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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각의 강제동원 증거 부인 공식화 파문-연합뉴스(0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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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각의 강제동원 증거 부인 공식화 파문>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 정부가 16일 각의에서 군대 위안부 강제동원을 공식적으로 부인해 파장이 주목된다.

물론 일본 정부의 이런 입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틈만 나면 “위안부 강제동원의 증거는 없다” “광의(廣義)의 강제성은 있었어도 협의(狹義)의 강제성은 없었다”는 발언을 해 온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국회 답변이나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지만 각의에서 “정부가 발견한 자료들 가운데서는 강제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기술(記述)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내용을 공식 채택함에 따라 아베 총리의 ‘사죄’ 입장 표명으로 다소 진정국면에 들었던 파문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일본 정부는 고노(河野)담화 발표에 앞서 1991년 12월부터 1993년 8월까지 정부가 관계 자료 조사와 관계자들에 대한 의견 청취를 실시했다고 밝히고 이러한 자료들 가운데 군이나 관헌(官憲)에 의한 강제연행을 입증하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강제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는 아베 총리의 입장을 공식 추인한 것이다. 물론 정부가 앞장서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고 위안부 강제동원 여부를 묻는 쓰지모토 기요미 사민당 의원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이런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미국 하원 외교위에는 이미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비난하는 결의안이 제출돼 있다. 아베 총리의 강제동원 부인 발언으로 미국내 분위기도 일본에 비판적으로 변한 상황이어서 결의안 가결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일본측의 태도에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 유기홍(柳基洪) 의원은 15일 일본을 방문해 국회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는 한편 16일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베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고노담화의 주역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중의원 의장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담화는 신념을 갖고 발표했다. (당시) 그대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고 자민당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수정론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이러한 안팎의 상황 변화를 감안해 지난 11일 NHK 방송과의 인터뷰에 이어 12일 “고노 담화를 계승해 나간다는 것은 일관된 자세다” “사죄의 마음은 (전 총리들과) 다름없다”고 완곡한 화법으로 사죄의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는 물론 한국에 이어 중국이 위안부 관련 발언을 비판하고 나오고 중국 내의 대일본 여론이 악화돼 내달로 예정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일본 방문을 앞둔 분위기 조성이라는 측면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내에서는 여전히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고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 등 일부 우익 인사들은 아직도 공공연하게 고노담화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내달 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론 추이에 따라 수시로 위안부 문제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가 쟁점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15일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 동결해제 방침을 밝히는 등 양국간 관계가 진전되면서 아베 총리나 여권은 당혹스런 상황이란 점도 간과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국내 상황에 따라 위안부 문제나 역사문제를 계속 건드릴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어 후유증만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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