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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영전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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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노제-조사


선생님 영전에 올립니다


 


 


조세열 사무총장


 


 






▲ 조사를 하고 있는 조세열 사무총장


 


 


하늘이시여! 어찌 이리 가혹하십니까.
노(老)독립운동가의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보고 싶다”는 마지막 남은 소원마저 외면하십니까.
선생님! 어찌 이리 무정하십니까.가야할 길은 아직도 먼데, 이 어려운 상황 속에 저희들만 남겨놓고 어디로 홀로 떠나가십니까. 선생님을 모신지 15년이 넘는 세월에, 민족문제연구소가 이제야 자리 잡고 민족사를 바로 세우는 큰일을 해보려는 이때,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식입니까.

병석에 계실 때, 저희들이 “선생님께서는 아플 자유도 없는 분이다. 선생님을 따르며 친일청산을 외치는 후진들을 생각하시라”는 말씀을 올렸습니다. 이제 저희들이 어느 누구를 의지하고 어느 누구를 사표로 삼아 나아가겠습니까. 야속함과 슬픔이 뒤섞여 눈물이 앞을 가리고 숨이 막혀옵니다.


 







▲ 연구소 노제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


 


 


돌이켜보면 선생님께서는 의열투쟁에 빛나는 항일 독립투사 이전에 저희들에겐 삶의 지표이자 스승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역사교과서 속의 화석화된 애국지사가 아니라, 항상 현실 속에 발 딛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처절하게 고뇌하고 열정을 다해 실천하는 활동가로 일관하셨습니다. 항일과 반독재 친일청산으로 이어지는 선생님의 투쟁은, 일신의 안녕은 물론 가족의 안위까지 위태롭게 했지만, 평생을 변함없이 진정한 자주독립국가와 조국통일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저희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연구소가 내외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노구를 이끌고 몸소 친일청산의 보루를 지켜낸 그 뜨거운 충정을.

저희들은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이야말로 제 2의 독립군”이라고 외치시던 사자후를.
저희들은 또 기억하고자 합니다. 항상 연구소 식구들을 염려하시던 자애로운 보살핌을.
저희들에게 선생님은 따뜻하고 다정한 할아버지셨습니다. 불편하신 몸을 이끌고, 한 끼라도 배불리 먹이시려고 연구소를 방문하시던 모습을, 영원히 잊지 못하겠습니다.


 







▲ 연구소 외벽에 걸린 추모 만장


 


 


병석에서도 한결같이 연구소를 걱정하시면서, 구급차를 타고라도 연구소로 가겠다고 하시던 그 절절한심정을, 그 누가 모두 헤아리겠습니까. 선생님께는 연구소가 필생의 목표를 담아낼 그릇이었습니다.

이제 선생님께서 멀리 떠나가시지만, 선생님께서 남기신 높은 뜻은 저희 모두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져있습니다.
해야 할 일, 넘어야 할 난관, 무수한 과제가 앞을 가립니다.
선생님! 부족하고 미흡한 후진들이지만 저희들을 믿고 평안히 떠나소서. 그리고 하늘에서나마 저희들을 지켜보시고 용기를 북돋워 주시오소서.

선생님의 유지를 정성을 다해 받들겠습니다.
회원 여러분과 여러 어르신, 동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삼가 엄숙히 맹세합니다.


 


재배
2008년 2월 11일
선생님을 떠나보내는 아침. 엎드려 울면서.


 


 


연구소 상근자를 대표하여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 조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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