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25일 오전 10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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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장은 25일 밤 한국인터넷언론포럼 간담회에서 “광복 60주년이 되도록 친일반민족행위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은 치욕적인 일”이라고 일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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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시민의신문 양계탁 |
“일각에서는 친일 진상규명이 나라를 분열시킨다며 경제가 우선이라고들 하는데, 이승만 정권 때에도 이와 똑같은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런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두운 역사를 철저히 반성해야 빛이 보이는 법이다.”
지난 5월 31일 출범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친일진상규명위원회)의 수장 강만길 위원장의 말이다. 강 위원장은 24일 저녁 7시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언론인포럼 간담회에서 이같은 말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의 의의를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광복 60주년이 되도록 친일반민족행위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은 치욕적인 일”이라며 “독립운동사와 함께 일제 식민통치기의 부끄러운 역사도 연구·교육해야 하는데 그동안 이 문제를 소홀히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의 나라에 대해서는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다고 야단하면서도 정작 자기 나라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며 학계의 직무유기를 비판했다.
또한 강 위원장은 “일각에서는 왜 광복된 지 60년이 지난 이제 와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 규명을 거론하냐고 하지만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다 이유가 있다”며 “친일청산 뿐 아니라 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 개정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해방 직후 달성됐어야 할 역사적 과제가 미뤄지면서 친일파들이 살아남아 냉전수구 세력으로 둔갑했고, 이후 군사독재정권이 이어지면서 민주화가 선결 과제로 대두됐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미뤄진 친일청산 과제가 대두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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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길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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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시민의신문 양계탁 |
“남의 나라에게는 역사 반성 않는다고 야단하면서, 정작 우리는?”
강 위원장은 “지난 5월말 출범한 이래 위원회가 인력충원 작업을 시작해 최근 마무리됐다”며 “현재 국내외에 흩어진 자료현황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위원장은 “수집된 자료를 철저히 분석해 4년 활동시한이 마무리될 때 보고서를 낼 예정”이라며 “보고서는 친일반민족행위를 역사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논문과, 친일반민족행위자 개개인의 행적을 상세히 규명하는 두 부분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친일진상규명위원회에는 역사 전공자를 중심으로 한 석·박사급 연구자 70여 명과 정부부처 파견 공무원 28명 등 총 113명으로 구성돼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는 실무진의 조사 작업을 거쳐 ’11인 위원회(여당 2명, 야당 2명, 대통령 4명, 대법원장 3명 각 추천)’에서 최종적으로 선정된다.
조사 예상 인원과 관련, 강 위원장은 “반민특위는 600여명을 조사했고, 29일 발표 예정인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사 명단 발표는 4000명 선일 것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위원회는 향후 조사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돼봐야 알 수 있으며 현재로서는 예상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세간에서는 특정인이 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될 지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학문적 연구 및 그를 바탕으로 한 민족적 반성”이라고 말했다.
당면한 가장 큰 난제는 자료 확보
그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이라는 사안 자체의 민감성 및 진보적 학자의 길을 걸어온 강 위원장의 행보와 관련, 각계의 수구세력이 위원회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돼왔다.
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국회에서 정한 법 테두리 내에서 자료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만큼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지는 않는다”며 “반민특위와 비교하면 시대도, 세대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나서는 세력이 있다면 이는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던 세력과 연계됐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나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해 강 위원장은 “중국 등에 있는 자료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만행에 관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일제 조선군사령부 자료·고등경찰 자료 등이 1945년에 소각되는 등 자료가 적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위원회는 자료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보를 광범위하게 받고 관련 인물들의 증언과 진술도 청취해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제보와 증언은 반드시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강 위원장의 설명이다.
강 위원장은 “나라와 민족을 판 자들의 죄를 다스려 사회정의를 세우지 않고 어떻게 문명국이라 할 수 있겠느냐”는 말로 간담회를 마쳤다. 이날 포럼은 밤 9시께 끝났으며, 주요 인터넷언론사 편집국장을 비롯 10여명의 기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오마이뉴스, 05.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