 행동을 준엄하게 꾸짖었으며, 고이즈미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일 양국간의 국민감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음을 주장했다. 또한 중국은 아예 야스쿠니신사를 계속 참배할 거면 임기중 중국땅을 밟을 수 없다는 초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번의 판결로 고이즈미 수상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그동안 공언해 왔듯이 올해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야 할지, 참배를 철회하고 헌법준수를 선언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가 진정 현명한 일본의 지도자라면, 자신보다 일본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이제라도 그동안의 공식참배에 대해 공식사죄하고 다시 참배하는 일이 없을 것임을 선언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일본은 대단히 위험한 인물을 지도자로 두고 있는 불쌍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다음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에서 이번 위헌판결과 관련해 발표한 성명서다. 후쿠오카지재 판결에서 보여준 일본의 양심에 경의를 표하며 – 고이즈미 수상은 정교분리를 규정한 평화헌법을 준수하라 – 고이즈미수상의 야스쿠니신사 공식참배가 위헌이라는 후쿠오카지방재판소의 판결에 대하여 한국의 원고들과 피해자 단체는 담당 판사의 양심과 고뇌어린 결단에 경의를 표하며, 온갖 역경을 감내해가며 평화헌법의 정신을 지키려 노력해 온 일본의 변호단과 재판지원회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일본의 야스쿠니신사는 침략전쟁을 아시아를 해방시키기 위한 성전이며, 태평양전쟁을 도발한 A급 전범을 합사시키고, 이들을 ‘쇼와 순난자’로 칭송하는 등 군국주의의 첨병임을 자처하였으며, 우리의 정신세계를 오염시키는데 앞장선 곳이다. 일본의 평화헌법이 정교분리를 명문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수상은 당당하게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참배했음을 주창해 왔다. 우리는 고이즈미 수상의 야스쿠니신사참배가 아시아 민중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가져오고 있으며, 이는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임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고이즈미 수상은 야스쿠니신사참배가 일본국 헌법에 위반이며, 더이상 참배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한국의 피해자 원고들과 양심적인 일본인들을 향해 ‘이상한 사람’들이라 매도했고, 결국 명예훼손소송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대해 일본의 재판부가 총리대신으로서 적절한 언행이 아님을 지적하였기에, 우리는 위헌소송의 판결에 주목해 왔다. 금번 후쿠오카지방재판소의 판결은 오만한 행정부 수반의 행위에 대하여 일침을 가함으로써 일본의 민주주의가 살아있으며, 평화헌법의 근간을 지켜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받아들인다. 앞으로 고이즈미수상이 야스쿠니신사 공식참배를 굽히지 않는다면, 일본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고, 일본의 미래는 더욱 참담할 것임을 경고하며,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무수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아시아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겸허히 사죄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04년 4월 8일 고이즈미수상야스쿠니신사공식참배위헌소송 원고단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태평양전쟁한국인희생자유족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