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귀족들이 한일 합방에 협조한 대가로 일왕으로부터 받은 돈을 일컫는 ‘은사금’의 합계가 현재 시가로 계산하면 3천600억원이 넘는다는 주장이 17일 제기됐다.
고려대 백동현 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우리당 최용규(崔龍圭) 의원이 주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 공청회’에 참석, “1910년 한일합방을 전후로 친일파 귀족들이 수령한 은사금은 모두 605만엔으로, 현재 시가로 환산하면 3천600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대표적 친일파로 꼽히는 이완용에 대해 “당시 15만엔을 은사금으로 받았는데, 금값을 기준으로 현재의 30억원에 해당한다”며 “특히 총리 대신에 오른 직후인 1907∼1910년 전국에 걸쳐 15건의 재산증식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침탈과정과 맞물린 각종 조약에 관여한 매국형 친일파의 후손들이 최근 재산반환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들의 재산은 대부분 은사금에 힘입어 증식된 것”이라며 “매국형 친일파의 재산에 일괄적으로 사유재산보호 원칙을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세일 선임연구원도 “친일 매국노의 후손들이 조상의 재산을 찾겠다고 민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친일 매국노 후손에 의한 재산반환소송은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27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제 법률체계를 이어받은 보수 시각의 일부 법학자들이 소급입법, 공소시효, 사유재산권 침해 등을 들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환수법에 반대하고 있다”며 유럽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어 법 제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반민족행위자에 대해 중국과 프랑스는 사형과 징역 등으로 처벌하면서 대부분 재산을 몰수했으나 우리나라는 33명만 유죄판결을 받고 고작 2명에 대해 재산의 반을 몰수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원대 이헌환 교수는 헌법적 검토를 통해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에 관한 특별법 제정은 제헌 이래 법률부재의 상황을 극복하고 재산환수소송에 대해 법원의 입장을 명확히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간사인 최 의원이 추진 중인 이 특별법은 일제 식민통치에 협력,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과 작위를 받았거나 을사보호조약 등의 체결을 주장한 고위 공직자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하고, 이들이 당시 취득했거나 이들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국가가 환수토록 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연합뉴스 04.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