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박정희조사가 ‘야당탄압’이면 홍난파조사는 ‘예술탄압’인가요?

960





“이게 야당 탄압이면, 김활란은 교육탄압이고, 홍난파는 예술탄압이 돼나요?”

14일 발의된 ‘친일진상규명특별법’개정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야당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91년 설립되어 친일 과거사 청산을 주도해 온 민족문제연구소의 방학진 사무국장. 그는 “오히려 한나라당이 정략적”이라고 지적한다.

방씨는 16대 국회가 친일 과거사 청산에 실패한 것은 당연하다며, 바로 그 점이 친일문제가 “오늘의 문제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한다. 또 “친일행위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순간” 그것은 후손들의 허물이 된다며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를 이렇게 추측한다. 한나라당의 다수가 친일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주류의 위치에 오른 것이 폭로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민중의소리 한승호


-한나라당이 친일진상규명법을 야당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박정희나 조선, 동아만 넣는게 아니라 문학은 이광수·최남선, 교육으로는 김활란·백낙준·유진오, 음악은 홍난파·현재명 이런 식으로 다 들어간단 말이죠. 이게 야당 탄압이면, 김활란은 교육탄압이고, 홍난파는 예술탄압이 돼나요? 야당탄압은 과한 주장이구요, 특정한 누구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닙니다.”

“94년에 ‘청산하지 못한 역사’라는 책을 공식적으로 내면서 박정희도 넣었거든요. 그 땐 왜 지금처럼 안 하다가 그러는 지 모순이죠. 박정희 기념관 반대운동 땐 박근혜씨가 당 대표가 아니었죠. 2000년엔 문래공원에 흉상도 철거했었고. 이제 총선 이후 쓰임새가 달라지니까 반응이 달라진 거죠. 그러니 그 사람들이 정략적인 거죠. 연구소는 이미 10년 전부터 일관된 사업을 했죠. 오히려 박근혜로 상징되는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속을 바라는 게 아니냐…”

-이번엔 제대로 통과될까?

“다수결의 원칙에 충실하면 가능하겠죠. 국회의원 171명이 이미 서명을 했고, 당론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선택했기 때문에. 뭐 한나라당이 얼마나 강하게 반발할거냐의 차이겠는데 탄핵처럼 몸싸움으로 갈 거냐 아니면 보이콧만 할 거냐.”

-16대 국회에서는 친일진상규명법이 만신창이가 된 바 있는데.

“그렇게 된 게 당연하죠. 그것이 친일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라는 것을 반증하죠. 친일청산이 단순한 구호나 논문 몇 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 국민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준 거죠.”

-아직도 국회에는 친일자제들이 많지 않은가.

“꼭 국회의원이라고 한정지을 필요가 없이 내로라하는 많은 지도급 인사들이 자유롭지 못하죠. 그러나 반세기 전에는 형법적인 처벌을 가하면 됐지만 그 사람들은 이미 죽었잖아요. 후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거죠. 연좌제는 안되는 거니까. 그러면 이건 우리 전체의 문제가 된 거거든요. 청산을 추진하는 사람 중에도 친일파의 후손이 있을 수 있는데 이건 부끄러워 할 것도 없고 자연스럽다는 거죠.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순간 나의 허물이 되지만, 인정하면 아니거든요. 내 핏줄 중에도 있을 수 있어요. 파인 김동환의 자제분은 아버지의 작품을 직접 정리하면서 친일작품을 발견해요. 그런데 그걸 숨긴 게 아니라 작품들속에 넣고 또 부친을 대신해서 사과해요.”









ⓒ민중의소리 한승호



-그들이 왜 반발한다고 보느냐.

“과거같으면 친일이 찻잔 속에 태풍이니까 상대도 안한다는 이런 거였고, 국민들도 언론이 숨기거나 조작을 하니 몰랐는데 이제는 국민의 역사의식의 수준이 그게 아니거든요.
표에도 연결이 돼죠. 단지 먹을 걸 잘 제공한 정권이 아니라 정통성도 중요하다는 의식이 있고. 한나라당의 대다수가 그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니 저항하는 게 아니겠어요. 너희가 주류라고 자칭할 힘이 있어서 된거지, 정당한 과정으로 된거냐. 그렇지 못했다는 게 폭로되는 거죠.”

-수사 범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현재 법안은 계급에 관계없이 행위가 극악하면 조사대상에 넣는 걸로 했어요. 행위로 봐야 하고 계급만으로 행위를 뒷받침 해 주는 경우도 있어요. 고문은 수사관이 하고 검사는 그런 거 안하죠. 정형근은 자기 손에 피묻히겠지만.”

-이문열처럼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이 꽤 있는데

“정말 살려고 할 수 없이 했다면 그런 친일은 우리가 단죄할 수 없고, 단죄할 수 있는 시기도 이미 놓쳤죠. 그런데 먹고 살려고 했냐는 판단 자체도 한쪽에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내려야죠. 양쪽 주장이 평행선을 그으니 정리할 때가 된 거죠. 논쟁만 이어지고 사회적 비용만 든다면 객관적 위원회에 맡기는 게 낫겠다 해서 조사위원회를 만들자고 하는 거죠.”

“행위는 존재하는 거죠. 살인이 있으면 정당방위냐 고의냐는 나중의 문제고, 조사는 먼저 해야죠. 또 처음하는 조사인데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리고 이 법은 반민특위법의 정신을 잇고 있지만 차이가 있는 게 그건 처벌법이고 이제는 조사로 끝나는 거에요. 이제는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할 겁니다. 객관적 자료를 공표하는 것이 친일청산의 알파와 오메가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50년대라면 그렇게 했겠죠. 하지만 역사가 그 때 기준으로만 볼수는 없겠죠. 지금의 친일청산의 잣대가 있는 거죠. 조사와 기록을 제대로 하는 것.”









ⓒ민중의소리 한승호


-민족신문인데 한번 잘못한 거 가지고 그럴 수 있느냐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살인이라는 게 그렇죠. 동네에서 아주 훌륭한 통반장도 사람을 죽이면 책임 져야죠. 전시의 친일행위는 전장으로 사람을 내몰았던 거고, 그건 사람을 죽이는 거니까. 그리고 민족신문이라는 건 자기들 주장인거고, 한번 객관적으로 검증해보자는 거죠. 만약 자기들 주장이 맞으면 앞으로 민족신문이 되는 거고. 시험을 볼 때도 자기가 마음대로 채점하는 게 객관적으로 되겠어요?”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에 조사대상을 확장했다는 것은 완전히 틀린 얘기입니다. 누더기가 된 원 법안은 김희선 의원의 민족정기의원모임에서 만든 법안이에요. 그게 누더기가 되니 시민연대(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시민연대)가 꾸려져서 만든 겁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맞길 수 없으니 시민연대가 만든 겁니다. 이 안을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것이죠. 문제제기는 시민연대에 해야 옳은 것이죠.”

“시민연대의 공동대표가 강만길교수, 최병모 변호사, 함세웅신부에요. 강만길 교수와 함세웅 신부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민주화에 앞장 선 인물들이죠. 최병모 변호사는 누굽니까. 디제이 옷로비 때의 특별검사 아닙니까. 국민의 정부, 그 치부를 드러낸 변호사에요. 이 세분에게 문제제기하라 이거에요. 그렇게 못하고 열린우리당에 그러는 건 한나라당이 정략적 의도를 드러내는 거죠.”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