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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선생님께서 보시기 껄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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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 바이러스
이화형 기자

 

  난생 처음 검열이라는 것을 당해보았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의 교지 편집위원장으로서 나는 교지 담당 선생님과 더불어 술한 고생을 해가며 겨우 교지를 완성하였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최종 편집 때 선생님께서 나의 글을 읽으시더니 "얘야. 이런 글을 적으면 교장, 교감 선생님 보시기 쫌 그렇다. 뭐, 너의 생각이 그르다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 껄끄러운 내용들이 있단다." 하시며 나의 글을 삭제하시겠다고 하셨다. 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따라야만 하였다.

  

  이제껏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교지 만드는 일에 선생님을 정성껏 도와주었다. 고등학생들의 성적올리기에 황금같은 시간인 자율학습시간도 매일 한 교시씩 써가며 그를 도와 주었건만 되돌아오는 것은 검열! 나는 하도 당황스럽고 화가나서 그날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교지의 독자는 교장이 아니라 학생

  

  교지의 독자를 누가 교장, 교감이라 하는가? 교지의 궁극적인 독자는 오르지 학생뿐이다. 학생이 주체적으로 글을 싣고, 자신들만의 글을 읽는 것이 바로 교지이거늘……

  

  하기사. 내가 언젠가 그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적이 있었다.

  

  "선생님 서정주 시인은 친일을 했고, 박목월 시인은 박정희 시대 때 박정희 찬가를 작사했는데 그들을 진정한 대한민국의 시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가 대답하길 "그 시대에는 그럴 수 밖에 없었어. 별수 있겠어?" 답답하고 통탄할 노릇이다.

  검열당한 글을 공개한다.

  

  뭐, 검열당한 글을 공개한다고 해서 이 글이 친북(親北), 찬공(贊共)적인 글은 전혀 아니다. 민족의 반역지(反逆紙)인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의 그릇된 보도에 관한 글이다. 나는 다수의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실었는데…….

  

  하소연 할 길이 없어 바이러스에 싣는다.
<민중의소리, 05.09.14>

 “KBS 미디어 포커스를 보고 나서“

  

  「전환시대의 논리(리영희 저)」-강요된 권위와 언론의 자유-를 읽고

  

  지난 토요일 밤, 나는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한 프로를 보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인데, 기자들이 나와 무엇인가 열변을 토하는 것이 보였다. 호기심을 가지고 꾸준히 보았더니 그 프로그램의 이름이 미디어 포커스라는 것과 프로그램의 장르가 시사 비평 프로그램임을 알게 되었다.

  

  그 날의 주제는 「세지마 류조」라는 일본 극우 거물급 인사가 한국에 미친 영향과 관련한 국내 언론 보도의 실태를 고발하는 것이었다. 세지마 류조라는 인물은 일본 정계(政界), 재계(財界)에서 추앙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관동군(關東軍)을 지휘한 적이 있으며, 이 때 한국 출신 일본육사생도(陸士生徒) 및 한국 출신 일본 관동군들과 상당한 친분을 나누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이 있다. 세지마 류조는 박정희 군사 독재 정부를 상당히 지원했으며, 나중에는 한일 외교수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전두환, 노태우는 관동군 출신은 아니지만, 박정희의 연장선상에 있는 친일, 반민족의 극치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여서 동급 취급하였다.)

  

  또, 그는 생진에 이병철 회장과 깊은 인연을 나누었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과거 사실상 삼성이 소유했던 중앙일보는 세지마 류조를 상당히 미화시켰다. 그는 관동군 출신, A급 전범이며 과거사를 전혀 반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칼럼에서 세지마 류조는 과거를 반성한 지성인이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참고로 현재 세지마 류조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후원하고 있으며 일본 극우 재야세력으로서 일본 내에서도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도 그에 관한 특집기사에서 그를 참된 일본인이며 과거사를 반성한 사람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우리 보수 언론들은 그에 대한 이미지 조작을 하는 것일까?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의 거대 기업과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일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으로부터 산업 기술 수입과, 미소 냉전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미국지배 체제로의 편승 때문에 우리는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일본과 수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과 일본을 드나들며 양국간의 다리 역할을 하였던 이가 바로 세지마 류조이다. 따라서 그가 어떻게 한국의 이미지를 일본에 전달하느냐에 따라 국내의 정치, 경제가 좌우되었다. 그리하여 정부 및 기업은 일본의 대한(對韓)투자 그리고 정치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그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그는 일본 정부와 기업에서 신적인 인물로 추앙받고 있는 존재다. 비록, 참여 정부는 과거 권위주의적인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는 않으나, 거대 기업들은 여전히 대일의존이 강하므로 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고로, 현재 거대 자본의 지배를 직,간접적으로 받는 메이저급 신문들은 그들에 맞는 보도를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 보수 언론이 세지마 류조에 대해 찬양하고 옹호하는 이유이다.

