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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영웅시대와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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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konews80@hanmail.net


 



대중매체는 사회를 향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그것은 드라마, 뉴스 등 다양한 형식을 취하면서 사회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요즘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은 우리의 드라마가 그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드라마가 줄줄이 이어지는 사회에서 드라마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아는 사람은 안다. 더욱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감성적인 형식과 내용으로 철저히 포장되기 때문에 그 침투력이 뉴스나 다큐 등보다 강하다.


 













 



 


 


▲ MBC [영웅시대] ⓒ MBC


 


요즈음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밤에 방영되는 MBC TV의 창사 특별기획 드라마 <영웅시대>는 일부 등장인물들이 가명으로 처리되고 있지만 분명 5.16쿠데타 직후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 거기에는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이 애국충정의 화신으로 그려지고, 일부 재벌 총수들도 경제부흥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범적 경제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가명으로 처리된 일부 재벌 총수는 연기인이 그의 말투까지 흉내 냄으로써 40대 이상이면 누구나 아하 저 사람이 바로 현대, 삼성 창업주구나 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우리의 역사가들은 불법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정치군인, 경제개발의 논리 속에서 사사로운 이익을 취했던 일부 재벌들의 공과를 소상히 밝혀놓은 바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전하는 쿠데타 직후의 메시지는 너무 일방적이다. 그것이 우리의 가까운 과거를 옮긴 것이 아니라 하나의 허구라고 강변할지라도 그것은 ‘눈감고 아웅하는’식의 변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드라마가 전하는 전체적인 메시지가 바로 40여년 전 우리의 과거와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과거사 청산을 놓고 정치 사회적 논란이 비등한 이런 시점에 이런 식의 드라마가 공영방송의 이름으로 방영되는 것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가슴 답답하다.


 













 



 


 


▲ MBC [영웅시대]의 한 장면. ⓒ MBC


 


씁쓸한 MBC 드라마가 방영된 다음날인 30일 조중동은 여당이 4개 법안 연내 처리 원칙을 확인한 것과 관련, 조급하게 연내에 처리하지 말아야 하며 이 법이 통과되면 큰 일이 난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설을 일제히 내놓았다. 이들 3개지는 논거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 결론은 한결같다. 3개 사설의 눈에 띄는 부분들을 발췌해 본다.


조선은 “여당이 그렇게도 집착하고 있는 4개 법안은 우리 사회의 근본을 변경하는 일과 관련되는 것이다. 이런 일을 무리하게 몰아붙이려 하면 어찌 나라가 평안할 수 있겠는갚라고 쓰고 있다.


동아는 “경제 민생 법안부터 처리하고 4대 법안은 상황을 봐 가며 처리한다는 당초의 방침이 옳았다. 먹고 살기 힘든데 여당이 4대 법안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국민의 질타가 비등점을 넘어섰지 않은갚라고 논평했다.


중앙은 조선 동아보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어휘들을 동원했지만 결론은 동일한 목표점을 향하고 있다. 이 신문은 “4개 법안은 사안의 중요성만큼 시급을 요하지 않는다. 이들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다 해서 당장 국가운영이나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반대로 이들 법안을 무리하게 통과시켰을 경우 우리 사회 전체가 겪어야 할 분열과 그에 따른 진통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한다.


 













 



 


 


▲ 조중동


 


이들 3개지는 이들 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버티는 야당과 동일한 전선에 위치한다. 그러나 연내에 처리하는 것이 어려운 경제와 어떤 관련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왜 엄청난 파국이 오는지를 잘 설명하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 일방적이어서 협박 수준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강제로 미뤄지고, 덮어두었던 어두운 과거를 늦었지만 이제 바로 잡아 민족정기도 회복하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하지 않나? 그리고 그런 어두운 과거로 인해 엄청난 고난과 피해를 강요당한 이 사회의 소수들이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논조는 이들 3개지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현재는 과거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미래는 현재의 연장선상에 놓인다고 했던가? 이러니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이 과거와 미래 양쪽에 두 다리를 걸쳐 놓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힘차게 전진하기 위해서는 두 다리가 모두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균형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과거는 어떠했던가? 과거는 과거로 덥고 미래를 향해 가자는 식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런 주장을 펴는 이들이 대부분 과거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한 공통점이 있다.


오늘 우리 사회가 상당히 민주화되었다고 하나 과거의 그늘이 너무 짙어 밝은 미래를 전망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그런 분야가 수도 없이 많다. 그것은 부의 편재가 심각한 경제, 여론시장이 부당하게 독과점 된 언론, 정상과는 아직 너무 거리가 먼 교육 등등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부터 손꼽아 보아도 헤아리기가 벅차다. 오늘날 수출은 잘 되는데 내수가 어려운 경제와 같은 문제를 진단하는 시각은 여러 가지 일수 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에 걸친 한 쪽 다리와 미래를 지향하는 또 다른 다리가 서로 달라 우리 경제를 제대로 받혀주고 이끌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MBC 드라마의 부적절한 묘사와 조중동의 몸부림이 던지는 메시지를 통해 어두운 과거 세력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해답이 발견된다. 친일세력이 미군정 하에서 친미세력으로 둔갑한 뒤 뒤틀려 버린 이 나라의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 속에서 이룩된 오늘의 성장구조가 더 이상 국민복지와 국력신장에 기여하지 못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과거 미청산 때문은 아닐까? 어두운 과거 쪽에 집착하면서 그 투명한 청산을 거부하는 세력은 역시 그런 부당한 과거로부터 전승된 이익이 너무도 달콤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일부 수구세력이 검은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은 밝은 미래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반세기 넘게 지연된 과거 바로잡기가 이번에 다시 미뤄질 때 우리의 미래에서 희망의 빛을 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필자 고승우 박사는 1980년 당시 합동통신(현 연합뉴스) 근무 중 광주민중항쟁 보도와 관련해 제작거부운동을 펼치다 강제해직 당한 뒤 ‘말’지 편집장을 역임하고, 한겨레신문 창간작업에 참여해 민권사회부장, 출판부국장 등을 지냈다. 현재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성대 겸임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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