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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악의적 선동’ 책임질 용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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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여인철 기자


 


‘소설’쓰는 이문열이 오랜 시간의 침묵을 깨고 사고를 쳤다. 이번엔 <초한지>를 들고 나타났다. 며칠 전엔 촛불집회에 대해 “위대하지만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이라며 깎아내리더니, 그 반응이 신통찮았다고 느꼈는지 이번엔 함량이 대폭 강화된 고폭탄을 터뜨렸다.

우선은 그가 뭐라 말했는지 알고 시작하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자꾸 떨어지고 있는데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이상한 형태의 여론조사는 솔직히 믿지 않는다. 지금과 같이 이렇게 민의가 왜곡된 상태에서는 플러스마이너스 3% 하는 오차는 믿지 못 하겠고, 적어도 플러스마이너스 10% 이상 오차는 나는 것 같다.”

– 그렇다 하더라도 하여튼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니까 그 원인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이명박 대통령의 성급함, 부주의함, 말과 의욕이 앞서 가는 것이 아마 원인일 것이나, 사회적 여론조작도 많이 개입이 돼있다고 생각한다.

그 구체적 근거는, 의심만 가지고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확실해지는 것 같다. 지금 쇠고기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느닷없이 공영방송 사수라고 하면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음모’라는 말을 쓰는데, 음모라는 말을 어디다 쓰는지도 모르고 쓰고 있다.

또 정부는 당연히 공영방송, 특히 정부의 대변인 역할도 할 수 있는 공영방송 같은 경우에는 정부에 인사권이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나? 그걸 보면서 아, 어디서 가장 강하게 왜곡이 일어난 것인가, 그걸 짐작할 수 있었다.”

–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가 20일까지 시한을 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타도에 들어가겠다 한 게 다 관련돼 있다고 보나?
“그렇다. 불장난을 오래 하다 보면 결국 불에 데게 된다. 너무 촛불장난을 오래 하는 것 같다.”

– 지금 네티즌들의 조중동 광고주에 대한 압력행사에 대해서는?
“범죄행위고 집단 난동으로 본다. 합법적으로 그것도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정부의 아직 시행하지 않은 정책들, 아직도 시행을 미루고 공표한 것은 몇 개 없는데 그걸 전부 꺼내가지고 촛불시위로 연결하는 것은 집단난동이다.

내가 참 마음속에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것 중 하나는 의병이라는 것이 국가가 외적의 침입을 받았을 때뿐 아니라, 내란에 처했을 때도 의병이 일어나는 법이다. 지금 우리가 의병의 개념으로 잡을 수 있는 그런 상태의 어떤 반작용은 전혀 보지 못 했다.

최근의 네티즌들의 행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의병과 같은 성격의 반작용이, 반대여론이 크게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자기 방어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걸 보고 참 걱정스럽게 보았다.”

그러니까, 이문열의 눈에는 촛불집회가 그저 한없이 못마땅한 것이다. 

그의 긴 말을 요약하자면,








– 촛불집회는 촛불장난이다.(나이어린 여학생으로부터, 아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줌마부대에 대학생, 직장인 그리고 중장년에 할아버지까지, 많은 국민이 불장난질이나 하자고 그렇게 오래 세종로, 시청 앞에서 방패에 찍히고 물대포 맞아가면서 촛불을 들었다는 얘기다. 뚝심 대단한 이문열이다.)

– 이명박 지지율 하락은 여론조작의 결과다.(그의 말대로 하면 이명박의 지지율은 0%이거나, 아무리 높아야 20% 수준이다.)

– 공영방송(KBS) 사장 인사권은 정부에게 있으니 군말 말라.(그의 언론관이 의심스럽다.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여태 글을 써왔단 말인가.)

– 조중동 광고주에 대한 압력은 불법행위고 집단난동이다.(조중동이 과거 노무현 정부 때와 지금 어떻게 다르게 보도하고 기사를 쓰는지를 안다면 이렇게 말 할 수 없다.)

– 촛불 든 국민은 내란획책 중이다. 내란에 항거하는 의병운동이 일어나야 할 때다.(그의 여러 발언 중 가장 악의적인 부분이다. 국민무시 ‘싸이코패스 정권’에 대해 주권자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시민집회를 내란이라 보고 있으며, 지금의 군복 입은 보수세력 말고, 다른 보수세력에게 들고 일어날 것을 선동하고 있다.)

“촛불집회는 불장난”, 반촛불 의병 선동하는 이문열
 


나는 이문열과 악연이 있다. 지난 2001년 12월, 부산의 한 독서토론회에서 이문열의 기상천외한 발언이 나왔다. “안티조선은 친북세력이며, 원조가 북한”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로서, 민족문제연구소의 대전지부장으로서 안티조선 운동에 매진 중이었는데 그 발언을 그냥 묵과할 수 없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조선일보의 사실왜곡, 편파보도와 반민족적 행태 등은 그때도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나는 조선일보가 우리 사회의 올바른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 보고 안티조선 운동을 벌였다. 많은 시민들과 지식인도 들고 일어났고, 조선일보 구독거부와 기고거부 운동이 일어났다. 기고거부 운동에는 4차에 걸쳐 1500명 이상의 지식인들이 서명한 바 있다. 

