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인 회개가 한국교회 치유”
![]() | ![]() △ 개신교의 ‘역사정리를 말한다’ 포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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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화해목소리
대형교회들과 보수단체들이 주도한 집회가 열린 서울 시청 부근에서 ‘한국 교회의 역사 정리’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 14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개신교단체 한시미션 주최로 열린 ‘역사정리를 말한다’ 포럼이었다. 이 자리엔 신학자와 신학생, 목사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개회 연설에 나선 이만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역사는 무엇보다 진실이 앞서야 화해를 도출할 수 있다”며 “자기 변명이 아닌 자기 고백적이며 약자를 생각하는 역사학이 되어야 평화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우스토프 교수 독일사례 강연
이어진 강연은 세계적인 신학자인 버너 우스토프 교수의 ‘나치 정권하에서 독일교회’. 우스토프 교수는 “독일 교회들은 나치에 동조하거나 방관했다”며 “히틀러를 지지한 것은 오래 전 상실했던 기독교의 중심적 지위와 권위를 회복하려는 욕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치는 실패했지만, 민중의 정치적 갈등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기독교 교회가 아니고 신이교도적이고 폭력적인 정치적 신화라는 점이 신학자로서 걱정스럽다”고 했다.
진보·보수쪽 패널 의견나눠
‘독일교회가 남긴 교훈, 한국 교회를 생각한다’는 주제로 패널 토의가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한시미션 대표 조병호 박사의 말대로 진보와 보수를 대표할만한 신학교와 언론인들이 패널로 등장했다. 먼저 말문을 연 것은 기독교방송 권혁률 팀장이었다. 그는 먼저 “한국교회의 분파가 과연 신학적 이념의 차이 때문에 나뉜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박정희 유신독재에 대한 협력이냐, 반대냐가 보수와 진보세력으로 고착됐다”며 “독재에 협력한 쪽은 ‘교회의 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자신의 행위에 대해 아무런 반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 ![]() △ 우스토프 교수와 이만열 국사편찬위원장. |
성공회대 부총장인 양권석 신부는 “같은 기독교 형제 자매나 교회와 대화조차 않는 이들이 교회 일치를 가장 강조하는 게 한국 교회의 실상”이라며 “식민주의, 반공주의와 결합해 약자를 짓밟으면서도 복음을 내세웠던 과거에 대한 역사적 반성의 부재에서 한국 교회의 문제가 유래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신학쪽인 고신대에서 온 양낙홍 교수는 “불의의 횡포와 깡패적 전횡에 대해선 보수든 진보든 상관 없이 선구자적 목소리를 내야했다”며 “그런 면에서 투옥과 고문을 감당하며 이런 민주주의 국가를 가능하게 한 ‘진보’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그는 “‘보수’가 중립적이라고 하면서도 실은 어용적 역할을 해왔다”며 “이에 대한 깊은 회개와 자성이 꼭 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에 경의” 밝히기도
‘중립’쪽으로 꼽힌 장신대에서 온 임희국 교수는 한국 교회의 상처를 치유할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는 “죄를 드러내는 두려움 때문에 과거를 무조건 덮자는 식의 ‘값싼 용서’로는 치유될 수 없다”며 “독일에서 나치에 저항했던 고백교회가 죄 고백을 주도해 교회들을 화해의 장으로 이끈 선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한국교회에서 1907년의 대부흥을 되살려보자는 ‘리바이벌 1907’을 부르짖는데, 실은 그 때의 운동은 개인이 죄를 자복하며 원수진 사람과도 화해했던 회개운동이었다”며 “이런 공개적인 회개에 의해 치유와 화해와 해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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