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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과업엔 언제나 난관 있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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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영 소장


 








  정해(丁亥), 황금의 돼지의 해가 저물어가면서 무자(戊子), 쥐의 해
 가  다가선다.  헌 달력을 버리고 새달력을 매단다. 낡은 수첩을 챙겨  넣고 새 수첩에다 새로운 계획들을 기록한다.

  2008년.
  분단 ‘대한민국’ 정부수립 갑년(甲年)이다.

  새해 앞에서 남다른 감회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건 우리 민족문제
 연구소 회원 모두의 소회일 것이다.



따져보면  정부 수립 뒤 우리 국민들은 60번이나  ‘삼일절’과 ‘광복절’을 맞았고, 그때마다 민족의 염원을 담아 순국선열들의 명복을 위해 묵념을 올렸다.  그 결과  우리는 순국 영령들의 소망에 부응하는 민족사를 창출해 왔던가?

  그 해답은 누구나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선열들 그 누구도 우리 민족이 분단되기를 바라지 않았을 테고, 비록 분단되더라도 서로의 불신으로 다투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며, 설사 다투더라도 증오심을 북돋우기를  원하지 않았을 터이다.  다시는 나라와 겨레가 외세에 굴복하거나 의존하여 서로를 물어뜯는개망나니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물며  남북의 대치를 두고서도  모자라 남한  사회 내부에서조차 한낱 물거품 같은 권력을 빙자하여애국선열들의 열망을 욕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자못 죄스럽다.

  싸우면서도 민족사의 부름에 호응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그렇지 못했던 게 지난 60년의 비극이다.

  어째서  자신의 안일과  부귀영달을 위하여 제 나라와 민족을 배신하고 동족을 약탈, 핍박하던 이민족의 편에 섰던 게 죄악이  아니라는  억지를 넘어 민족과 역사의 귀감이 되어 버젓이 각종 기념사업이 실시되어야 할까. 어째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여전히 궁핍 속에서 생계조차 잇기 어려워하는데 저명 친일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겨레의 영원한 사표(師表)’인양 역사 위에 군림해야 하는가.

  ‘단독 정부 정부수립 60년’이 우리에게 남긴 많은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친일인명사전 편찬이 아닐까 한다.  어느 정파, 어떤 이념적 성향, 어떤 신앙과 교육의 차등이나 빈부의 차이에도 관계없이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친일파 청산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미시적으로 관찰하면 일부에서 이에 대한 부당성과 친일이 애국행위였다는 궤변이 없지 않으나 그게 그릇된 것임은 구태여 더 언급할 가치조차 없을 것이다.

  민족사의  치욕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아무리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자랑해도 여전히 정신적으로는 비이성적인 후진국일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바로 이 과업의 실현을 앞두고 있다.

  이런 역사적인 과업에는 언제나 많은 난관이 있기 마련이다. 이 난관을 뚫고 60년 민족의 염원을 실현하는 게 2008년 우리의 임무이다.

  회원 여러분의 행운과 투지를 기원하며  새해에 반드시 민족문제연구소의 숙원을 이룩하는데 힘을 모아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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