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 이종진, 이희자, 장완익
2005/2/4
1. 취지
국가기록원은 개별 피해자의 요구가 아닌 일제강제동원피해자단체를 통한 명부열람신청을 거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기록원은 피해자들로부터 기록조회의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이를 해소시켜 달라는 피해자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2002년부터 관련단체가 열람을 요청할 경우 고령인 피해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발급을 허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나 이번의 조치로 피해자들의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일제가 제공한 명부에 기재내용이 개인의 신상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보호차원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미 2002년에 본인과 유가족만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인하여 서울, 대전, 부산에 소재하고 있는 국가기록원과의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예, 제주나 해남 등 원거리 지역)과 해외동포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감안하여 열람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 모두에게 이를 공개토록 조치해 달라는 피해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전범 관련한 기록, 상세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신상조사철, 포로에 관련된 기록, 군위안부 기록 등 일부 문서에 대해서는 본인과 유가족의 신청하에 공개하고 나머지 문건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알권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전면공개토록 한 조치였다.
국가기록원의 금번 조치는 개인의 신상정보를 담고 있는 정보라 하더라도 공개가 가져다주는 이익과 부작용, 비공개가 초래하고 있는 불편성과 발생하게 될 비용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내려졌어야 할 결정이며, 이 모두를 고려해 보았을 때 전혀 현실을 무시하고 행정의 편의만을 고려한 독단적이고 반인권적인 조치임을 명백히 밝혀둔다.
국가기록원은 정보공개 추진과 편의를 제공해야 할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가 피해자들로부터 받고 있는 피해신고에 역행하는 조치로 피해자들로부터 원성을 받고 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향후 이와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고,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가 개시한 피해신고에서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불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세한 신상정보를 담고 있거나 공개될 경우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일부 문건을 제외한 나머지 문건에 대해서는 누구나 열람 가능할 수 있도록 인터넷을 통한 원문서비스를 정식으로 관계부처에 제안키로 했다.
2. 공개거부처분의 배경
– 2004년 10월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이희자 공동대표 명의로 신청된 박정희 전대통령의 병적기록, 장준하선생의 기록 등 70여건의 기록을 발급.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조선인합사취하소송을 전개하면서 고 박정희대통령이나 장준하와 같은 유력인사의 기록에도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열람 신청함.)
– 고 박정희대통령의 기록을 담고 있는 임시군인군속계는 그 내용이 간략한 인적사항을 담고 있는 기록으로 이미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는 내용 이외에 새로운 사실이 없기 때문에 관련 학자들의 검토 결과 자료가치가 없는 것으로 결론
– 2005년 2월 2일 연합뉴스 기자가 자료검토를 의뢰받은 연구자로부터 확인한 고 박정희대통령에 관한 기록을 기사화했고 이를 주요 언론들이 보도함.
–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인의 신분이며 언론이 그와 관련된 자료를 공개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전혀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판단됨.
– 2005년 2월 2일 국가기록원 서울사무소장의 요청을 받아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사무국장이 동 사무소를 방문하여 보도경위에 대해서 소명했으나, 고 박정희대통령의 기록을 열람한 목적과 이를 언론에 제보한 경위, 문서열람을 신청한 단체의 대표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명의도용한 것 아니냐는 추궁, 이와 같은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본인과 유족 이외에 관련단체의 열람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통보받음.
– 2005년 2월 3일 국가기록원 본소에 관련단체 열람 불허조치가 본소의 조치에 의한 것인지 질의하고 그와 같은 논의가 있었다는 답변을 듣고 이에 원상회복 조치하지 않을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 통보
3. 일제강제동원피해자 명부의 원문 서비스 요청 배경
1) 자료의 특성
그동안 일본정부가 한국정부에 인도한 명부는 일제강점하 군인,군속,노무자,군 위안부 등으로 동원 된 자의 인적사항을 담고 있는 기록으로 1970년대 2만여명의 사망자명부에 이어 1991년~1993년 한국의 피해자 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시 노태우대통령 방일을 통해 일본정부가 전달한 군인,군속 관련 명부, 징용자 명부 등 48만여명의 기록이다. (별첨#1 국가기록원 소장자료 소개 참조)
이 기록들은 강제동원피해자들의 생사확인,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소송의 증거자료, 학술연구 등으로 활용되었고, 상세한 인적사항을 담고 있는 일부 기록을 제외한 나머지 기록이 일반에 공개된 2002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건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민원도 제출된 바 없다.
