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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질텐데 문화재는 무슨…일제 잔재니 당연히 허물어야…-부산일보(0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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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질텐데 문화재는 무슨…일제 잔재니 당연히 허물어야…

“무슨 말씀… 멋진 자산인걸요”
시청 근대문화유산 설명회서 ‘등록문화재’ 제도 활용 역설
지정문화재와 달리 리모델링·보조금 등 갖은 혜택
 
 

이만열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위원장 
 
“근대문화유산을 허물어버려야 하는 일제 잔재로 볼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의 장이자 지역의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보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등록문화재 제도에 대한 시민과 지역 사회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만열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위원장(68·전 국사편찬위원장)은 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근대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에 관한 설명회에서 근대문화유산과 등록문화재 제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부산에서는 지난 4일 동해남부선 간이역인 송정역이 부산임시수도 정부청사에 이어 두 번째로 등록문화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1년 등록문화재 제도가 시행된 지 5년.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문화재는 모두 319건에 이른다.


“근대문화유산 소유자들은 생활에 피해를 주거나 부동산 가치가 떨어질까봐 문화재 등록을 꺼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등록문화재는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지정문화재와 달리 문화재 특성만 지킨다면 다양한 리모델링이 가능합니다.”


이 위원장은 일제 경성재판소 건물에 들어선 서울시립미술관이나 인천 차이나타운의 국내 최초 자장면집 공화춘 등을 예로 들었다. 문화재로 등록되면 용적률 할증이나 각종 세금 감면,수리비 국고 보조금 지원 등 혜택도 있다.


19세기 후반 개화기부터 1950년 전후까지의 근대문화유산이 등록문화재 대상이고 보니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경남 통영시 옛 통영군청 건물이 윤이상 음악제를 주관하는 페스티벌 하우스로 활용되고 있는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성웅 이순신의 고장에서 어떻게 일제 잔재를 문화재로 등록하느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세계적인 음악가를 기리는 새로운 우리의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전남 57건,서울 47건 등에 비해 2건에 그치는 부산의 등록문화재 수는 조만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최근 현장조사를 거쳐 7~8건의 추가등록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건축가 고 김중업 선생의 처녀작으로 초기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부산대 옛 본관 건물,1920년께 한국인 최초의 종합병원으로 지어진 초량동 옛 백제병원,일본인의 별장이었다가 미군정청,부통령 관저 등으로 쓰였던 온천동 동래별장 등이 등록문화재 후보에 올라 있다.


일제 강점기 모던한 건축 양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옛 경남상고 본관,목조·일식주택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수정동 정란각,1910년 수도용으로 축조된 우리나라 최초의 콘크리트 중력식댐 성지곡수원지 등도 보존 가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문화재청은 특정 건물뿐만 아니라 산업 유산이나 예술품,담장길,마을 등으로 등록문화재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일본의 메이지무라 박물관이나 하우스텐보스 마을처럼 근대문화재를 한 곳에 모아 역사 체험 학습장 겸 관광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문화재와 역사 전반을 아우르는 정부 부처로 문화유산부(가칭)를 신설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 전담부서의 인원과 조직을 확충해야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과 한국사학회 회장,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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