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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결 확인될 땐 애국지사 서훈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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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운현/이종호 기자]– 대담: 정운현, 정리:손병관, 사진:이종호, 동영상:김윤상 기자















▲ 안주섭 보훈처장관 인터뷰.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리의 근현대사 100년은 굽이굽이에 상흔으로 얼룩져 있다. 20세기 전반 식민통치를 겪으면서 국권회복을 위해 무수한 선열들이 목숨을 바쳤고, 해방후 국토가 분단된 후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남북이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그리고 독재정권 하에서 다시 일제하에 버금가는 고문과 탄압이 민주인사들에게 자행됐다.

현대사의 비극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의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발생했거나 또 더러는 국가의 공권력이 자행한 것도 더러 있다. 그러나 그 비극은 여태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구석도 없지 않다. 일제로부터 해방 갑년을 1년 앞두고도 여전히 그런 역사의 아픔을 목도하면서 다시 ‘보훈의 달’을 맞았다.

정부의 여러 부처 가운데 민족사의 정신적 영역을 주무하는 부서는 단연 국가보훈처다. 흔히 국가보훈처의 주요업무를 국가유공자들의 연금지급 정도로만 인식한다면 이건 보훈처 업무를 굉장히 축소해석한 결과다. 만약 이 정도의 업무라면 중앙부처의 과(課) 단위만으로 충분하다.

국가보훈처는 정부 부처내 ‘국민 정신교육기관’

보훈처는 독립유공자, 호국용사, 민주인사 등 범 국가유공자에 대한 지원업무는 물론 국민들의 건강한 애국심 고양과 올바른 국가관, 민족관 형성 등을 책임지는 이른바 ‘국민 정신교육기관’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같은 국민적 기대에 대해 그간 보훈처가 해온 행태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보훈의 달 초입인 2일 오후 참여정부 첫 국가보훈처 수장으로 취임한 안주섭 국가보훈처장을 찾아갔다. 지난 3월 취임 1년만에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지위가 격상된 데 대해 간단한 축하인사를 건네고는 바로 다그치듯 질문을 퍼부었다. 기대가 많은만큼 보훈처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던 탓이다.

먼저 ‘국민 보훈의식조사’에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존경심, 국가 위기시 참가 등에 대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안 처장은 책임을 공감했다. 그는 “금년에 추진중인 보훈기본법 제정, 국가보훈위원회 설치 등이 완료되면 한 차원 높은 보훈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보훈 관련 업무는 완벽하게 국가보훈처로 일원화 돼 있지는 않다. 늘 이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예를 들자면, 서울-대전 국립묘지는 국방부 관할, 4.19, 5.18묘지는 보훈처 관할, 독립기념관은 문화관광부 관할, 뭐 이런 식이다. 보훈처가 보훈업무 주무 책임기관으로 예산도 집행하면서 이들 부처중 ‘끗발’이 약하다 보니 뒷치닥거리만 하는 꼴이다.

‘국군의 날'(10월 1일) 변경 건도 그런 경우다. 우리 헌법에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으면서도 광복군 창건일(9월 17일)을 국군의 날로 고치지 못한 채 탁상공론만 수 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이유는 ‘힘쎈’ 국방부가 변경을 공공연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내 보훈 관련업무 국가보훈처로 일원화 돼야

두 시간 가량 이어진 인터뷰 도중 속시원한 대답도 간간이 터져나왔다. 지난 90년대 가짜 혹은 친일경력이 밝혀져 독립유공 서훈이 취소된 바 있다. 문제는 이들 이외에도 대상자가 더 있는데 이를 어찌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친일진상규명법에 따라 흠결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에는 관계 법령에 의거하여 서훈취소 및 예우배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확답했다.

연장선 상에서 국립묘지 안장자 가운데 부적격자에 대해서는 이장이 필요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대체로 동의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런 ‘상식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그간 보훈처 책임자들은 답변을 회피하거나 외면하기가 십상이었다.

지난 연말연시 무렵 친일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놓고 국회에서 한창 논란을 벌이고 있을 때 보훈처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현실여건을 해명하면서도 “그같은 질의의 취지와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지적을 수용하는 입장을 폈다.

다음은 2일 오후 여의도 국가보훈처장실에서 가진 대담 요약.


























안주섭 보훈처장은 누구?

1947년 전남 곡성 출신으로 광주고를 졸업했다. 68년 육사(24기) 졸업 후 35사단장, 육군대학 총장 등을 역임하고 98년 중장으로 30년 군생활을 마쳤다.

