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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앞잡이, 미군정 하수인, 독재의 나팔수, 이제 자본의 지킴이가 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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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국재 경기부천지부장


 










윤국재 부천지부장은 1956년판 사회과 교과서인『중등공민 국가생활』의 내용을 분석한 글을 지부누리집에 실었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서 극우시대에 나온 교과서에도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좌파적 내용이 담겨 있음을 소개하고 뉴라이트 등 우익들에게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며 묻고 있다. 교과서포럼의『대안교과서-한국 근·현대사』출간, 대한상공회의소의 교과서 시정 건의 등 우익들의 역사 비틀기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글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편집자 주>


 












 


 


 


반공이 국시인 시대상을 반영한 1950년대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1950년대 중학교 교과서입니다. ‘국가생활’이란 제목으로 봐서 아마 지금의 사회교과서 쯤 되는 것 같습니다. 부산구덕운동장 앞에 주말마다 골동품 장터가 열리는데, 작년에 구경갔다 사둔 책입니다. 그때 5천원을 줬던 것 같습니다. 단기 4289년도인데, 서기로 환산하면 1956년입니다. 전쟁이 끝난 지 3년째 되는 해입니다. 남북이 극단적으로 대치하던 때였습니다.


 







 


역시 교과서 내용이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습니다. * 그런데 비유를 들면서 성서의 내용을 인용한 게 좀 눈에 띕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기독교 신자라서 그런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다 읽었는데 기독교 관련한 인용이 여러 개 있었지만 다른 종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시 공산당 당수 박헌영이 한국이 "그(소련) 연방에 포함되는 것이 좋지 않는가?"라고 한 말을 두고 공산주의자들이 나라를 팔아먹는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민족적 비판을 담은 책에 이승만 독재의 앞잡이 이기붕 씨 칼럼이 실려 있습니다. 바로 그 아래에 조선일보도 보입니다. 이 둘이 책의 준엄함(?)을 흐려놓는군요.

노동자의 권리와 약자의 보호를 역설하는 사회과 교과서

공산주의라면 치를 떠는 걸로 보아 이 책은 분명 우파적, 그것도 극단적인 시각을 담고 있는 책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생각과 달리 이 책엔 좌파적 냄새가 많이 납니다.


 



 


94페이지에 있는 ‘노동자의 보호’ 부분입니다. “노동자 자신들끼리 단결하여 노동조합을 만들어 자본가와의 거래에 있어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라고 노동조합의 의의에 대해서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95페이지에서도 노동자의 “생활이 안정되어야 비로소 산업이 발전하고 국가경제가 확립되고 국가의 전체적 발전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8장 ‘현명한 사회생활’의 한 파트인 ‘사회정책의 개선’에선 약자에 대한 관심이 더 두드러집니다.  “자유경제조직으로 말미암아 큰 자본으로 많은 생산을 하게 되니 적은 자본을 가진 사람, 세민, 농민들은 생업을 유지할 수가 없어 드디어는 가족이 흩어지고 방랑하다가 부랑자가 되고, 또 직장을 가져도 영양부족으로 병이 생기어 자녀 교육을 못 시키므로 불량소년이 생긴다.”


 



 


“그뿐만 아니라 불우한 사람들이 잘 사는 사람을 미워하게 되므로 친화 협력이 파괴되고 국가 전체의 단결을 잃게 되어 국력이 쇠퇴된다. 그러므로 약자와, 불우한 사람을 돕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하여 긴요한 일이다.” “국가기관이 재물의 분배를 공정히 하여 무산자를 보호하고 모든 국민이 안정을 얻게 해야 한다.”


 



 


“또 근로능력의 상실로 자활하지 못하는 사람은 국가에서 보호하고 직공에게 기술을 양성하고 농민에게 농토를 분배한다. 사기업에 있어서도 국가 경제상 필요한 것은 정부에서 원조 또는 통제한다.”

자본의 시대에 자본주의 만세를 부르짖고 있는 그들

자유주의자라는 사람들의 주장에 비추어 본다면 상당히 좌파적인 주장입니다. 아마 이런 말을 오늘날 누군가가 했다면 인터넷 기사 댓글에 좌파적 사고라며 혀 차는 댓글들이 한참 붙었을 겁니다. 그런데 가장 우파적 국가였던 1950년대 대한민국에 이런 좌파적 사고가 만연했다니 좀 놀랍습니다.

대안교과서를 만든다는 뉴라이트는 이 책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좌파들이 득세해서 교과서가 좌편향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가장 우파적 시대였던 50년대가 지금 못지 않은 좌파적 내용을 말하고 있는 걸 어떻게 설명할까요?어렸을 때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정말 재밌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 중 이런 게 있었습니다.

처음 두 사람이 금광을 똑같이 발견했습니다. 힘이 센 사람이 더 많이 더 빨리 금을 가져갑니다. 약한 사람이 간신히 금을 챙겨 삽을 사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힘 센 사람이 이미 포크레인으로 모든 금을 다 쓸어 모으고 있습니다. 힘 약한 사람은 그걸 보고 좌절합니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설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이걸 본 건 전두환 독재 절정기였던 80년대 초이고 이 만화를 그린 이원복 씨는 현재 가장 우파적 신문이라는 조선일보에서 만화를 그리는 분이십니다. 우파적인 이원복 교수는 감히 어떻게 그런 만화를 그릴 생각을 했을까요?

전두환 독재정권은 좌파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만화를 왜 그대로 내버려 두었을까요? 그때는 자본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독재의 시대였습니다. 독재의 시대에 이원복 교수의 만화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독재의 시대에 문제가 되는 것은 독재에 대한 저항입니다. 독재에 순종하는 좌파적 만화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만약 이원복 교수의 만화가 자본의 시대인 오늘날 나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자본에 대한 저항을 자본이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겁니다.지금 걸핏 하면 좌파라고 공격하는 사람들, 그들이 십수 년 전 사라졌던 우파를 복원하기 위해서 그런 걸까요? 자본주의에 대한 이념적 확신에 차 있어 그런 걸까요? 일부는 그렇겠죠.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자본의 시대에 맞춰 철저한 자본주의자가 된 자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그렇잖습니까.

지금 우파라 하는 사람들, 일제의 시대에 일제의 앞잡이가 되고, 미군정의 시대에 미군의 앞잡이가 되고, 독재의 시대엔 독재의 하수인이 되었던 자들입니다. 이제 자본의 시대에 그들은 자본주의 만세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냥 우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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