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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코시 근로정신대 소송 항소심 제1차 공판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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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수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책임일꾼)


 


“재판관 여러분. 여러분은 정의에 의거한 판결을 내릴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약자의 편에 서서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원고 나아무개 할머니(80, 경기도 파주)는 이 발언을 끝으로 의견진술을 마쳤다. 지난 5월 28일「후지코시(주)」(본사·도야마현)를 상대로 한 제2차 후지코시 항소심 제1회 구두변론이 나고야 고등재판소 가나자와 지부에서 열렸다. 구두변론에 맞춰 방일한 나아무개 할머니는 23명의 원고와 후지코시 강제연행피해자 1,600 여명을 대표하여 의견진술을 하였다.


 







▲ 재판정까지 행진하는 모습


 


이날 법정에서 할머니는 당시 후지코시 입사식 때 찍은 단체사진을 가리키며, “우측에 길쭉하게 잘려져있는 부분에는 원래 ‘경상북도여자근로정신대’라고 쓰인 깃발이 있었는데 ‘정신대’라고 하면 위안부로 오해받을까봐 사진을 받자마자 그 부분을 잘라냈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당시 많은 여성들이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증언이었다.

나아무개 할머니처럼 어린 나이에 고향과 부모님 곁을 떠나 낯선 곳으로 끌려가 ‘근로정신대’란 미명 아래강제노역을 당하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 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했던 피해자는 해방 60년이 넘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로 오해받을까봐 강제 연행되었던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 한 채, 죄인마냥 오랜 세월 가슴 속 깊이 묻어두고 살아야만 했다.


 







▲ 보고집회에서 사진설명중인 나아무개 할머니


 


하지만, 이 사실을 숨기는 일이야말로 일제의 죄상을 은폐하는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었다. 반성 없는 일본정부에 대한 분노와 살아생전에 권리를 찾고 싶다는 굳건한 의지는, 원고들을 이국에서 벌어지는 생소하고도 험난한 소송의 길에 용기 있게 나서게 하였다.

2003년 4월 1일 도야마지방재판소 제소를 시작으로 기나긴 법정투쟁이 시작됐으며  2007년 9월 19일 청구권 소멸을 이유로 일차 기각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원고들과 후원자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원고들의 평균연령은 78세. 이미 3명의 원고가 사망하였고, 대부분 원고들은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의 결의와 소송지원회 성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은 항소심을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재판이 끝난 후, 열린 보고집회에 각 지역에서 60여명이 모여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할머니의 용기와 신념에 박수를 보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으로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을 다짐했다.

추후 공판은 오는 9월 8일(월)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 용어 해설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일제강점기 전시체제하의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12세 이상 40세 미만의 배우자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근로정신대를 조직하여 군수공장 등 전쟁 수행을 위한 노역에 투입하였다. 관알선·모집·지원, 학교·단체를 통한 선전 등 다양한 형태로 동원이 이뤄졌다. 진학·취업 등을 미끼로 유인한 후  열악한 노동조건 아래 인권유린과 임금착복을 자행한 사실상의 강제노동이었다. ‘노동력 동원’이라는 점에서 강제연행‘일본군위안부’와 차별성을 가진다. 실제 조선에서 여자근로정신대가 언제부터 실시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일제는 이미 실시하고 있던 기왕의 현실을 반영하여 국가총동원법에 기초한 법적근거를 마련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1944년 8월 22일 공포한「여자정신근로령」(칙령 519호)이다.


<후지코시 철재공업주식회사>
2차 대전 당시 군수업체로서 강제연행당한 조선인들을 가혹한 노동에 동원하였던 대표적 기업의 하나이다. 일본 도야마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2005년에는 삼성전자와 로봇생산 기술제휴를 맺기도 하였다. 그 외 강제동원에 책임이 있는 대기업으로 나고야 미쓰비시와 도쿄 마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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