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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畵傳)-근대 200년 우리 화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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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200년 간의 화가와 작품 세계 담아
우리나라의 18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은 근대정신이 싹트기 시작해서 근대의 격정이 분출된 시기이다. 조선시대 말에 거칠게 시작된 개화와 일제의 침략, 동족간의 전쟁, 군사정권으로 급박하게 이어지는 파란의 역사이다.
이러한 질곡의 역사 속에서 화가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또 그림 속에는 그러한 역사가 어떻게 담겨 있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충실하게 답하고 있다. 시련의 역사 앞에 예술가들의 삶 역시 시련일 수밖에 없었다. 불운한 시대를 살아야만 했던 우리 예술가들의 험난했던 삶이 그들의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에는 그림을 통해 만나는 우리 근대와 화가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어 있다.
우선 근대 회화사의 흐름을 19세기와 20세기로 대별했다. 그리고 19세기 회화의 흐름을 네 가지로 나누었는데 ‘전화기의 쌍벽’은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를 이끈 거장들을 다루었다. 그리고 ‘신감각의 회오리’에서는 조선 근대 미술사의 첫 장을 여는 19세기 중엽 신감각파의 거장들을 다루었으며 ‘고전의 위력’은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고전 관학파에서 신고전 형식파에 이르는 화가들을 묶었다. 마지막으로 ‘사상의 거처’에서는 19세기 후기에 태어나 20세기 전반기에 인물, 사군자, 서예를 내세워 식민지 민족의 운명을 상징하는 이들을 담았다.
20세기 회화사의 흐름 역시 네 가지로 나누었다. 먼저 ‘현실과 진실’은 사실주의 화풍으로 식민지 시대정신을 담아낸 화가들의 이야기이고, ‘심미의 절정’은 격정의 세기를 살아가는 가운데 아무도 다가서지 못할 아름다움을 성취한 거장들을 다루고 있다. 다음 ‘황폐한 시절의 미학’은 뜨거운 가슴으로 온몸을 미의 제단에 바친 이들을 다루었으며 끝으로 ‘역사와 낭만’에서는 제국과 식민, 독재와 분단의 부대낌의 역사 속에서 동북아시아 양식을 성취하고자 했던 거장들의 예술 세계를 다루었다.


묻혀 있던 화가 조명
이 책에서 다룬 작가들을 보면 내로라하는 일급 화가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화단과 평단,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작가들이 많다. 그간 많이 언급되었던 유명 화가 대신 새롭고 정당한 평가가 요구되는 화가들을 많이 다루었다.
김주성과 오지호, 전기, 윤희순, 정현웅 등 일반 독자들에게는 낯선 월북 작가들까지 다루고 있어서 독자들이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을 만나볼 좋은 기회이다.


평이하면서도 중후한 문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담담하고 평이하면서도 중후한 문체이다. 일반 대중에게 미술은 어려운 것이었다. 미술을 설명하는 현학적이고 난해한 어조가 이런 인식을 굳히는 데 한몫을 해왔다. 어려운 예술 세계를 일반 독자들이 받아들이려면 일단 평이한 글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책읽기가 편안해야 이차적인 미술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진다.
예술을 ‘에세이식 글쓰기’로 풀어 가는 저자의 문체에는 분명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그러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다. 아니 오히려 중후하고 고답하다. 작품 감상의 묘미를 잘 살려내는 아름답고 유려한 문체에서 오랫동안 ≪가나아트≫의 편집장을 지낸 저자의 저력이 느껴진다.
독자들을 쉽게 읽히는 문체로 편안하게 이끌어 가는 이 책은 미술 전문가들에게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의 교양서로도 적합한 책이다. 날로 예술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는 요즈음 독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책으로 예술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친근한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독자들의 예술적 안목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풍부한 도판이 주는 감상의 재미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풍부한 도판에 있다. 다루고 있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들이 실려 있다. 많은 지면에 할애된 그림들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텍스트를 떠나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그림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그 그림들을 통해서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과 자연, 사상까지 엿볼 수 있다.
풍부한 도판 이외에도 다양한 용어해설과 각주풀이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사조나 전문적인 미술 용어 앞에서 주춤할 수밖에 없는 대중 독자들을 위한 배려이다. 교양서로서의 자격을 톡톡히 갖춘 셈이다. 예술서에 걸맞는 깔끔하고 세련된 편집 또한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최열 저 / 청년사 / 2004년 11월 / 2만4천원


※ 위 내용을 출판사인 <청년사>에서 작성한 책 소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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