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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재산환수법 제정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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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965년 한·일협정이 체결된 지 40년 만에 한·일협정 문서의 일부가 공개됐다. 한·일협정 체결은 5·16쿠데타로 헌정을 유린하고 집권한 박정희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을 경제개발로 보충하기 위한 방편이었고, 일제강점하 강제징용·징병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을 희생시켰다.



1964년 3월 28일 학생과 시민들이 서울시내에서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시위가 확산되자 정부는 6월 3일 서울 일대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일협정 문서의 일부 공개로 일제에 강제로 끌려가 징용·징병 등에 동원된 국내 피해자 및 유족들의 보상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또 한·일협정에 대한 개정 또는 재협상의 요구가 거론되고 있다.



반대로 사회 일각에서는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반환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한·일협정 문서의 일부 공개로 인한 일제 강제 징용·징병 피해자 및 그 유족들의 보상 요구와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반환소송 제기는 해방 이후 친일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철저하게 수행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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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재산반환 소송 금지법 필요”(오마이뉴스, 05.02.17)


민족문제연구소 백동현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반환 소송은 27건에 25만3천7백49평에 이르고 있다. 완결된 토지소송의 승소율도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땅찾기 소송의 문제는 한일합병 때 일제로부터 작위와 은사금(恩賜金)을 받은 ‘매국형(賣國型) 친일파’에 속하는 후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유재산권의 법리만을 앞세워 친일재산반환소송을 청구하는 친일파 후손들은 그것이 매국의 대가로 취득한 장물이라는 것을 잊고 있다. 장물은 민족정기 및 정의의 개념에 반하는 것이다.



매국의 대가로 취득한 장물



후안무치한 소송을 막기 위해서라도 ‘친일재산환수특별법’ 제정은 시급하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생활고에 허덕이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사이 친일 후손들이 친일 대가의 재산권을 행사하고 법원의 힘을 빌려 조상의 땅을 찾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민족정기와 사회정의의 실종이다.



2001년 친일파 이재극의 손자며느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확인소송에서 서울지법 제14민사부가 “반민족행위자가 친일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보호해 달라는 것은 현저히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며 소를 각하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법원 판결은 친일파 후손들의 손을 들어줬다.
반민족적 범죄행위로 취득 형성한 친일재산을 단순히 소유권 보호라는 형식 논리적인 법리로 옹호하는 것은 실질적 정의를 유린하고 오히려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 임시정부 건국정신의 토대가 된 ‘대한민국 건국강령’은 건국 후 식민시대의 인적·물적 청산의 기본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건국강령과 제헌헌법의 헌법 전문과 부칙 제101조는 친일 반민족행위를 범죄로 보고 있으며 ‘매국친일의 대가’로 취득 형성한 재산은 반민족행위의 범죄로 인한 ‘장물’에 불과하다. 제헌헌법을 비롯한 현행 헌법상의 사유재산 보호의 법리는 범죄로 인한 장물을 보호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따라서 반민족행위자의 재산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또 친일재산환수특별법은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가 아니다. 법치국가에서 소급입법은 개인의 신뢰 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소급입법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매우 중대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소급입법이 가능하다.



징용피해자 등 보상에 써야



제헌헌법 제정 후 현재까지 수차례 헌법을 개정했지만 48년 제헌헌법 부칙 제101조에 규정된 반민족행위자 처벌 정신은 반민법의 폐지로 소멸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동안 제헌헌법의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헌법이 제정된 일이 없기에 친일재산환수특별법의 제정도 가능하다.
이제라도 친일재산환수특별법 제정으로 친일인물들의 반민족적 범죄로 취득한 장물재산이 오히려 법의 이름으로 보호받는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



친일과 매국의 대가로 취득한 친일파의 재산을 환수하는 것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사회정의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친일재산환수법을 제정해 매국의 대가로 형성한 친일재산을 몰수, 일제 강점하에 강제징용·징병 등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보상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경향신문, 05.02.14>


http://www.khan.co.kr/kh_news/art_view.html?artid=200502131837151&code=9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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