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을 알리는 표석을 두고 철거논란이 일고 있다.
표석 뒷면에 친일 문인인 춘원 이광수의 시 `해운대에서’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구청은 일제시대 친일문예단체에 참여하는 등 친일행적이 있는 춘원 이광수의 시가 해운대 달맞이언덕 동산비에 새겨져 있는 것을 두고 일제의 잔재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철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문제의 표석은 정월대보름 대보름달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달맞이길 해월정 인근에 있는 높이 2m 폭 1.5m 크기로 길이 2m 폭 70㎝의 받침석 위에 올려져 있다.
달맞이 동산비로 불리는 이 표석은 1983년 7월30일 해운대구청이 달맞이 일대를 정비하면서 `달맞이 동산’을 안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지난 7월 한 시민이 지역일간지에 이광수의 시가 새겨진 달맞이 동산비를 철거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고 일부 구의원이 해운대구청에 철거문제를 공식제기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해운대구의회 고창권 의원은 "대표적인 친일시인 이광수의 시비가 달맞이언덕에 있는 것을 알고 담당부서에 수차례 철거 의견을 밝혔음에도 철거를 미루고 있는 것은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즉시 철거하거나 적어도 시를 지워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지역문인단체들도 이광수의 시비가 해운대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왜 가만히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사람들이 친일 잔재에 대해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면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청은 시의 내용이 달맞이 길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 여론도 있다며 철거요구에 고심하는 눈치다.
구청 관계자는 "지명을 알리는 표석의 여백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해운대와 달맞이 길을 가장 잘 표현한시를 채택한 것이지 이광수의 시를 예찬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광수의 친일행적에 대한 검증은 이미 이뤄졌으나 근대문학의 창시자로서 문학적 공헌도로 인해 그의 작품이 현재 고교교과서에 수록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구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철거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벌이는 등 주민들의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0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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