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제조기’ 이시하라가 흔들린다
이례적인 관심… 90% “투표 하겠다”
8년간 도쿄도를 지배(?)해온 이시하라 신타로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 4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도쿄도지사 선거전(4월 8일 투개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의 후보 마감 전부터 현 도지사인 이시하라 신타로(74), 도후쿠 지역의 미야기현 지사를 12년간 역임한 아사노 시로(59), 도쿄도 아다치 구청장을 맡은 요시다 만조(59), 그리고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쿠로가와 키쇼(72)의 열띤 공방은 일본 매스컴의 전폭적인 관심은 물론 투표권이 없는 다른 지역의 유권자들마저 이목을 집중시켰다.
4년전 44.84%의 저조한 투표율에 비해 이번에는 도민들의 투표 의지도 강하다. 교도통신과 NHK가 도쿄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꼭 투표할 것(60%)”, “투표를 할 생각이다(28%)”등으로 집계되어 투표참가의 의향을 밝힌 사람이 약 90%에 육박하는, 전대미문의 이례적인 열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왜 사람들은 이번 도쿄 도지사 선거에 열광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 지난 15일 나카노 제로홀에서 열린 유력 4후보 공개토론회. 올림픽 유치건에 대해서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이시하라 후보만 계속 추진하겠다는 동그라미 패널을 들어
올렸다.
ⓒ2007 박철현
내각제 국가 ‘직선 수도시장’의 힘
먼저 모든 부분에서의 규모가 다른 지역과 차원을 달리 한다. 도쿄도지사는 웬만한 보통국가의 대통령을 능가할 정도의 자금을 주무를 수 있다. 2007년 일반회계 보고서를 보면 도쿄도의 세입은 6조 6020억엔(약 55조원)으로 간사이 최대의 도시인 오사카(3조 1230억엔)의 2배이상이다. 세계 최대의 도시인 뉴욕(5조 8699억엔)마저 웃도는 재정 규모를 관리한다.
또, 도쿄도내 총생산 규모는 84.8조엔으로 일본의 총 GDP(505.9조엔)의 대략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한국(51.9조엔)이나 인도(59.1조엔), 브라질(61.9조엔)의 GDP를 웃도는 액수이다. 2006년 1월 통계에 의하면 인구는 대략 1200만명으로, 이것은 일본의 총인구의 9.71%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호 도시인 서울특별시의 대략 980만명을 웃돌고 있다.
그러나 이런 통계적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도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다는 점이다. 일본국 헌법 제93조 2항은 “지방공공단체의 장, 그 의회의 의원 및 법률이 정하는 그 외의 관리는, 그 지방공공단체의 주민이, 직접 이것을 선거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반면, 국가의 톱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각총리대신은 “내각총리대신은 국회의원중에서 선출되며 국회 의결로 지명한다”(일본국 헌법 제 67조)는 이른바 국민이 선출한 의원에 의한 간접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시하라 도지사가 사적인 자리에서 아베 현총리를 ‘아베군(君)’으로 부르는 것이 용납되는 것에는 이러한 직접민주주의로 선출된, 일본 심장부의 대통령이라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시하라의 아성이 무너져내리는 소리
그렇지만 이번 도쿄 도지사 선거가 모든 이의 관심을 끄는 데는 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 퇴진하지 않은 한 죽을 때까지 도지사를 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시하라 도지사의 아성이 무너질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4년전 이시하라 도지사는 300만표를 넘는 압도적인 득표(2위가 약 80만표)로 2기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배기가스 규제법, 주부 샐러리우먼을 위한 역앞 보육원, 가로수 100만그루, 후쿠오카와의 올림픽 유치대결에서의 승리 등으로 인해 신망을 얻었다. 물론 이번 선거도 낙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작년 중순부터 공무집행비의 사적 유용, 화가인 자신의 막내아들에게 문화 관련 프로젝트의 총책임을 맡기는 등 이른바 측근/사적정치의 폐해가 발각되었다. 그리고 74세라는 나이.
또한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이시하라의 이른바 ‘망언’들도 일부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만 추려 보아도 한국인과 대만인에 대한 “삼국인” 발언, 올림픽 유치를 놓고 경합한 후쿠오카시를 지지한 도쿄대 강상중 교수에 대해 “외국의 수상한 사상을 가진 학자” 발언, 프랑스의 숫자 세는 발음에 대해 “이렇게 복잡해서야 언어라고 할 수 없다”는 발언 등이 있다.
강력한 경쟁자 아사노 시로의 등장
이러한 상황에서 이시하라와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정보공개, 복지의 달인 아사노 시로의 등장은 유권자의 마음을 “혹시 모른다”로 변하게 만들었다.
아사노 후보가 3월 10일 출마를 공식선언하자 이시하라 후보는 웃으면서 “비로소 반려자가 등장했네”라며 여유를 보였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게 여의치 못하다.
이시하라 진영에 합류한 선거기획의 귀재 삿사 아츠유키(76)씨는 오마이뉴스에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당한 접전이 예상된다”고 심경을 고백하면서 “캐치프레이즈는 ‘반성해 이시하라, 그렇지만 역시 이시하라’인데, 이시하라 도지사는 반성하는 방법이 조금 서툴러서…”라고 웃음을 지었다. 물론 여기서 반성은 공무집행비의 사적유용에 대한 것.
오마이뉴스 재팬이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지난 15일의 공개토론회에서도 이시하라 후보는 아사노 시로를 비롯한 다른 유력후보 3명에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올림픽 유치, 전국 최하위의 정보공개 행정등을 집중공격당했다.
올림픽 유치는 이전부터 계속 의문시되어 온 것인데, 반대후보들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된 후 2016년 다시 아시아에서 유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시하라는 “20대 시절에 본 도쿄올림픽의 감동, 꿈, 희망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면서 “다시 한번 여러분들과 그 기분을 맛보자는 것”이라며 유치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도쿄도의 정보공개 행정은 2006년 전국 47개 지자체 가운데 최하위로 평가받았다. 이는 대항후보인 아사노 시로가 지사를 맡았었던 미야기현이 전국 1위의 정보공개지자체로 평가받았던 것과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실제로 아사노를 지지하는 시민단체연합 등은 이시하라의 밀실, 은폐정치에 반대하는 아사노의 정보공개 행정에 기대하면서 이시하라 타도를 외치고 있다.
22일의 마감일에는 유력후보 4명을 포함해서 총 14명의 후보자가 등록했다. 풍수연구가, 발명가, 스트리트 뮤지션 등 다양한 후보들이 등장했으나 역시 ‘이시하라 대 아사노’의 구도가 예상된다.
전례없는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는 2007년 도지사 선거. 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 미소를 지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