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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오전 윤봉길 의사를 모신 충남 예산 충의사에 들어가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을 떼어낸 혐의로 입건된 양수철 서천 문화원장(전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에 대해서 9일 낮 12시 영장실질 심사를 맡은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방영달 판사는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씨의 경우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는 적지만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한다. 우리는 법원의 과도한 조치에 경악하면서 이번 사태가 역사정의실현 운동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먼저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0년 11월 당시 박정희기념관 반대 운동의 일환으로 서울 문래공원에 세워져 있던 박정희 흉상 철거 사건의 경우 불구속 재판을 거쳐 관련자 전원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2001년 11월 탑골공원 삼일문 현판 철거 사건 역시 벌금형을 받은 것과 비교해 이번 결정은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로 법원은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릴 필요’를 구속 사유로 들고 있지만 이는 이 사건의 본질적인 측면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양수철 전 지부장은 이미 실정법상 처벌을 감수하면서 현판 철거를 결행하였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가 우리 사회에 대해 외치고자 하는 바를 현판 훼손이라는 지엽적인 사안에 국한하여 매도하는 행태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을 애써 외면하는 외눈박이 역사인식의 소산이 아닐까 한다. ‘항일’운동가의 혼을 모신 공간을 황군장교 경력자의 휘호나 조형물로 장식하는 행위야말로 몰가치적이고 상식에 반하는 일이 아닌가. 비정상적인 현상을 시정하려는 한 시민이 우리 사회의 둔감한 역사의식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순수한 의도에서 철거를 강행한 것이 명백할진대, 방식의 무리함을 탓하기 전에 오히려 그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화답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적 대응일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이번 구속 결정으로 공론의 장이 마련되는 기회 자체가 원천 봉쇄되고 말았다. 셋째로 문화재의 올바른 복원에 1차적인 책임이 있는 문화재청은 물론 예산군과 청와대까지 나서서 양 전 지부장의 행위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일개 시민에게 전가하려는 비겁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양 전 지부장은 이미 1년 전부터 충의사 현판 교체를 요구해 왔지만 예산군이나 문화재청은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비단 이번 경우 뿐 아니라 친일혐의가 짙은 화가가 그린 천안의 유관순 열사 영정과 진주의 논개 영정 교체에 대해서도 지금껏 정부는 책임 있게 나선 적이 없었다. 이러한 정부의 책임 방기는 앞으로도 제2 제3의 사건을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충의사 사건 소식이 전해지자 고양시민회에서도 행주산성에 있는 ‘권율 장군 사당 충장사 현판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는 사실을 정부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해방 60년이 되도록 친일청산은커녕 친일매국노의 땅 찾기 소송에 대해 번번이 승소로 화답한 사법부의 역사 시계는 지금 어디에 멈추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과거 청산이 오늘과 같이 시대의 대세로 자리 잡게 된 동력은 정권이나 입법부 사법부의 의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각성된 시민들의 자기희생으로부터 나왔음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끝으로 우리는 양수철 동지를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하면서 본안 재판에서 역사정의에 입각한 법원의 합리적인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
2005. 3.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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