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의 처절한 삶 벌써 잊으셨나요
개관 3주년 맞은 ‘민족과 여성 역사관’
‘미국 하원의회 위안부 결의안 통과/캐나다, 필리핀, 호주의회 위안부 결의안 상정/10월 3~7일 미국 LA에서 전 세계 위안부 대회 개최….’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정들이다. 세계인들이 뜨거운 지지와 관심을 보내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작 우리는 관심을 접은 것이 아닐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위안부들의 아픔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자리가 부산서 마련됐다.
전시관-30여점 그림·증언 함께 전시
지난 10일로 개관 3주년을 맞은 민족과 여성 역사관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걸렸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사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진행된 미술 치료 시간에 탄생한 작품들이다.
‘일본 천황을 나무에 묶어두고 총을 쏘는 손”망망대해로 끌려가는 한복입은 처녀들”피를 먹고 화려하게 핀 벚꽃나무’ 등 전시된 그림에는 위안부 할머니 자신들의 한이 서려 있다. 붉고 푸른 느낌의 강렬한 빛깔이 과거의 고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는 생생한 아픔이라는 걸 증명해주는 듯하다.
3주년 개관식에 맞춰 부산을 찾은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관계자는 “할머니들은 지금도 밤마다 소리를 지르며 악몽을 꾸는 일이 다반사이고 방문은 언제나 잠그고 있다”는 말로 할머니들의 상황을 소개했다.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에선 이미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림 전시회를 열었지만 부산에선 처음으로 보여지는 위안부들의 그림이라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의의가 깊다고 덧붙였다.
30여점의 그림 외에도 위안부 100인의 증언록과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 버려진 위안부들 사연, 동티모르의 위안부 사연, 북한 위안부들의 증언들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전시회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림을 전시한 특별전 외에도 상설 전시관에선 위안부들과 관련된 과거 사진과 각종 자료, 영상물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역사관-부산 유치 캠페인 결의 다져
3년 전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김문숙 회장이 사비를 털어 만든 민족과 여성 역사관은 공간이 좁아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외를 뛰어다니며 수집한 자료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3주년 기념 특별전도 계단과 바닥까지 그림을 놓아야 할 정도로 전시 공간이 부족하다.
김 회장은 부산에 제대로 된 위안부 역사관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위안부들이 부산항에서 정든 고국을 떠나야 했기에 부산은 위안부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천안 독립기념관에 위안부 전시관을 짓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전시관은 부산으로 오는 것이 의의가 있다는 것.
3주년 개관 기념식에는 여성단체를 비롯해 시민단체, 인권단체, 학계 등 각계 인사들이 모였으며 이들은 위안부 전시관 유치 캠페인에 함께하겠다는 결의를 했다. 051-758-4161.
◇ 민족과 여성 역사관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회장 김문숙)가 지난 2004년 9월 부산 수영구 수영동에 개관한 일본 위안부 관련 자료관이다. 일제 강점기에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의 모습과 현재까지 이어지는 일본 정부를 향한 투쟁의 기록들이 보관돼 있다. 당시 위안소·위안부들의 모습이 담긴 100여점의 사진, 위안부 문제를 다룬 200여권의 책, 신문기사, 영상물, 위안부 관련 재판 공소장 등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