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야당 탄압이면, 김활란은 교육탄압이고, 홍난파는 예술탄압이 돼나요?”
14일 발의된 ‘친일진상규명특별법’개정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야당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91년 설립되어 친일 과거사 청산을 주도해 온 민족문제연구소의 방학진 사무국장. 그는 “오히려 한나라당이 정략적”이라고 지적한다.
방씨는 16대 국회가 친일 과거사 청산에 실패한 것은 당연하다며, 바로 그 점이 친일문제가 “오늘의 문제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한다. 또 “친일행위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순간” 그것은 후손들의 허물이 된다며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를 이렇게 추측한다. 한나라당의 다수가 친일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주류의 위치에 오른 것이 폭로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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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한승호 |
-한나라당이 친일진상규명법을 야당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박정희나 조선, 동아만 넣는게 아니라 문학은 이광수·최남선, 교육으로는 김활란·백낙준·유진오, 음악은 홍난파·현재명 이런 식으로 다 들어간단 말이죠. 이게 야당 탄압이면, 김활란은 교육탄압이고, 홍난파는 예술탄압이 돼나요? 야당탄압은 과한 주장이구요, 특정한 누구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닙니다.”
“94년에 ‘청산하지 못한 역사’라는 책을 공식적으로 내면서 박정희도 넣었거든요. 그 땐 왜 지금처럼 안 하다가 그러는 지 모순이죠. 박정희 기념관 반대운동 땐 박근혜씨가 당 대표가 아니었죠. 2000년엔 문래공원에 흉상도 철거했었고. 이제 총선 이후 쓰임새가 달라지니까 반응이 달라진 거죠. 그러니 그 사람들이 정략적인 거죠. 연구소는 이미 10년 전부터 일관된 사업을 했죠. 오히려 박근혜로 상징되는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속을 바라는 게 아니냐…”
-이번엔 제대로 통과될까?
“다수결의 원칙에 충실하면 가능하겠죠. 국회의원 171명이 이미 서명을 했고, 당론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선택했기 때문에. 뭐 한나라당이 얼마나 강하게 반발할거냐의 차이겠는데 탄핵처럼 몸싸움으로 갈 거냐 아니면 보이콧만 할 거냐.”
-16대 국회에서는 친일진상규명법이 만신창이가 된 바 있는데.
“그렇게 된 게 당연하죠. 그것이 친일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라는 것을 반증하죠. 친일청산이 단순한 구호나 논문 몇 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 국민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준 거죠.”
-아직도 국회에는 친일자제들이 많지 않은가.
“꼭 국회의원이라고 한정지을 필요가 없이 내로라하는 많은 지도급 인사들이 자유롭지 못하죠. 그러나 반세기 전에는 형법적인 처벌을 가하면 됐지만 그 사람들은 이미 죽었잖아요. 후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거죠. 연좌제는 안되는 거니까. 그러면 이건 우리 전체의 문제가 된 거거든요. 청산을 추진하는 사람 중에도 친일파의 후손이 있을 수 있는데 이건 부끄러워 할 것도 없고 자연스럽다는 거죠.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순간 나의 허물이 되지만, 인정하면 아니거든요. 내 핏줄 중에도 있을 수 있어요. 파인 김동환의 자제분은 아버지의 작품을 직접 정리하면서 친일작품을 발견해요. 그런데 그걸 숨긴 게 아니라 작품들속에 넣고 또 부친을 대신해서 사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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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왜 반발한다고 보느냐.
“과거같으면 친일이 찻잔 속에 태풍이니까 상대도 안한다는 이런 거였고, 국민들도 언론이 숨기거나 조작을 하니 몰랐는데 이제는 국민의 역사의식의 수준이 그게 아니거든요. 표에도 연결이 돼죠. 단지 먹을 걸 잘 제공한 정권이 아니라 정통성도 중요하다는 의식이 있고. 한나라당의 대다수가 그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니 저항하는 게 아니겠어요. 너희가 주류라고 자칭할 힘이 있어서 된거지, 정당한 과정으로 된거냐. 그렇지 못했다는 게 폭로되는 거죠.”
-수사 범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현재 법안은 계급에 관계없이 행위가 극악하면 조사대상에 넣는 걸로 했어요. 행위로 봐야 하고 계급만으로 행위를 뒷받침 해 주는 경우도 있어요. 고문은 수사관이 하고 검사는 그런 거 안하죠. 정형근은 자기 손에 피묻히겠지만.”
-이문열처럼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이 꽤 있는데
“정말 살려고 할 수 없이 했다면 그런 친일은 우리가 단죄할 수 없고, 단죄할 수 있는 시기도 이미 놓쳤죠. 그런데 먹고 살려고 했냐는 판단 자체도 한쪽에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내려야죠. 양쪽 주장이 평행선을 그으니 정리할 때가 된 거죠. 논쟁만 이어지고 사회적 비용만 든다면 객관적 위원회에 맡기는 게 낫겠다 해서 조사위원회를 만들자고 하는 거죠.”
“행위는 존재하는 거죠. 살인이 있으면 정당방위냐 고의냐는 나중의 문제고, 조사는 먼저 해야죠. 또 처음하는 조사인데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리고 이 법은 반민특위법의 정신을 잇고 있지만 차이가 있는 게 그건 처벌법이고 이제는 조사로 끝나는 거에요. 이제는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할 겁니다. 객관적 자료를 공표하는 것이 친일청산의 알파와 오메가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50년대라면 그렇게 했겠죠. 하지만 역사가 그 때 기준으로만 볼수는 없겠죠. 지금의 친일청산의 잣대가 있는 거죠. 조사와 기록을 제대로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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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신문인데 한번 잘못한 거 가지고 그럴 수 있느냐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살인이라는 게 그렇죠. 동네에서 아주 훌륭한 통반장도 사람을 죽이면 책임 져야죠. 전시의 친일행위는 전장으로 사람을 내몰았던 거고, 그건 사람을 죽이는 거니까. 그리고 민족신문이라는 건 자기들 주장인거고, 한번 객관적으로 검증해보자는 거죠. 만약 자기들 주장이 맞으면 앞으로 민족신문이 되는 거고. 시험을 볼 때도 자기가 마음대로 채점하는 게 객관적으로 되겠어요?”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에 조사대상을 확장했다는 것은 완전히 틀린 얘기입니다. 누더기가 된 원 법안은 김희선 의원의 민족정기의원모임에서 만든 법안이에요. 그게 누더기가 되니 시민연대(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시민연대)가 꾸려져서 만든 겁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맞길 수 없으니 시민연대가 만든 겁니다. 이 안을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것이죠. 문제제기는 시민연대에 해야 옳은 것이죠.”
“시민연대의 공동대표가 강만길교수, 최병모 변호사, 함세웅신부에요. 강만길 교수와 함세웅 신부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민주화에 앞장 선 인물들이죠. 최병모 변호사는 누굽니까. 디제이 옷로비 때의 특별검사 아닙니까. 국민의 정부, 그 치부를 드러낸 변호사에요. 이 세분에게 문제제기하라 이거에요. 그렇게 못하고 열린우리당에 그러는 건 한나라당이 정략적 의도를 드러내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