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세계한민족축전, 문화부 외면에 해외동포들 ‘상처’-스포츠조선(06.09.22)

149

세계한민족축전, 문화부 외면에 해외동포들 ‘상처’ 
 

 
 정부의 속좁은 처신에 천리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동포들이 상처를 받게 생겼다.

21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2006세계한민족축전에는 멀리 브라질에서 노구를 이끌고 고국을 찾은 독립운동가의 자손인 고광순옹(85)을 비롯해 입양아 출신 박지현씨(여ㆍ31ㆍ노르웨이) 등 41개국에서 550여명의 해외 동포들이 참여했다.

 이 축전은 지난 89년 서울올림픽 1주년 때부터 재외동포들에게 한민족의 자긍심 고양과 해외동포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시작됐다. 지난 몇년 전까지는 대통령이 청와대에 이들을 초대해서 다과를 베풀며 따뜻하게 환영했다. 이후 참가자수가 많아지면서 문화관광부 장관이 대통령의 축하메시지를 읽고 대신 환영해왔다.

 하지만 올해 문화관광부는 89년 이래 계속되어온 전통을 깨고 대통령은 물론, 문화관광부 장관도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 이유는 이 축전의 주최, 주관처인 국민생활체육협의회(국체협)가 이강두 회장대행 선출 후 문화부 승인도 받지 않고 행사를 치르는 만큼 이 행사 역시 파행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문화부 조현재 체육국장은 “회장대행에 대해 문화관광부가 승인도 하지 않은 위법성을 가진 단체 행사여서 장관이 갈 순 없다”고 답했다.

 올해만 해도 볼리비아, 에콰도르, 칠레, 온두라스, 보츠와나, 수리남 등지의 동포들이 속속 고국 땅을 밟고 있다.

   21일 아내 곽영애여사(82)와 함께 55년만에 고국을 찾은 고광순옹은 “죽기 전에 한번 고국 땅을 밟고 싶었다”며 “이번 방문 기간에 제2 고향 부산을 비롯해 잘린 남쪽 땅을 가슴에 담아 가겠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인 독립운동가 고창희 선생은 1921년 대한독립 임시군정부를 위해 국내에서 군자금 모금 활동을 펼쳤고, 일제의 관청 파괴, 친일관리 처단을 계획하고 모험청년단을 조직해 활동 중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 10년간 수감 후 풀려나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다.

 고광순옹뿐 아니다. 수많은 동포들이 가슴에 아픈 사연을 가득 담고 고향을 찾았다. 그런데 정작 이들에게 결속력과 자긍심을 심어줘야 할 정부가 이들 앞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이들을 문전박대한다면 과연 이 행사의 의미가 있을까.

 그동안 문화부는 국체협이 대의원총회를 통해 재적대의원 150명 중 138명이 참석해 123명의 찬성으로 뽑힌 이강두 회장대행의 승인을 거부해왔다. 이유는 ‘정치적 중립’ 인사가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해 국체협은 자체적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며, 현재 각 체육단체에 13명 이상의 현역 국회의원이 단체장을 맡고 있는 점을 들어 문화부의 부당성에 맞서며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화부는 지난 8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공문을 보내 ‘생체협이 회장 선출과 관련해 수차례의 당부, 주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기관을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생체협에 대한 4분기 예산 배정 보류’를 요청했고, 다음날인 9일에는 생체협에 공문을 발송해 4분기 국민체육진흥기금 세부 집행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이에 대한 적정성을 검토한 뒤 배정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세계문화축전에도 문화관광부 장관의 불참을 알렸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