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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만 바뀌었지 정권은 그대로, 관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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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조호진(mindle21) 기자   
 
 














 
▲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16회 심산상 수상식. 민족문제연구소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성균관대학교 심산사상연구회(회장 김시업)는 16회 심산상(心山賞) 수상자로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조문기)’와 이 단체가 펴낸 <한국 근현대사와 친일파 문제>와 <일제하 전시체제기 정책사료총서>(전 98권)를 선정하고 상금 1천만원을 수여했다.

제16회 심산상 시상식은 24일 오후4시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6층에서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 장을병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강원룡 목사, 한상범 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 이이화 역사연구가,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을 비롯해 독립운동가 및 학계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시업 회장은 인사말에서 “심산 선생은 일제 때는 항일운동을 했으며 해방 후에는 통일정부 수립에 앞장섰으며 자유당 독재시절에는 이승만 정부를 통렬하게 비판하다 만년에 옥고를 치르고 집 한 칸 없이 병원을 전전하다 작고했다”며 “친일청산과 민족자주노선을 견지한 심산 선생의 취지에 부합되는 민족문제연구소에 상을 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장을병 심사위원장은 “민족문제연구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근현대사를 바로세우기 위한 작업들을 추구해온 단체”라며 “심산 선생의 대의(大義) 실천정신을 줄기로 하여 민족적 정기를 굳건히 한 민족문제연구소에 격려를 보낸다”고 수상자 선정경위를 밝혔다. 또한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덧붙여 밝혔다.

강원룡 목사는 축사에서 “친일파 후손들은 서울에서도 노른자위 땅을 차지하고 살고 있지만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달동네에서 비참하게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더 늦기 전에 민족반역자인 친일파 청산과 평화통일을 통해 민족 공존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범 위원장은 격려사에서 “국회를 통과한 친일진상규명법은 알맹이는 뽑아내고 껍데기만 남은 기가 막힌 법이며,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도 마찬가지로 이빨이 뽑힌 법”이라며 “반민특위에서 하지 못한 역사적 심판을 할 수 있도록 ‘친일진상규명법’을 바르게 보완하고, 민족문제연구소는 정부의 역사청산에 대해 감시하고 보완하는 일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산의 며느리 손응교(88), 종손 김위(67), 손자 김창(65), 손녀 김주(64)씨 등이 참석했다. 심산사상연구회는 수상자인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와 함께 27일 심산 선생이 묻힌 수유리 묘소를 참배할 예정이다.

“심산사상연구회가 준 상금은 독립운동 군자금이다”















 
▲ 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이 김시업 심산사상연구회장으로부터 상장과 부상 1천만원을 전달받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16회 심산상 수상작인 민족문제연구소의 <한국근현대사와 친일파문제>(아세아문화사·2000년)에는 강만길 교수(상지대총장)의 ‘일제 침략전쟁의 성격과 그 폐해’ 등 17편의 글과 5편의 종합토론이 수록돼 있다.

<일제하 전시체제기 정책사료총서>(전98권·한국학술정보·2001년)는 일제의 식민지배정책과 구조 등의 종합 보고서인 일본육군성문서(日本陸海軍省文書) 등과 정부기록보존소, 국립도서관, 서울대 도서관 등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각종 자료들을 수집한 자료집이다.

김태영 경희대 명예교수는 24일 논평에서 <한국 근현대사와 친일파 문제>는 “개별 학자가 성취할 수 없는 다양한 주제의 연구발표와 질의토론으로 구성된 특징을 갖는다”며 “일제의 식민지배의 체제적 구조적 특징과 폐해, 친일파의 구조와 성격 및 범주, 친일 인맥이 군부의 리더십을 장악하고 정치 세력화하여 정권을 장악하는 과정, 친일 잔재 청산이 좌절될 수밖에 없었던 사실에 대한 연구”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한 <일제하 전시체제기 정책사료 총서>(전 98권)는 “일제 식민지배구조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일차 자료를 조사·확보하면서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구성되고 ‘일제식민통치기구 협력단체 편람’을 완료해 친일잔재 청산작업을 구체화한 업적으로 평가된다”며 “일본제국주의 잔재 청산문제는 통일을 완수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할 때까지는 여전히 진행중이면서 현실의 삶의 방향을 저해하는 역사의 실상”이라고 평가했다.

조문기 이사장은 “심산 선생의 이름이 거명되는 자리에서 독립운동가라는 말이 죄가 될까봐 감히 못 올리겠다”며 다음과 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심산 선생은 돌아가실 때까지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으며 특히 친일파를 용납하지 않았다. 나는 친일파를 용납하거나 타협하는 사람과는 가차없이 인연을 끊었다. 마음의 기둥인 심산 선생이 주신 상을 받게 돼 기쁘다. 심산사상연구회가 친일파청산을 위해 사활을 걸고 싸우라며 민족문제연구소에 준 상금은 상금이 아니라 군자금이다. 심산 선생이 지하에서도 만족할 수 있도록 상금을 귀중하고 정성껏 쓰겠다”

“대통령과 장관이 바뀌었을 뿐 정권이 바뀐 게 아니다”















 
▲ 지난 1월 19일 저녁 <친일인명사전> 편찬 성금 5억 달성 기념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독립군가 ‘압록강행진곡’을 다같이 부르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편 시상식에 이어 임헌영(중앙대 교수) 민족문제연구소장과 서중석(성균관대 교수) 역사문제연구소장은 심산사상연구회와 민족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21세기 한국사회와 친일청산 문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친일반민족행위 조사 특별법의 민족사적 의의’와 ‘친일파 청산의 현재적 의미’라는 논문을 각각 발표했다.