예편 후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경호실장으로 부임한 그는 국민의 정부 동안 대통령 경호책임자로 있었으며, 참여정부 출범 직후 2003년 3월 국가보훈처장(차관급)에 취임했다. 금년 3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직위가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보훈처장 부임후 팀제 도입과 부서간 벽을 헐기 위해 사무실 구조를 전면 개편, 분위기 쇄신에 나섰으며, 지방 산하조직 재정비 등도 나설 계획이라고.

전형적인 무인 스타일. 주변에서는 문무를 겸비해 합리적인 일처리가 돋보이며, 조직 장악력이 탁월하고 신망이 두텁다는 평이다. /
– 먼저 장관급 격상을 축하드린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지난 3월11일에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보훈처장의 직급가 격상됐다. 작년 3월에 처음 부임해 와보니 부처와 보훈가족들의 숙원사항이 보훈처의 격하된 위상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더라. 작년 6월25일에 노무현 대통령이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부처로 승격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추진한 것이다.

실제로 성사되기까지 1년여 동안 행정적인 절차, 국회 통과 등을 위해 노력했다. 보훈가족들에 대한 예우는 국가적 위상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아주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보훈처의 장관급 승격과 관련해 사회각계각층에서 보훈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준 결과라 생각하며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인사를 드린다.”

-‘보훈의 달’을 맞았다. 올해 보훈 관련 주요 행사 및 사업을 소개해 달라.
“보훈처는 현충일과 6.25가 들어있는 6월을 특별히 ‘호국·보훈의 달’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 추모의 기간(6.1∼10) ▲ 감사의 기간(6.11∼20) ▲ 화합과 단결의 기간(6.21∼30)으로 나누어 세부행사를 진행한다. 과거 현충일 행사에는 주로 유족과 군 대표만 참석했지만, 지금은 4.19와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학생들도 참여한다.”

– 일반인들이 보훈처의 업무에 대해 잘 모른다. 주요 업무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보훈가족의 영예로운 생활보장을 위해 보상금 지급, 의료지원, 교육지원, 생업지원 등 지원사업을 비롯해 국민의 애국심 함양을 위해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 등 보훈대상자의 공훈선양과 추모·기념사업을 통한 나라사랑정신 계승발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장기복무 제대군인의 지원사업과 참전유공자 및 5·18 민주유공자의 지원과 선양사업도 더불어 실시하고 있다.”

– ‘국민 보훈의식 조사’ 등에 따르면, 보훈대상자(국가유공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존경심이 그리 높지 않으며, 또 국가 위기 시 본인 및 가족참여에 대한 반응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보훈정책의 부재 및 실패로 보여지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국가위기시 참여하겠다는 국민은 2000년 82.2%에서 2003년 72.8%로 낮아졌으며 국가유공자에 대한 존경심은 2000년 35.1%에서 38.2%로 다소 높아졌으나 과반수에도 미달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 정부 출범당시(’98) 보훈처의 위상이 차관급으로 격하되면서 국가보훈의 고유기능인 국민의 애국심 함양 선양사업이 다소 위축된 측면도 있고 또 독립운동과 6.25전쟁 등이 국민들로부터 잊혀져가고 있는 점도 사실이다.

보훈처에서는 국가보훈이 국민통합의 정신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각종 기념·추념행사에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선양 프로그램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금년에 추진중인 보훈기본법 제정, 국가보훈위원회 설치 등이 완료되면 한 차원 높은 보훈정책이 펼쳐지리라 기대된다”

– 보훈처의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보훈/현충 관련 시설 및 기관들이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업무 일원화가 현실적으로 잘 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 국립묘지는 국방부가, 독립기념관은 문화관광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4·19, 3·15, 5·18묘지와 2개소의 호국용사묘지, 그리고 각종 기념관, 탑·비석 등 현충시설(전국 1530개소)들은 보훈처가 관리하고 있다. 효과적 업무수행을 위해서도 일원화가 바람직한데, 그게 보훈처 힘만으로는 쉽지 않다.

특정 정부부서의 얘기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존 조직들이 자신의 것을 내놓지 않으려고 하는 조직이기주의적인 측면도 있다. 국방부는 ‘절대 안 된다’고 한다. 국립묘지가 처음 국군묘지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나? 이래서 ‘살아서 보훈처, 죽어서는 국방부’라는 얘기가 나온다.

