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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만은 친일진상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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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만은 친일진상 제대로

홍중조(논설주간) /






이번에 열린우리당이 마련한‘친일반민족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이 현행법에 비해 친일행위범위를 크게 넓힌데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준엄한 역사 앞에 일말의 참회마저 하지 않았던 저 뻔뻔스런 반민족 행위자들을 56년 동안 단 한 번도 법적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주권국가로서의 수치요, 역사를 송두리째 짓밟는 야만 행위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동안 친일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양심세력들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헛수고에 그친 쓰라린 과거를 생각하면 이번 친일규명법만은 끝까지 살려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돌이켜보면 친일규명법이 제대로 발효된 적이 없다보니 역사파행은 끊이질 않았다.

1946년 봄, 주요정당, 사회단체들은 줄곧 반역자 심판을 주장해왔었다. 미군정 비호아래 이승만의 졸개가 된 친일무리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닥쳐 민족정기를 세우는데는 엄청난 장애요소가 되고 말았다.

친일파 한사람도 처벌 안받아

1947년 6월에 구성된 과도정부 입법의원들은 반민족 행위자들의 진출을 막기 위해 공민권을 제한하고 ‘민족반역자’‘부일(附日)협력자’‘모리간상배’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반역행위에 철퇴를 가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하기야 이 법안마저도 미군정의 반대로 공포되지 못했다. 1948년 9월, 반민족행위 처벌법이 공포된 후, 반민특위가 본격적인 조사업무에 들어갔다. 반민특위는 발족 후 680건의 반민족적 사건을 취급했으나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말았다.

이것은 바로 이승만의 정략적 견제와 친일세력의 끈질긴 방해공작 때문이었다. 활동기간중, 해당자는 12명이었는데 그 중 5명은 집행유예로 실제 체형을 받은 수는 7명뿐이었다. 그들마저 재심청구로 감형되어 끝내 유아무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슬픈 역사를 감출 수가 없다. 이 모두가 일제에 빌붙어 재산을 끌어 모아 해방 후에도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경제계를 주름잡는 친일기업가들이 태반이었다.

이에 못지 않게 경찰을 비롯해 정부요직에 걸터앉아 광범위한 정보망을 쥐고 있던 관료들은 반민특위를 상대로 중상모략, 군중 데모선동, 테러를 감행 방해공작을 펴기도 했다. 특히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를 혹독하게 괴롭혀온 친일무리들은 해방 후 반공주의자로 변신해 출세 길로 승승장구했다. 이토록 민족양심을 저버린 친일 반역자들에게 이 땅이 그들의 천국이 됐으니 그야말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 유럽의 몇몇 나라들의 민족반역자에 대한 단죄가 우리에게 큰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단 4년의 짧은 기간에 침략자 히틀러한테 협조한 이들을 선별한 네덜란드는 당시 인구 1500만 명중 5만 명을 처벌했다고 한다. 벨기에 역시 당시 1000만 명 중 5만5000명을 단호하게 법적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저승까지라도 추적해야

그렇다면 프랑스를 보자. 2000명을 사형선고 내렸고 3만9000명을 투옥했으며 4만8000여명의 공직자를 가차없이 추방시키고 말았다.

그런데도 이 나라는 일제 통치기간이 36년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 많고 많은 친일파 한 사람도 처벌하지 않았으니 역사는 뒤틀릴대로 뒤틀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어디까지나 일제 잔재의 미 청산으로 인한 역사적 과오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얼마나 무서운 해와 독을 확대 재생산했는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외세종속의 심화현상이다. 외세의존 성향은 사회 각 부문을 오염시켜 민족의 이해관계보다 외세의 역학관계를 우선시하는 기현상을 자초한 것이다.

다음은 민족정기의 회복작업이 좌절됨으로써 사회적 규범과 윤리도덕이 파괴되어 파렴치한 기회주의적 속성과 무책임한 풍조를 만연시킨 결과만을 가져온 것이다. 이번 친일규명법만은 중앙도 중앙이지만 이 지역 친일 1세대도 철저하게 파헤쳐 진실을 구명해야할 것이다. 모름지기 역사적 범죄는 소멸시효가 없기 때문에 친일파를 끝까지 추적해야만 한다. 이미 저승에 갔더라도 그 영혼까지 잡아오겠다는 결연하고도 집요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 경남도민일보는 언론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신문입니다.
기사게재일자 : 200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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