임 소장은 ‘친일진상규명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추진하면서 ▲8·15 이후 친일파 청산을 음해·반대한 행위 ▲민족적 유물, 문화재 등 일체의 소유권은 물론이고 국민 개개인의 재산권 침해와 관련된 부분 추가 ▲침략전쟁지지, 파시즘 찬양, 민족독립운동 연대 세력에 대한 적대감 행위를 추가해 반민족행위에 대한 처벌과 친일행위를 통해 축재한 사유재산을 몰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또한 “친일진상규명법의 목적에는 독립운동가 정신이 담겨야 한다. 심산 선생이 살아서 친일반민족행위 특별조사법을 제정한다면 어떻게 만들었을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청산되지 않은 친일파 세력은 땅속 깊이 뿌리내려 열매를 맺고 싹을 키우며 더 큰 세력이 됐다. 8·15 해방 당시보다 더 가혹하고 철저하게 친일파 청산을 하지 않으면 친일파 뿌리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고 친일청산 정신과 원칙을 강조했다.

임 소장은 특히 “대통령과 장관이 바뀌었을 뿐 정권이 바뀐 게 아니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존경하는 수구세력이 정부 부처의 관료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며 “‘친일청산규명법’이 바르게 통과돼도 해당 부처 관료들이 시행령을 엉터리로 만들면 헛수고가 된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친일파 청산은 힘들다”고 경고했다.

서중석 역사문제연구소장은 발제에서 “김창숙은 1945년 11월 23일 중경임시정부 요인 제1진이 귀국한 직후 민족통일전선과 관련해 친일파 배제를 명백히 했다”며 “김창숙이 주장을 펴기 직전인 24일 김구는 친일파 청산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다가 1948년 한민당·이승만과 결별하면서 친일파 처단을 늦게 주장해 친일파에게 쫓기게 됐다”며 두 애국자의 친일파 청산발언의 차이에 따른 문제 발생을 지적했다.

서 소장은 또한 “새 국회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과거청산을 제대로 하는 일이며 과거청산 없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는 것은 거짓이고 기만일 따름”이라며 “극우·극좌 논리를 배격하고 개혁과 과거청산으로 국민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경쟁”을 하는 상생 정치를 여·야 정치인에게 주문하며 해방정국에서의 친일파 청산과 관련된 좌우 합작정치를 참고로 할 것을 권고했다.

“친일파 처벌 없는 과거사 청산 무의미”, “반민특위법보다 더 준엄하게 만들라”















 
▲ 2시간 가량 진행된 ’21세기 한국사회와 친일청산 문제’ 공동토론회. 토론회에서는 친일청산과 반민족행위자 처벌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이어 정창렬 교수(한양대 한국사)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21세기 한국사회와 친일청산문제’ 공동토론회는 2시간 가량 진행됐다.

김원웅 의원은 “해방 직후 반민법보다 더 준엄하게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임헌영 소장의 말을 들으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16대 국회에서 통과시킨 특별법은 친일파에게 면죄부를 주고 국민과 역사를 속이는 법이다. 17대 국회에서 동료들과 진지하게 논의하며 새로운 법을 제정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민족을 부정했던 자들이 계속 군림한다면 대한민국은 애국의 대상도, 국토방위의 대상도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이 애국의 대상이 되고, 지켜야 할 나라가 되도록 일하겠다”고 다짐하며 “중학교 시절, 아버지께서 심산 선생을 만나고 돌아와 ‘심산 선생 아들이 서울역 지게꾼으로 일하고 있다’고 통분했던 기억이 난다”며 애국자 후손이 겪어온 고초를 회상했다.

강창일 열린우리당 당선자(제주시·북제주갑)는 “제주 4·3사건과 한국전쟁 중 민간인을 희생시킨 장본인은 친일 부역자들이었다. 친일진상규명법은 친일파에 대한 처벌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처벌 내용은 전문가와 학계의 의견을 물어야 하겠지만 친일파에 대한 처벌이 없는 과거사 청산은 무의미하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조승수 민노당 당선자(울산 북구)는 “반칙과 변칙, 배신하는 사람이 항상 승리하게 된 것은 친일역사가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17대 국회가 친일청산을 해결하지 않으면 역사와 민족 앞에 죄인이 될 것”이라며 제대로 된 친일진상규명법 제정에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철우 성균관대 법대교수는 “친일진상규명법은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특별법이 아니라 사실조사가 목적이며 반민족행위 진상조사를 사료로 남겨둔다고 제시하고 있다”며 “친일행위자로 적시되면 후손들은 처벌에 준하는 상징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이며 역사의 심판과 법의 판단이 일치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처벌대상은 반 인륜범죄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삼웅 성균관대 교수(전 대한매일 주필)는 “현대사의 쓰레기이자 민족사의 패륜아인 친일잔재 청산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며 “침략전쟁을 성전이라며 일본군에 고사포를 바친 수구·친일언론과 해방공간에서 항일지사와 애국자를 테러·고문한 친일파 비호세력을 처벌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윤경로 한성대 교수(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는 “반세기가 넘도록 청산하지 못한 친일역사 청산은 분노보다는 자기반성과 화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며 “운동을 통해 학문으로 진전된 친일청산문제는 뜨거운 열정도 필요하지만 냉정하게 처리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며 높은 요구에 대한 실무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2004/05/25 오전 3:40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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