독립기념관 문제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조정, 처리하기 위해 위원회를 따로 만들어서 논의하는데 다른 부처 사람들은 표결 때 기권하고, 반면 보훈처 추천인사는 보훈처, 국방부 추천인사는 국방부로 기우니 합리적인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애국선열 현창사업이 추모식과 기념조형물 제작에 주로 치중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시대조류에 맞는 다양하고도 효과적인 현창사업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독립운동, 6.25전쟁 및 월남전쟁을 거치고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켜 낸 애국선열의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독립유공자를 선정해서 삶을 소개하는 만화도 만들고 있다. 뭐라도 하나 읽으면 머리 속에 남는 게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줬으면 좋겠다.”

– 그간 독립유공자들의 공적을 당사자나 후손들이 입증하는 방식이어서 이에 대한 민원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인력과 예산을 늘려서라도 보훈처가 이를 전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는데.
“독립유공자 포상 초기에는 주로 당사자나 후손의 신청에 의해 포상해왔으나, 후손들이 관련자료를 찾는다는 것이 용이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근래에는 보훈처에서 적극적으로 발굴작업을 해오고 있다. 1995년 이후 총 2652명의 포상자 중 70%에 달하는 1853명이 보훈처 자체의 발굴 포상이다.

그러나 옥석을 가리기 위해 신중을 기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고통과 피해를 겪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국내외 독립운동 사료소장 기관, 학계 및 관련연구소 등과 사료 수집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지역 단위로 지방대학 연구소 등에 자료 발굴을 의뢰하는 한편 국내외 사료수집 위원을 통해 관련자료의 수집 발굴에 계속적으로 노력할 생각이다.”

– 얼마 전 언론보도로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어려운 생활실태가 보도돼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 5공 때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연금수혜 대상자를 3대(손자)에서 2대(아들)까지로 줄인 바 있다. 이를 복원시킬 계획은 없나?
“광복 이전에 사망한 독립유공자의 손자녀 1인에 한하여 연금수급권을 인정하고 있는 취지는 광복 이전에 이미 배우자 및 자녀까지도 대부분이 사망하여 연금 수혜를 받지 못한 점을 고려, 특별히 예외적으로 연금을 지급하여 독립유공자의 유지를 계승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광복 이후에 사망한 독립유공자의 손자녀까지 연금지급 확대는 일반 국가유공자가 자녀세대(미성년 자녀)에 한정하고 있는 일반적 보상기준과 비교할 때 문제점이 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에 대한 연금수령을 손자대까지 복원시킬 경우 다른 대상자들도 같은 요구를 하기 때문에 그 정도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독립유공자와 배우자, 자녀들까지 보상이 이루어진 후에도 손자녀가 고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을 감안, 2005년부터 별도의 가계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 96년 가짜나 친일혐의가 있는 독립유공자 5명에 대해 서훈이 취소된 바 있다. 그런데 이들 이외에도 서훈치탈해야 할 사람들이 상당하는 지적이 있는데 향후 처리방침은?
“지난 16대 국회에서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이 제정됐는데, 이 문제는 거기에서 나온 결과와 연동해서 처리할 방침이다. 보훈처의 담당공무원들이 그 쪽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보직도 1∼2년마다 바뀌고… 독립유공자 중 중대한 흠결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에는 관계 법령에 의거하여 서훈취소 및 예우배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 ‘서훈취소’ 5인 가운데 한사람인 서춘의 경우 대전 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에 여전히 안장돼 있어 시민단체들이 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장 계획이 있나?
“서춘은 96년 서훈이 치탈된 5명중 1명으로 현재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어 국립묘지를 관할하는 국방부에 서훈취소 사실을 통보했다. 그동안 유족이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여 잠정 보류되었다가, 2001년 법원판결 후 국립대전현충원과 보훈처에서 유족에게 수 차례 묘소 이장을 독촉하였으나 유족의 협조 거부로 지연돼 왔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유족들을 만나 대화하고 설득한 결과 유족이 금년 추석 전에는 이장을 한다고 알려왔다. 조만간 이장될 것으로 알고 있다.”

– 이밖에 김창룡 등 국립묘지 안장 부적격자에 대한 이장 요구에 대한 의견은?
“과거분들이 한 것을 정확히 그 경위를 모르는 상황에서 뭐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국립묘지 안장대상자 결정은 원칙적으로 국립묘지를 관할하는 국방부 소관사항이다. 1956년에 사망한 김창룡(전 특무대장) 중장은 유족의 희망에 따라 지난 1998년 대전국립묘지로 이장했다. 과거 부정적 행적(일본 관동군 헌병 출신, 백범선생 암살배후 지목 등) 등으로 국민 정서상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가보훈처에서 관여할 수 없는 사안이다. 국방부는 법령의 기준에 따라 처리한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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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시대를 대비해 사회주의 계열의 항일 애국지사에 대한 서훈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나 아직도 보훈처는 미온적인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현재에도 독립운동을 목적으로 사회주의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한 것으로 인정되는 분들은 독립유공자로 포상하고 있다. 앞으로 국민통합과 남북화해 등 사회환경 변화와 국민정서 등을 감안하여 광복 후 사회주의 활동이나 북한 정권에 가담하지 않는 등 행적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에 대해 포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정치적인 문제이다보니 딱 부러지게 해결이 안되는 것 같다. 이강훈 전 광복회장도 일제때만 감옥에 가신 줄 알았는데, 귀국 후 혁신정당에 가담했다가 3년 정도 감옥에 계셨더라.”

