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용 ‘조선어연구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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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일제 어문정책자료 100여점 발굴
일제가 조선 식민강점시기 펼쳤던 어문정책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발굴됐다.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소장 윤희원)는 최근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와 관변 조선어연구회가 펴낸 한글 잡지와 교과서 등을 비롯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어문교육 관련 자료들을 공개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선어연구회는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의 후학들이 민족언어를 지키고자 설립해 조선어학회 사건(1942년)으로 혹독한 탄압을 받은 단체다. 지금은 한글학회로 그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 단체와 이름만 같을 뿐 성격은 전혀 달랐던 또 하나의 조선어연구회가 있었다. 조선총독부의 지원을 받은 이 단체는, 식민 지배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위해 일제가 자국 관리들에게 한글과 조선어를 가르치고 조선 민중의 문맹 퇴치를 위한 한글보급운동을 하도록 했던 어용학회다.
조선총독부의 어문정책은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국어(일본어) 보급 정책과 조선어 억제 정책 △일본인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조선어 교육 정책으로 요약된다. 이번에 발굴된 자료들은 조선총독부가 학교교육 교재로 발간한 〈속수 국어독본〉, 개인 연구자들이 쓴 〈일어자통〉 및 〈대성속수〉, 조선어연구회가 발간한 〈월간잡지 조선어〉와 단행본인 〈조선어독본 역해〉 〈국어독본역해〉 등 100여점에 이른다. 특히 이들 상당수는 김민수 전 고려대 교수와 고영근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한국어문법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주요 저술 목록을 망라해 1986년 102책으로 완간한 〈역대문법〉에도 누락된 것들이어서 연구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는 오는 24일 ‘근·현대 민족어문교육 기초연구’를 주제로 여는 학술대회에서 새로 발굴된 자료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허재영 선임연구원은 한국사회언어학회와 담화인지언어학회가 10일 오전 숙명여대 제2창학캠퍼스에서 여는 공동학술대회에서 ‘일제 강점기의 언어정책-일본어 보급과 조선어 정책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통해 조선총독부의 학교교육 교재 개발과 이번에 발굴된 교재들의 구체적 활용사례들을 발표한다. 허 연구원은 “이번 자료 발굴은 일제의 식민지 어문정책과 한국어 변화에 대한 연구 영역이 넓어지고 새로운 방향을 정립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9100003/2004/04/0091000032004040918582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