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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기념관 관련 판결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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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광복60주년을 맞은 지난 2005년은 민간 뿐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우리 근현대사의 어둡고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커다란 노력을 기울였던 해이다. 그 성과 또한 적지 않아 2005년은 과거사청산의 원년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05년의 막바지인 12월 3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판사 안철상)가 사단법인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가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고보조금 교부결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결정을 내린 것은 대단히 뜻밖이며 실망을 감출 수 없다.



박정희기념관 건립 사업과 국고보조금 교부 결정은 ‘국민의 정부’ 시절 정치적 당리당략과 야합에 의해 추진되어 왔다는 점에서 그 출발부터가 잘못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구나 오늘날 시민사회와 국가 영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수많은 과거사 진상규명과 청산은 상당 부분 박정희집권기에 이루어진 어두운 범죄와 상처를 규명하고 치유하는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그런데도 박정희기념관 건립에 대한 국가보조금 교부를 재개하라는 것은 앞으로 가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라는 것이라 하겠다.



만일 국고 지원에 의해 죽어가던 박정희기념관 건립사업이 되살아난다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추진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의의는 퇴색될 것이며, 참여정부의 과거사 청산 의지와 그 진정성 또한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행정자치부가 마땅히 항소하여 책임 있는 기관으로서 그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최근 박정희 시절 자행된 사법살인이라 할 인혁당 사건에 대해 법원이 뒤늦게나마 재심 결정을 내린 것을 주목한다. 과거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어나 국민에게 겸허하고 역사 앞에 정직하기 위한 사법부의 진지한 자기 변혁의 청신호임을 애써 기대하고자 한다. 법도 역사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 다시는 불행한 과거의 멍에를 넘겨주지 않으려는 과거사 청산의 흐름에 사법부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상급심의 현명한 판결을 엄중히 촉구한다.


 


2006년 1월 3일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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