– 민족단체를 중심으로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로 변경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보훈처가 이 일에 나설 용의는 없나?
“현행 국군의 날은 6.25 전쟁 중이던 1950년 10월 1일 육군 제3사단(사단장 이종찬)이 38선을 돌파한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10월 1일로 정해졌다. 이에 대해 광복군동지회 등 독립운동 관련 단체는 한국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변경하여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나도 현역군인으로 있을 때 이런저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는 구절이 있다. 보훈처장인 나로서는 마땅히 그렇게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가 이 문제를 관리한다면 변경이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국방부에서 주관하는 사안인만큼 일차적으로 국방부에서 검토할 사안이라고 본다. 다만 이 사안이 사회적 공론으로 형성될 경우 변경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 광복회장의 직선을 위해 광복회 정관 변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정관 변경을 권고할 의향은 없나?
“광복회장 직선제는 과거 90년대부터 회원들이 꾸준히 주장한 내용이다. 그래서, 지난 2000년 6월 광복회의 요구로 정관개정을 승인해 지난 2002년 15대 회장선거부터 직선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그러나 회원들 집합 장소, 총회 비용, 총회 성원 등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개정된 정관 시행 전에 다시 간선제로 선출하도록 2001년 정관을 재개정했고, 이에 대해 일부 회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 광복회도 직선제가 민주주의의 기본임을 인지하고 있고, 지난 5월 총회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광복회의 장기적 발전과 진로모색을 위해 본회에 ‘정관개정위원회’를 설치, 직선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다룰 계획인 것으로 안다. 보훈처는 광복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재정지원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국회에서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과거사 청산을 통한 민족정기 고양작업에 나서고 있는 반면 국가보훈처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문제에 대해 국가보훈처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문제 아닌가?
“보훈처는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민주유공자의 공훈을 기리고, 그분들과 유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친일진상 규명문제는 국가보훈처에서 직접 관장할 수 없는 사항이다. 현재 독립운동 선양사업도 제대로 감당 못하고 있는 여건에서 그러한 국가적·사회적 의제를 감당할 여건이 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다만 그 같은 질의의 취지와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 중국동포 가운데는 과거 국권상실기에 불가피하게 중국으로 이주했거나 또는 독립운동가 후예들도 더러 포함된 것으로 안다. 이들에 대해 보훈처에서도 관심을 가져야하는 것 아닌가?
“일제시대에 중국이나 러시아 등지로 이주하여 독립운동을 하다가 광복된 조국으로 귀환하지 못하고 계속 그곳에서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및 후손들을 특별귀화 대상자로 정하여 희망하는 경우에는 국권회복을 시키고 정착을 지원하기 위하여 정착금 지급, 취업알선, 임대주택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더 세심히 살펴 챙기도록 노력하겠다.”

– 국민통합을 위해 보훈처가 추진하고 있는 관련 사업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독립운동과 국가수호, 민주화운동 등에서 발현된 정신가치를 도출해 이를 계승하고 발전·확산시켜 나가는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훈처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조명하는 연구를 통해 정신가치의 개념을 정립하고 국민 참여를 통한 호국보훈정신 함양을 위해 2006년까지 국민에게 계승·발전시킬 정신가치의 개념 정립에 대한 연구개발을 3단계로 나누어 추진하고 보훈선양사업을 발전적으로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

– 끝으로 보태고 싶은 말 있다면.
“호국보훈의 달에 나라를 위해 싸우고 민주화를 위해 애쓴 분들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널리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흔히 현충일을 쉬는 날로만 생각하는데 이건 곤란하지 않은가. 이날만이라도 검정넥타이를 매고, 곳곳에 조기를 걸어 추모의 마음을 몸으로 실천했으면 한다. 선열들의 공훈을 현창하고 나라사랑 정신을 되살리는데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















▲ 보훈업무의 3대 핵심축으로 독립-호국-민주정신 강조하고 있는 안주섭 국가보훈처장(왼쪽). 그 뒤 벽에 애국선열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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