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진상규명 움직임에 대한 보수언론의 ‘딴죽걸기’가 또 벌어졌다. 이번에는 한상범 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의 공청회 토론발언이었다. 보수언론들은 한상범 위원장이 지난 17일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환수 특별법’ 공청회에서 한 발언을 놓고 기사와 사설을 이용해 헐뜯기에 나섰다. 보수언론들이 문제삼은 발언은 토론에 참석한 한 위원장이 “친일파는 상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전직 대통령과 법조 관료들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 부분이다. 이들 언론은 친일청산과 관련 열린우리당과 대척점에 서있는 임태희 한나라당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막말’ ‘증오’ ‘원한’ ‘자학’을 들먹이며, 한 위원장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송병준의 후손들이 토지소유권 반환소송을 진행중인 것과 관련해 ‘친일파 매국대가로 취득한 재산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며 “흔히 상생을 얘기하는데 그 사람들(친일파)은 우리를 살려줬느냐”라며 “그들은 일제 때 독립투사를 때려 죽이고, 해방 후에도 쏴죽인 사람들이며 상생을 믿지 말라”고 말했다. 한상범 위원장은 “지금 친일파 숙청을 얘기하는 것은 이것이 일제 36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 자들이 미군정 때부터 실세를 장악해 비판세력을 좌익·용공·빨갱이로 몰아 죽였다”고 고 설명한 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과 법조관료의 과거 행적을 일례로 들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이승만 대통령의 경우 해방 후 친일파들이 은닉한 보물·금은붙이 등이 이승만을 돕는 정치자금이 된 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일 협정 교섭 당시 일본 업계로부터 6600만달러를 받은 점,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12.12쿠데타 당시 일본 대사관에 미리 알린 점을 들어 친일파의 후예였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사법부와 검찰에 대해서도 “(건국 직후) 우리나라의 법원과 검찰을 장악한 법조 관료 역시 대부분 친일파였고, 정부 수립 이후 (친일파 관련) 땅 소송도 말아먹었다”며 “한국전쟁 후 이들은 피난민과 고아를 위한 원조물자도 다 말아잡수시고 벼락부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 대로라면, 친일파 잔당이나 그의 후예들이 대통령이나 법조 관료가 돼 실세를 장악해 현재까지 친일파 청산이 되지 않았으므로 친일청산 문제는 현재까지 이어진다는 뜻이 된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 대목을 문제삼았다. <중앙일보>는 18일자 신문에서 친일·과거사 문제로 열린우리당과 대립 중인 한나라당 임태의 대변인의 말만을 인용해 “대통령·총리가 막말을 하더니 의문사위원장까지 막말을 내뱉고 있다”며 “이런 편협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 의문사위원장이라는 것이 문제”라며 딴죽을 걸었다. <중앙>은 나아가 같은 날 ‘막말이 판치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이미 한번 침략전쟁을 일으켰고 지금도 호시탐탐 적화를 노리는 거대한 무장세력과 대치중인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어디 있는가. 도대체 무슨 생각이 머릿 속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의문투성이인 의문사위원장”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 역시 20일자 신문 ‘의문사위원장의 증오와 원한과 자학’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한민국을 이토록 자학(自虐)하고 증오하는 사람이 어떻게 과거사를 조사하고 판정하는 책임자 자리를 맡을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한 뒤 “바로 이런 자학과 증오 때문에 과거사를 관장하는 자리에 발탁된 모양인데, 국민들로서는 누구 손에 칼을 쥐어준 격으로 등에 식은 땀이 날 지경이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20일 보도자료를 내어 “친일파 부류의 독재권력이 폭정시절에 탄압을 자행할 때에 독재권력을 행사한 자가 ‘상생’하자고 했나”고 반문한 뒤 “그들이 과거를 참회하고 용서를 빌어서 비로소 상생도 될 것이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상생’하자고 해서 과거를 흘려보내나? 지금 상생을 구실로 과거를 감추고 민주회복의 추진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누가 왜 상생을 내세우느냐를 똑바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친일파와 관련해서도 “일제패망 후에도 그들은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하여 미군정에 편승 야합하고 이승만의 실세가 되고 군사독재의 하수인이 되었다”며 “그들은 일제패망 후 8월 15일부터 9월초에 미군이 상륙해 일본제국 지배를 종결시키기 전까지 공백기에 일제 총독부와 군부는 기밀문서를 소각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친일파는 일본인 재산의 은닉 보관을 도왔고, 그 일부 자금이 이승만 등의 정치자금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발언과 관련해서는 “군사정권 하에서 박정희는 미국기밀문서 공개를 통해서 폭로되었듯이(한겨레 보도와 민족사랑 9월호) 한일협정 체결(1965) 이전에 이미 6천6백만달러를 은밀히 받아먹었다”고 밝혔고, “전두환 당시도 이미 1979년 12·12쿠데타를 박순원 교수가 영국 워릭대학에서 제출한 논문에 의하면 일본 대사관과 일본 우익의 대부 세지마 류조에게 통고하였다고 한다”며 친일문제와 부정축재 문제는 현재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상범 의문사 진상규명위원장은 올해 69살로, 1964년부터 동국대 교수(법학)를 지냈다. 참여연대 고문, 인권정보센터 회장, 한국민족연구소장 등을 지냈으며 민족문제연구소장으로 재직 당시 <친일파 99인>을 펴내는 등 친일청산과 민족정기 회복에 온 힘을 쏟아온 인물이다. 2002년부터 제2기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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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 친일파청산 발언에 또 ‘딴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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