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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 맴도는 친일진상규명법, 24일 다시 타결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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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관(patrick21) 기자   














▲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여야의원들이 23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23일 오전 국회 행자위 소회의실.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 개정안을 심의하던 여야 의원들은 이용희 행정자치위원장이 격려 방문차 회의실을 들르자 잠시 뼈있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용희 행자위원장 “도대체 몇 달을 끌어야해? 하여간 빨리 끝내주슈.”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 “위원장님이 ‘심의를 오래해야 하니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기간을 정해놓고 얘기하면 곤란하다.”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 “위원장님이 한나라당 위원장 같더니 오늘은 아주 중립적으로 나오시네.”


친일진상규명법은 4대 법안을 포함해 국회에 계류된 쟁점 법안들중 유일하게 여야의 병합심리가 이뤄지고 있는 법안이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법안심의를 최대한 늦추려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노골적인 지연작전’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유기준 의원은 “친일진상규명법이 현대사기본법 논의에도 모델이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여야는 ▲’친일(親日)’에서 ‘부일(附日)’로의 명칭 변경 ▲조사대상자의 이의신청기간 30일에서 60일로 연장 ▲위원회 이의신청 결정시한 15일에서 30일로 연장 ▲조사대상자의 보고 및 의견진술기회 부여 현행유지 등 몇가지 기술적 조항에서 의견 접근을 보았지만, 조사위원회 구성과 동행명령제 도입, 제3자의 친일행위 피해조사 신청 등 핵심 쟁점에서는 여전히 원점을 맴돌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대통령직속기관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필요 없는 학술원 산하기구에서 민간학자들이 연구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날 소위원회에서 ‘증표’ 조항을 놓고 한참동안 공방이 벌어진 것도 이같은 시각 차이를 전제로 할 때 이해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개정안에 조사위의 실지조사를 규정하는 분야를 신설하고 ‘실지조사를 하는 자는 그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를 지니고 이를 관계인에게 내보여야 한다’는 조항(17조 5항)을 마련했다.

조사위원회의 권한 확대를 우려한 한나라당은 “이 증표가 한국전쟁 때의 완장을 연상시킬 수 있다”며 조항의 삭제를 요구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증표라는 게 별 게 아니다, 조사위원이 관계인을 만날 때 제시해야 할 신분증”이라며 반박했다.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증표 같은 게 있어야 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학술원 산하기구에서는 실지조사가 불필요하니 증표 같은 것도 필요 없다”는 한나라당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양당은 24일 오전 10시 소위를 한 차례 더 소집하기로 했지만, 여야 합의에 의한 타결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2004/11/23 오후 5:40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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