2) 기록 열람제한으로 받게 될 피해자들의 고충
국가기록원 소장 명부에 대해 열람을 신청하고 있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수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그동안 고령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본인의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원거리에 위치한 국가기록원 사무소까지 방문하여 발급받는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와 같이 관련 기록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사기사건이나 고액의 회비를 갈취하는 사건이 피해자들에게 빈번히 발생하여 관련단체나 개인을 통한 열람을 허용해 줄 것을 건의하여, 일반문서로 재분류하여 일반에 공개되었고, 2004년 3월부터 인터넷을 통한 열람이 가능해 졌다. (별첨#2 언론보도 참조)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가 2005년 2월 1일부터 6월 31일까지 피해신고와 조사신청을 접수함에 따라 전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피해신고를 위한 기록확인 요청이 국가기록원의 각 사무소에 쇄도하고 있다.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홈페이지 게시판 참조 – http://www.gangje.go.kr)
이번의 조치로 병상에 있는 생존자들이나 원거리, 해외에 있는 피해자들이 겪게 될 불편이 향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3) 원문 서비스의 필요성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는 16개지역의 실무위원회를 통하여 피해신고를 접수하고 있으며, 1차적인 입증책임을 피해자 본인이 하도록 되어 있고, 입증이 불가능 할 경우 인우보증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해방 60주년이 경과했고, 한국전쟁의 전란을 통해 많은 기록들이 소실되어 각 피해자 개인이 증거를 제시하기 어렵고, 또한 강제동원 사실을 증언해 줄 인우보증 역시 주변인 대다수가 사망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피해의 입증에 있어서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명부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피해자의 규모가 전국적이고, 국제적인 점을 감안하여 원문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4) 불필요한 비용부담
원문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 가며 국가기록원을 직접 방문, 또는 관련 단체나 개인에 의탁해서 본인의 피해사실을 증명할 기록을 발급받고 있다.
국가기록원 역시 피해자들로부터 엄청난 조회신청을 받고 있어 국가기록의 관리와 운영이라는 본래적인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것으로 예상되며, 엄청난 행정인력의 낭비를 겪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기록의 성격이 개인의 재산관리나 신분관리를 위한 것이 아니며, 생사확인이나 피해사실 입증을 위해 일본 국가가 관리해 온 문서를 인도받은 것이므로 고액의 수수료까지 부담해 가면서 발급받아야 할 특별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정부가 완전하게 전산화시켜 각 행정관청을 통해 본인들에게 직접 통지했어야 할 자료들이다.)
5) 해외의 사례
일본의 공문서관 산하 ‘아시아역사자료센타(http://www.jacar.go.jp/)’는 개인의 신상을 담고 있는 정보라 하더라도 공개가 이롭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서 조회,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원문서비스를 제공하여 일본내 국민 뿐만 아니라 해외의 연구자들에게도 좋은 호평을 받고 있다.
4. 결론
국가기록원의 관련단체를 통한 일제강제연행자명부의 열람을 금지한 처분에 대하여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며 이를 위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1) 강제연행자명부의 인터넷을 통한 원문서비스(필요시 인증절차(Login)를 밟도록 조치)
2) 강제연행자명부의 색인부를 각 시도 강제동원진상규명실무위원회에 보낼 것
3) 행자부 예비비나 국가기록원 예비비를 투여하여 피해신고 종료 이전에 사업을 완료할 것
4) 국가기록의 공개, 조회, 열람에 대한 일체의 규정 재정비
5) 이를 위해 범정부차원의 협조 요청
상기와 같은 조치가 조속히 마련되지 않을 경우 다음과 같이 행동에 나설 것이다.
1) 관련 피해자 단체,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공동대응
2) 행정자치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등에 탄원 및 청원서 제출
3) 피해자단체 대표들로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와 위자료청구소송 제소
4) 기타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 건의

행정자치부 산하 기관인 국가기록원은 ‘정보가 모이는 곳, 역사가 숨쉬는 곳, 미래가 보인는 곳’을 모토로 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http://archives.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