  

  (솔직히 우리의 주체적 수교 였으면 우리가 세지마 류조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일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이것은 미국에 의해 강압적으로 맺어진 수교라서, 우리가 일본에 비해 외교적 우위에 있지 못하였다. 회담 내내 저자세로 일관하였고, 대일 보상도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받은 피해에 비하면 백만분의 일도 안되는 수치였다. 실상 미국 지배 체제 하에 있는 대한민국은 미국의 힘에 의해 미국의 아시아 장악정책의 거점인 일본과의 강압적인 수교를 한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 잘 보이는 것이 미국에 잘보이는 것이므로, 과거 우리 정부는 – 뭐 친일적인 성향도 있었겠지만,- 일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전환시대의 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군부 독재 시대의 지성인으로서 존경받고 있는 리영희 박사님께서 쓰신 책으로, 상당히 진보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그 분의 책「전환시대의 논리」맨 첫 장(章) 이 「강요된 권위와 언론의 자유」인데, 그 주요내용을 요약하자면, 언론은 강요된 권위에서 벗어나야 하고, 권위에서 벗어나려면, 사회적 제도 즉, 사법권의 독립(형식상이 아닌 실재(實在)상의 사법권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가올 미래를 살아갈 우리 젊은이들은 냉전 시대의 반지성성(反知性性)에서 벗어나, 올바른 지성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비록 사회적 제도가 정의롭지 못하여 언론이 억압받을지라도, 언론은 정의에 그릇된 것이 있으면 즉각 국민에게 보도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수 언론들이 친한파(親韓派), 지한파(知韓派)라는 명목으로 소개한 수많은 일본 극우 인사들을 우리는 과거를 반성한 일본 내에서의 용기 있는 지성인라고 믿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이 소개한 친한파, 지한파들은 과거를 반성한 용기 있는 지성이 아니라, 과거 한국을 지배한 경험이 있던 자(者) 혹은 지배할 의욕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그리고 나는 일본 극우파들이 우리 경제계, 정치계, 언론계에 아직도 깊은 영향력을 행사함을 통감하고, 그들의 세력을 하루 바삐 뿌리 뽑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었다.

  

  나는 우리 언론들이 하루바삐 무지에서 깨어나, 진보를 향한 걸음마를 시작했으면 한다.

  

  진정한 보수(保守)는 자유민주주의의 참된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보수는 자유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우리 민족의 뿌리,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본질적인 것에서 벗어난 보수를 나는 깊이 경계한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주장하는 보수의 이념을 우리나라 보수정치인, 보수 언론인들이 본받았으면 한다. 또, 그러한 자유민주주의, 참된 민족주의를 옹호하는 가치들이 마음껏 담겨진 신선한 신문을 매일 아침 받아 보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리영희 박사님께서 책에서 말씀하시듯, 언론 특히, 신문들은 과거의 억압된 권위와 거대 자본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한 외압세력에 굴복하지 않고 진정한 가치를 위하는 길만이 우리 사회에 유용한 언론이 되는 것이다.

  

  이전까지 우리 국민들이 무지하여, 언론의 보도를 꽤 신뢰해왔지만, 국민들의 지적 수준의 향상으로 그들은 상당히 계몽되었고, 총명하다. 따라서 보수 신문들은 진실만 말해야 하고, 보수 언론이면 보수 언론답게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 그것이 똑똑한 우리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지 않을 유일한 길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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