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는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 부친의 친일행적 추적보도와 이를 둘러싼 정치권 언론의 공방을 지켜보며 과거사청산의 본질이 심각하게 왜곡 호도되는 현실에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연구소는 일관되게 민족사의 과제인 친일잔재 청산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또 비록 선대의 친일행적이 분명하더라도 이로 인해 후손이 불이익을 당해서도 아니된다는 원칙을 견지해왔다. 따라서 연구소는 친일파 후손들이 기념사업이나 매국의 대가로 얻은 땅 찾기 등 정도를 벗어나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일체의 추적조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연좌제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과거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와 박관용 전 국회의장 부친의 친일논란이 있었을 때에도 연구소는 민족문제의 정치적 악용에 강력하게 항의,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의 사과성명을 이끌어낸 바 있다.
신기남 의장 문제의 본질은 부친의 친일전력 시비에 있지 않다. 오히려 부친의 경력을 시종 은폐하여 온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친일’을 비롯한 과거사청산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당의 대표가 먼저 고백을 하고 과거사청산을 공언하여야함이 마땅함에도 특정언론이 이를 폭로할 때까지 변명과 사실 은폐로 일관했음은 공인으로서 매우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신 의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신속하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거취 표명을 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국민적 동의와 지지 아래 추진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이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 의해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희화화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만한 조짐이다. 반민특위 와해 이후 또 한번 역사 청산 노력이 좌절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경계해야 할 것이다.
2004. 8. 17 민족문제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