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일제가 조작한 조선의 사진들-연합뉴스(07.08.14)

153

<일제가 조작한 조선의 사진들> 
 
  
 
‘SBS 스페셜’, ‘일제 사진, 그 비밀과 거짓말’ 방송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때론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한 사진은 곧 명징한 진실이 된다. 그런데 이를 악용, 조작된 사진이 총보다도 강한 무기로 둔갑하기도 한다.

‘SBS 스페셜’은 19일 오후 11시5분 ‘일제 사진, 그 비밀과 거짓말’을 통해 일제가 조작한 조선의 사진들을 고발한다.

가슴을 드러낸 채 카메라 앞에 선 조선의 여인,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의 모습, 미개하고 게으른 조선의 남성들…. 100년 전 카메라에 찍힌 이러한 조선의 모습들은 사진엽서로 제작돼 전 세계로 팔려나간다.

프로그램은 “외지인들에게 식민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이들 사진엽서는 일제의 지배가 박애주의적인 선택이었다고 호도한다”고 전한다.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에 의해 제작되고 관리된 사진엽서 중 하나는 기생 엽서였다. 사진 속 조선의 기생은 기예를 갖춘 예술인이 아니라 매춘 관광을 위한 선전도구로 전락했다. 심지어 한반도 지도 전체가 춤을 추는 기생으로 표현된 엽서가 생산되기도 했다.

반명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성이 한복을 입은 조선의 어린이를 ‘보호’하는 듯한 사진도 등장한다.

일본 디지털할리우드대학 디지털콘텐츠학과의 이태문 교수는 “식민 지배의 강제성을 은폐하기 위해 여성의 모성애를 전면에 내세운 ‘보호’를 정치적 시선이라는 장치 속에 포장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봄을 상징하는 화사한 일본 기모노에 비해 겨울을 암시하는 듯한 답답한 한복의 대조, 성숙한 어른과 미숙한 어린이의 대비, 초점을 잃고 망연자실한 듯한 어린이의 표정을 내려다보는 여성의 시선은 한마디로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말해 준다”고 설명했다.

일제는 이와 함께 조선 의병들을 잔혹하게 처형하는 사진들을 공개하기 시작한다. 안중근 의사의 처형 직전의 모습까지 사진엽서로 제작해 판매했다.

프로그램은 “일제에게는 이들 사진을 통해 자신들의 잔혹성이 드러나는 것보다 조선의 의로운 항쟁의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더욱 중요했던 것”이라고 전한다.

이어 “1945년 8월15일 일본의 각 신문들은 천왕의 종전 발표를 듣고 놀라고 슬퍼하는 국민들의 사진을 앞다퉈 내보내기 시작하는데 이 또한 패전에 대한 분노와 굴욕감을 지우기 위해 연출되고 조작된 사진으로 밝혀지고 있다”면서 “일본은 조선뿐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의 모습까지 한 장의 사진으로 왜곡 시켰다”고 밝힌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