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씨 납치 피살 사건과 갖가지 기강해이 문제로 국민적 질책을 면치 못하고 있는 외통부가 한일협정 40주년이 되는 내년을 [한·일 우정의 해 2005]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기관, 지자체, 기업, 공익단체, 학교는 물론 비영리민간단체 등을 상대로 사업을 공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한일관계가 ‘우호와 우정’만을 강조할 시점인지 대단히 의문이다. 역대 일본 총리 중 가장 왕성하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독도 우표 발행과 우익 단체의 조직적인 망언과 망동이 끊이지 않고 자행되고 있는 등 우경화의 위험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이 한일 관계의 현주소이다. 더군다나, 징용, 징병, 일본군 위안부 등으로 끌려가 고통 당한 분들에 대한 명예회복은커녕 피해에 대한 기초적인 진상 조사조차도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불과 몇 년이면 피해자 대부분이 고인이 될 지경이지 않은가.
얼마 전 [슈뢰더 부지런한 전후청산외교]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외었다. 그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의 슈뢰더 총리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내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종전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함은 물론 오는 8월 1일 폴란드에서 열리는 바르샤바 봉기(2차 대전 중 폴란드 지하 저항군이 나치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된 사건) 6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슈뢰더는 이에 앞서 지난 달 6일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해 과거 독일의 과오를 사죄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연합군 병사 수천명이 단 하루 만에 숨졌고 그들은 자유를 위해 비싼 대가를 치렀다. 독일군들은 유럽을 압제하려는 살인적인 시도(나치즘) 때문에 숨졌다” 또 그는 “2차대전 당시 숨진 이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며 “프랑스와 독일이 어느 때보다 가까운 동맹이라는 점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전쟁에 대한 독일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한 뒤 유럽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힘쓰겠으며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같은 패전국인 일본의 행태와 극명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슈뢰더의 일련의 행보를 보고 중국 지도자들은 “고이즈미 총리는 슈뢰더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쯤이면 이 같은 당당한 모습을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게 될까. 한편, 한일 정상은 오는 7월 21일과 22일 제주도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혹 해가 서쪽에서 뜨는 상황이 벌어질지 막연한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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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없는 우정 없다”
By 민족문제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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