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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더럽혀진 망국의 친일역사가 아직도 청산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을사늑약 100년 광복 60년 한일협정 40년을 맞이합니다.
을사늑약 이후 100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계각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정치, 경제, 문화, 사회, 환경 각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과 변화를 이루고 있으나 유독 친일청산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음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1965년 굴육적인 한일국교가 체결되자 이에 분노한 민족역사학자 고임종국선생께서 친일문학론(親日文學論)을 출간하여 친일문제연구의 씨앗을 뿌렸고 그의 뜻을 이어받은 민족 |
문제연구소 임직원이 궁핍한 재정적인 어려움, 독재정권의 핍박, 감시 속에서 또한 우리국민들조차 무관심했던 역사의 뒤안길에서 이를 감내하고 노력한 결과 이제는 우리 민족역사의 연구, 조사, 개발의 중심처로 온국민의 믿음을 받고 있음은 자타가 공인한 바로 찬사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1949년 1월, 친일분자, 민족반역자의 처벌, 친일청산을 목적으로 발족한 반민특위가 온국민의 열화같은 성원속에서 활발히 업무를 추진중인 1949년 6월 6일 친일반역자 도당을 옹호하고 정권야욕에 혈안이 된 독재자의 지시에 따른 무력경찰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민족정기의 꽃도 피우지 못하고 그 열매도 거두지 못하고 와해된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친일청산이 매듭을 짓지 못하고 정치적 흥정거리로 전락되고 있음을 통탄합니다.
본인은 기회있을 때마다 친일청산은 정치적 논리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신문, 방송을 통하여 호소했으나 정치권은 마이동풍이었습니다. 2004년 11월 본인은 천안공원묘지에 안치되어 있는 고 임종국선생 25주년 추도식에 참석하여 녹음된 고인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이제까지 친일청산도 못하고 무엇을 하였느냐고 꾸짖는 듯 하였습니다.
본인은 1949년 발족한 반민특위에서 조사관으로 일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직접 체험한 사람으로서 고인의 영전앞에서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무력경찰에 의하여 매맞고 부상당하고 실업자 신세가 된 것도 억울한데 친일분자들의 중상모략으로 공산주의자로 몰려 신변안전을 위해 도피생활을 하였으나 지금도 친일청산의 뜻을 굽혀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고인의 영전앞에서 후일 나에게도 친일청산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든 성의를 다하여 헌신하겠다고다짐한 바 있습니다. 친일 매국행위로 일제에 충성한 공로로 일제에게서 받은 신분상의 명예, 권리, 정경유착으로 이어받은 부정한 재물로 이 사회를 주름잡고 살아온 지금의 만족한 여건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친일 수구하는 사람들에게 감히 말씀드립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개혁과 참여로 새로운 역사창조의 깃발을 높이 들고 힘차게 전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며 흐름입니다. 여러분이 알 게 모르게 이어받은 명예, 권리, 풍요로움으로 아무 부족함이 없이 평안한 삶을 살아오는 동안 조국광복을 위하여 귀중한 생명, 가족, 재산을 버리고 희생하신 순국선열, 독립투사 후손들의 처참하리만치 어려웠던 생활상을 생각이라도 해본 적이 있습니까. 어느 지방에는 70%가 문맹자였다고 합니다. 돈이 없어 초등학교 문턱에도 못가고 멸시천대를 받아오면서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분들의 어려운 생활은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분들은 애국자의 후손답게 긍지와 자부심으로 굳세게 살고 있습니다. 상처뿐인 영광을 안고 조국의 번영과 통일을 염원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걸어온 길과 뜻은 달랐어도 지금 이 시기, 이 땅에서 같이 숨쉬며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애국시민들의 따가운 논초리만 의식하지 말고 마음속에 남몰래 간직하고 있는 불안, 초조 그리고 아무일 없이 지나갔으면 하는 요행수를 바라는 어리석음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기 바랍니다. 아직도 여러분에 대한 동포애로서의 사랑, 형제자매로서의 사랑의 불씨가 꺼지기 전에 대오각성하고 자성하여 개혁에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가슴을 활짝 열고 따스하게 맞이할 것입니다.
친일청산이 정치적 흥정거리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됩닏. 친일청산은 과거를 캐내어 처벌하고 보복하여 상처를 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를 냉철히 돌아보고 자성하고 용서하며 화해하여 온국민이 하나되어 거센 세계화 물결을 헤쳐나가는 데 있습니다.
작금 일본에서는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하면서 독도의 날 선포를 획책하고 우리 수도서울 한복판에서 일본대사가 독도는 분명히 일본땅이라고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힙니다. 우리나라를 얕보는 태도는 일제강점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복잡한 국가간의 외교문제에는 말을 삼가겠으나 친일역사는 일제가 만든 더러운 역사입니다. 이 더러운 오물이 묻은 역사를 씻어내지 못하고 60여년동안 그대로 간직하고 살아왔습니다. 이 추악한 모습으로 일본에 대하여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까.
우리의 참된 민족사는 조국의 건국이념, 애국애족하면서 살아온 우리의 애환이 담긴 소중한 기록입니다. 친일역사와 같이 오욕된 역사까지 기록하고 주어담는 쓰레기통 역사가 아닙니다. 정부에 국회에 강력히 촉구합니다. 친일청산작업을 하루속히 진행하여 매듭짓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