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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독재시대의 과오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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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관/김윤상(patrick21) 기자   
 















▲ 한나라당 국가발전연구회 소속의원들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2004 오마이뉴스 김윤상
28∼30일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 중진과 소장파 의원들간의 격렬한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

비주류 의원들이 과거사 정리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지도부의 모호한 입장을 비판하고 나섰고, 소장파들도 당의 수구보수 이미지를 벗기 위한 ‘사상투쟁’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등이 참가한 한나라당 국가발전연구회(이하 발전연)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차원에서 행정수도 이전 반대입장을 정하고, 친일·독재시대의 과오도 사과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고진화 의원은 “17대 국회 물갈이로 더 이상 우리 당에서 독재시절을 옹호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과거사 문제에 떳떳하게 대처해나가야 한다”며 “친일 및 독재시절의 인권과 민주주의 훼손 부분은 사과해야 하고, 당과 특정인은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일부 잘못이 있는 사람들이 고백할 건 고백하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여전히 과거의 부정적인 모습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잘못 비쳐지고 있다. 만일 이런 모습이 사실이라면 이는 근대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이 힘을 합쳐 미래로 선진화로 나아가고자 하는 한나라당의 창당정신을 훼손하는 처사일 것이다.

(중략)… 과거의 잘못보다 더 나쁜 것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과거사 규명에 정정당당한 입장을 취하되 차제에 지난 시절의 공과에 대한 명확한 정립과 그에 따른 반성, 그리고 미래의 목표를 제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이번 연찬회에서 한국현대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부분에 대한 반성함과 아울러 우리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발전연은 수도이전 문제에 있어서도 반대당론을 조기에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문수 의원에 따르면, 26일 현재 한나라당 의원 121명중 87명이 수도이전 반대서명에 동참했다. 의원들의 72%가 반대 입장에 서며 사실상 당론이 결정된 셈인데, 당 지도부가 충청권 표를 의식해서 머뭇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전연은 “노무현 정부의 망국적 수도이전 계획에 단호하게 반대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 기회주의자에게는 기회가 없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고 한마디를 던졌다.

원희룡 “털건 털어야 홀가분한 싸움된다”

발전연은 23일 강화도에서 모임을 갖고 이 같은 입장을 정리했는데, 성명서에는 고진화 김문수 김영선 김영숙 김재경 박계동 박순자 박혁규 배일도 심재철 유정복 이경재 이계진 이군현 이재오 이재웅 정종복 주성영 홍준표 이상 19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비주류 의원들만이 아니라 김영선 최고위원, 심재철 기획위원장 등 중도성향의 당직자들도 가세했다는 측면에서 당 지도부가 이들의 목소리를 흘려들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장파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 ‘새정치수요모임’도 이번 연찬회에서 당의 정체성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하면 떠올리게 되는 ‘반공’ ‘수구’ ‘영남’의 세 가지 이미지와 결별하고 중도보수 노선으로 좌표를 재설정하지 않으면 2008년 집권은 불가능하다는 게 수요모임 의원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한나라당과 호남의 화해’라는 상징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소속의원 전원의 5·18묘역 참배에도 가장 적극적이고, 과거사 정리에도 단호한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수요모임에 많다. 원희룡 의원은 “과거사 진상에 대한 학문적, 체계적 규명과는 별개로 정치적으로 털건 털어야 (정부여당과도) 홀가분하게 싸울 수 있지 않겠냐? 아무래도 이번 연찬회에서 뜨겁게 싸움을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당내 비주류·소장파 의원들의 움직임에 당 지도부도 적잖이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힘을 모아 여권과 싸워야 하는 데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 당원들이 뽑은 당 대 표를 흠집내려 하는 기도라면 예삿일이 아니며, 그런 주장을 연찬회 때 한다면 다른 의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의장은 또한 “박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리를 이어받았다면 모르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지금 한나라당에 유신 때 있던 사람이 누가 있냐? 정확히 내용을 적시하고 그런 논리를 펴라”고 덧붙였다.
 

 


2004/08/27 오후 12:11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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