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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하의 한국 피한 재일 여성, 60년 만에 고향 제주도로-아사히신문(0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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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하의 한국 피한 재일 여성, 60년 만에 고향 제주도로 
(일본 아사히, 3.29 석간, 18면 중톱)


‘4.3사건’ 위령식 참가


도쿄에 사는 76세의 재일한인 김동일 씨는 31일, 60년 만에 한국의 제주도로 귀향한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된 1948년에 섬에서 일어난 민중 봉기로 고향을 떠난 채였으나 한국에서 과거의 재검토가 진전되어 방문할 결심이 섰다.

도쿄 에도가와 구의 작은 도시락가게에서 김 씨는 주말도 쉬지 않고 가게를 지키고 있다. 계속 고향으로 발길을 향하지 못했던 것은 바빠서 뿐만은 아니었다. ‘다시 괴로운 일을 당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아서다.

1948년 4월 3일에 벌어진 제주도 4.3사건. 학생이었던 김 씨는 아이들에게도 주저 없이 폭행을 가하는 경찰에게 반감을 가지고 산에 숨은 무장대의 전령역할로서 교복 차림으로 섬을 뛰어다녔다. 군이나 경찰의 포위망이 좁아져 산 동굴에 몸을 숨겼다. 눈이 쌓이기 시작할 즈음 산을 내려오다가 경찰에 발견되어, 함께 잡힌 연장자인 여성은 사살되었다. 김 씨도 고문을 받았다. 형무소로 옮겨지면서 섬을 떠났다.

출소 후 한반도 남쪽 목포 숙부 댁에서 신세를 지던 중 1950년 6월에 한국전쟁이 시작되었다. 목포는 수개월 만에 점령자가 남, 북, 남으로 바뀌어 김 씨는 다시 구속되었다. 당시 한국은 독재정권 下. 밀항선으로 조국을 떠났다.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도 고국을 향할 수 없었다.

이윽고 한국에서는 민주화가 진전되었다. 4.3사건도 김대중 대통령 下인 2000년에는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생겨, 2003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도민들에게 사죄했다.

2008년은 사건이 있은 지 60년. 제주도청 등이 4월 3일에 여는 기념할 만한 위령식에 재일한인 관계자들도 초청되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주저했으나 마지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여권을 만들었다. 제주도에서는 어릴 적 소라를 잡았던 바다를 보며 양친의 무덤에 들릴 생각이다. 사건으로 죽은 동료들의 삶의 증거로서 좋아하던 해바라기 꽃의 씨앗을 고향 산에 심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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