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의 대표적인 전통 공원인 유당공원에 친일파와 폭정을 저지른 관리들을 기리는 공덕비가 그대로 남아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528년 건축돼 5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광양시 유당공원. 풍수를 인위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이른바 ‘풍수설’을 반영한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공원이다.
이러한 전통 공원에 친일파를 기리는 공적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902년 전라남도 관찰사에 임명된 이근호는 을사오적 가운데 한 사람인 이근택의 아우이다.
일제는 한일병합에 공헌한 공을 사 그에게 남작의 지위를 내렸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그를 ‘친일인명사전’수록 예정자에 포함했다.
1902년부터 2년 동안 광양군수를 지낸 조예석도 일제 강점기에 판사를 지내 친일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들을 기리는 공덕비가 백년이 넘도록 유당공원에 버젓이 남아 있다.
이 공원에는 또 동학농민운동 당시 농민군 장군 김개남을 살해하고, 전봉준 장군을 체포해 서울로 압송한 인물인 전라관찰사 이도재를 기리는 비석이 유당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또 1869년 광양현감의 폭정을 못 이겨 일어난 민란을 잘 진압했다며, 조정이 현감 윤영신에게 내린 업적비도 남아 있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친일파나 폭정 관리들을 위한 공덕비가 전국에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용창 연구원은 “구한말에는 의례적으로 마을을 떠난 원님이 큰 탈이 없었으면 공덕비를 세워줬다. 이 때문에 이처럼 친일행적을 보인 인물을 기리는 공덕비는 전국에 수천여 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양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들은 후손들의 눈치를 보느라 이런 공덕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채 우물쭈물 하고만 있다.<노컷뉴스, 07.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