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연합뉴스(07.10.05)

362

<자본주의맹아론 식민지근대화론에 반격하다> 
 
  
 
역사문제연구소 6일 ‘식민지근대화론비판…’ 학술회의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일본의 식민지배는 조선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는가(식민지근대화론) , 조선 자본주의의 싹을 무참하게 짓밟았는가(자본주의맹아론).

오늘날 역사학계의 가장 격렬한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인 식민지근대화론과 자본주의맹아론의 대치는 다른 논란과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의 논란이 다수인 주류에 소수파 비주류가 이견을 제기하는 형태이지만 식민지기 경제발전에 대한 논란은 소수의 주류에 다수의 비주류가 반론을 제기하는 형세다.

1960년대 자본주의맹아론은 조선의 발달은 답보상태에 있었으며 일본의 도움으로 근대적 발전이 가능했다는 일본 학계의 ‘정체성론’에 대응할 논리로 크게 주목받았다.

현재까지 한국사에 대한 공식적 입장이라 할 수 있는 역사교과서는 분명 자본주의맹아론을 수용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조선후기 경제와 사회상을 다루면서 이양법의 본격적인 도입 등으로 경영형 부농의 수가 증가했으며 화폐경제의 발달로 대규모 자본을 동원한 상인집단 도고가 등장하는 등 자생적 자본주의의 싹이 자라고 있었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자본주의맹아론은 거센 반격에 마주친다. 실증사학자들은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자본주의맹아론이 민족주의적 감정에 치우쳐 실증적 연구는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후기 조선사회가 자생적인 자본주의의 싹을 틔우고 있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일본의 식민지배가 단순히 일방적인 수탈만은 아니었다는 것.

이런 주장이 실증주의 학풍의 맥을 잇는 서울대 출신 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는 점에서 식민지근대화론은 힘있는 비주류로 발전했고 급속히 세를 불려갔다.

2006년 열린 제49회 전국역사학대회에서 자본주의맹아론의 창시자 연세대 김용섭 교수는 ‘한국 역사학의 숨은 신’으로 규정됐다. 절대적 영향을 미친 숨은 신을 비판하고 성역을 깨나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실증사학자들은 “정체성론에 대항하기 위해 탄생한 자본주의맹아론은 이제 사명을 마쳤다”며 “이제 자본주의맹아론을 폐기할 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동안 자본주의맹아론 지지자들의 학문적 대응은 미흡했다. 김용섭 교수 이후 이렇다할 연구자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식민지근대화론의 탄탄한 논리와 구체적인 자료를 반박할 연구성과도 미미했다.

6일 오랜만에 자본주의맹아론이 반격의 깃발을 올린다. 역사문제연구소가 연세대 인문관에서 ‘식민지근대화론 비판과 새로운 역사문제 인식’을 주제로 개최하는 학술대회가 그것이다.

문영주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는 미리 공개한 발표문 ‘경제 성장론 비판’에서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지원으로 2006년 출간된 ‘한국의 경제성장 1910-1945’를 비판한다.

이 책은 일제시기 통계자료를 국민계정 체계에 맞춰 ‘1911-194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7%, 인구증가율은 1.3%였다. 광공업과 전기, 건설업의 성장(연평균 성장률 9%)이 이를 주도했고 서비스업(5%)이 그 뒤를 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성장지표를 바탕으로 식민지기 경제변화를 경제성장률이 인구증가율을 상회하는 ‘근대적 경제성장’으로 파악했다.

문 교수는 국민계정 체계를 기준으로 일제시기 경제변화를 수량화하는 방식의 타당성을 문제 삼는다.

국민계정 체계에 맞추어 추계된 성장지표는 무엇보다 일본인과 조선인의 민족구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식민지경제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민족적 불평등의 정도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

문 교수는 “자본을 축적한 일본인 자본가와 저임금 조선인 노동자의 결합은 높은 성장률의 기본 조건이었다”며 “생산수단 소유의 민족적 불평등은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낳고 이는 다시 생산수단 소유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순환을 반복시켰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이어 “이 책의 성장지표 추계방식은 일제시기 경제변화를 근대적 경제성장으로만 인식하게 해 민족적 불평등의 식민지현실은 사라지고 근대적 시장경제만이 남게 된다”며 “비역사적 보편주의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밖에 정태헌 고려대 교수는 식민지근대화론의 사상적 연원을 정리하며 정병욱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는 ‘인력 개발론 비판’을 통해 서울대 안병직 명예교수의 논문을 비판한다.

또 허영란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생활수준 향상론’을 비판한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