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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경현 위령비 건립에 대한 우리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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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육군특별공격대원 탁경현과 사천 출신 태평양전쟁 희생자의 위령비인 ‘귀향기원비’가 일본 여배우인 구로다 후쿠미 씨의 노력으로 경상남도 사천군 서포면 하수종말처리장 일원에 건립되어 2008년 5월 10일 제막식을 거행하게 되었다.

탁경현은 일본군의 기록에 의하면 경남 사천 출신으로 교토약학 전문학교를 졸업하였고, 육군비행학교에서 견습사관으로 교육을 받은 후 육군항공부대로 배속되어 출격명령을 하달받고, 당시 24세의 나이로 출격, 1945년 5월 11일 오키나와 해상에서 전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탁경현은 철저한 황민화교육하에서 강요된 ‘지원’에 의해 동원되었으며, 거부할 수 없는 출격명령에 몸부림치다 젊은 나이에 비극적 삶을 마감하였다.

그러나 탁경현은 황민화교육과 침략전쟁의 희생자인 한편, 무고한 오키나와현민이나 연합군의 관점에서는 가해자인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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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본인 구로다 후쿠미 씨가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 탁경현과 사천 출신의 희생자를 위해 위령비를 건립하여 ‘전쟁의 비극과 평화의 존엄함을 차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또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한 탁경현의 유족이 망자를 위로하고 추모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침략전쟁의 동조자 또는 협력자로서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했던 고통스런 지난 세월에 대해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고인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는 유족들의 의사에 무관하게 탁경현이 충량한 황군의 병사로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A급전범과 함께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되어 있으며, 일본의 전쟁영웅으로 현창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우리는 일본 각지의 호국신사에 건립되어 있는 위령비가 가해의 책임을 회피하고 침략전쟁을 해방을 위한 성전으로 미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조선인 특공대원 희생자의 원혼을 위로하고자 하는 선량한 일본시민의 양심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이 같은 선의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지울 수 없다.

일본 수상과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계속되고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이 시정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한국인 전쟁 희생자들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현 시점에서, 이번 위령비 건립의 적절성과 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방한을 계획하고 있는 구로다 후쿠미 씨를 비롯한 방한 인사들과 함께 위령비 건립의 취지, 건립 과정, 유족들의 의사, 추모의식과 내용 등을 진지하게 청취하고, 이를 토대로 한일 시민간의 합의하에서 적절한 의식과 절차를 통해 거행될 수 있도록 5월 10일 예정인 위령비 제막행사를 잠정 연기하기를 희망한다.

또한 탁경현을 비롯한 조선인 특공대원에 대한 진상규명과 역사적 평가를 통해 적절한 방식으로 억울한 원혼을 위로하고 추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마련해 나갈 것을 희망한다.


 


2008. 5. 7.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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