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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챙긴 친일후손 ‘한탕’…국가·새 땅주인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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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이순혁
기자


 

 

» 친일파 후손으로부터 경기 포천시 땅을 사들여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인 ㅅ사가 지난해 11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위원들에게 보낸 편지. “해당 토지의 국가귀속 결정을 강행할 경우 위원 개개인을 상대로 법적인 조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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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모르고 샀다면 보호해줘야”
주장 논란
(한겨레신문,
08.01.25)


 

»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환수 관련 소송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가에 환수될 예정이었던 친일파 땅 수십만평을 그 후손이 미리 제3자에게 파는 바람에, 국가와 새 땅주인만 골탕을 먹고 있다. 수백억원의 땅값을 챙긴 친일파 후손은 느긋한 태도다.

땅 매각 ‘논란’=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지난해 1월 일제 병합 당시 후작 작위를 받은 친일파 이해승의 손자 이아무개(69·ㄱ호텔 회장)씨 소유의 경기 포천시 땅 188만5천㎡(57만평)를 환수하기 위해 조사개시 결정과 함께 법원의 매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 땅은 이미 2006년 6월 부동산 개발업체 ㅅ사에 팔린 뒤였다. 2005년 12월 특별법이 시행된 뒤로 친일재산의 매매는 원천무효가 된다. 다만 개별 토지에 대해 매매금지 가처분 등 구체적인 환수 절차가 이뤄지기까지는 시일이 걸리는데, 그 사이 이씨가 땅을 처분한 것이다.

ㅅ사 정아무개(55) 사장은 “땅을 살 당시에는 이 땅이 친일재산인 사실을 몰랐다”며 “땅값만 220억원을 지급했고, 골프장을 짓기 위한 각종 금융비용으로 100억원 가량이 추가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ㅅ사는 급기야 지난해 11월 친일재산조사위 위원들에게 “(국가 귀속) 의결에 참여한 위원님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가능한 모든 법적인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대해 친일재산조사위 장완익 사무처장은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친일 대가로 받은 재산의 소유자가 친일파 후손에서 국가로 바뀐 만큼, 매매 자격이 없는 친일파 후손이 땅을 매각한 것은 원인무효”라며 “ㅅ사는 위원회에 항의하는 대신 이씨를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르면 다음달 이 땅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에 맞서 ㅅ사는 “토지 매각대금을 다 받아 잘 먹고 잘 살아가고 있는 이씨에게 특별법을 적용하라”며 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 계획이다.

친일파 후손은 ‘뒷짐’=이렇듯 양쪽의 대립이 깊어가고 있지만, 정작 문제의 단초를 제공한 이씨는 뒷짐만 지고 있다. 정 사장은 “이씨를 찾아갔더니 ‘어차피 (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낼 텐데 패소하면 그때 220억원을 돌려주겠다’고 하더라”며 “소송이 끝나려면 몇 년은 걸릴 텐데, 그 동안 우리는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는 이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일주일 이상 접촉을 시도했지만, 비서실에서는 계속 “자리에 없다”고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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