당시의 안티조선 진영에서는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나와 몇 명의 다른 활동가가 안티조선 진영을 대표해 이문열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하였다.

이문열이 그 당시 어떤 말을 했는지 여기서 살펴보는 것도 그의 정신세계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티조선이라는 게 붉은 북쪽의 뭐…결국은 친북세력이라는 거죠. 돌려 말할 것도 없고. 내가 분명히 그랬습니다. 안티조선이 친북세력의 의심이 있다는 거… 사실은 그 이상 더하고 싶었어요. 나는 안티조선의 원조를 북한으로 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제일 먼저 조선일보에 대해서, 그 존재에 대해 걸고 파괴하겠다, 폭파하겠다 한 것이 북한이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98년도 금강산 갈 때 다른 언론사는 다 북한에 갈 수 있었지만, 조선일보하고 KBS는 못 갔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남북평화 회담이 되면서도 북한은 이 두 언론사를 못 오게 했지요. 이 일련의 일들이…그 이상 더 의심을 표하고 싶었는데, 사회자 말씀대로 말을 조심하자고 그 정도로 빙빙 돌려서 말했습니다.”

북쪽의 조선일보에 대한 비난이 남쪽의 안티조선 진영이 친북세력이라는 근거고, 안티조선의 원조가 북한이라는 그의 논리, 기막혔다. 그나마 사회자가 “말씀 좀 조심하라”고 제지했기에 그 정도지 안했으면 아마 ‘빨갱이’ 운운했을 것이다. 그의 멘탈리티를 일부나마 엿볼 수 있지 않은가. 

안티조선은 친북세력이고, 원조가 북한?

이문열은 그보다 몇 달 앞선 7월에 <조선> <동아>에 연이어 두 개의 ‘문제적’ 시론을 발표했다. 먼저 <조선일보>에 실린 “신문 없는 정부 원하나”라는 칼럼에서는 당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정권의 언론탄압인 양 몰아세우고 세무조사를 받는 신문사를 옹호함으로써 ‘곡학아세’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 칼럼으로 인해 실망한 그의 팬들이 소장하고 있는 책을 반환하겠으니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하자 그는 “반송해 주시면 책값은 현행법상 최고의 이율을 붙여 반환하겠습니다. 아울러 부탁하는 바는 어디 가서 내 책 읽었다고 하지 마십시오”라며 빈정거렸다. 분노한 네티즌들이 그의 홈페이지로 몰려가고 책을 대대적으로 반환할 기미가 보이자 그는 마지못해 사과했다.

이 일로 인해 소위 ‘이문열돕기운동본부’라는 단체가 만들어져 책 반환행사가 벌어지고, 사상 유례없는 책 장례식(풍장)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동아일보>에 실린 “홍위병을 떠올리는 이유”라는 칼럼에서는 당시의 진보적 시민단체들을 정권의 홍위병이라 깎아 내렸다. 

“(중략)…요즘의 시민운동에서 이따금씩 홍위병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소수에 의한 다수위장이다. (중략) 비전문적 정치논리에 의지한 전문성 억압도 홍위병식 특징이다. 지난번 낙선운동은 특정한 정치인들만 겨냥했고, 어떤 안티운동은 특정 신문만 대상으로 삼았지만 (중략) 특히 안티운동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공격성과 파괴성도 우리에게 홍위병을 연상시킨다. (중략) 마지막으로 요즘의 이런 저런 시민운동에서 홍위병을 떠올리게 되는 까닭은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자주 그들의 견해가 정부 혹은 정권의 그것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서 정부가 이미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면 따로 시민운동으로 옥상옥을 세울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태연스레 정부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운동을 보게 되면 절로 어떤 이면적인 연계를 억측하게 된다.”

이 시기에 이미 그의 머릿속엔 “소수에 의한 다수위장”이라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었다. 6, 7년 전 칼럼에서 선보인 이 편견이 이번 촛불집회에 대한 시각에도 그대로 투영돼, 수십만이 참여한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민의의 왜곡’이라며 국민 다수의 의사가 아니라고 우기는 것이다. 4천만 국민이 촛불을 들어야 국민 다수의 의견이라 말 할 모양이다.

이 칼럼으로 인해 59개 단체로 이루어진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는 졸지에 정권의 ‘홍위병’이 되었고 그는 그 단체로부터 ‘고소’라는 선물을 받게 되었다.


일그러진 정신세계 … 지독한 편견, 색깔론과 홍위병론

그는 무슨 정치적 사단이 있을 때마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 글을 발표하곤 했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그의 <조선일보> 칼럼이 문제가 되어 벌어진 논쟁에 대해서는 <술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라는 제목의 소설을 2001년 10월 발표한 바 있다. 

그는 그 ‘소설’에서 당시 논쟁의 대상이었던 추미애 의원과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시민단체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을 퍼 부었다. 매사에 그런 식이다. 그는 그렇게 ‘소설’을 개인적인 앙갚음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이다. 다른 소설가들에 대한 모독 아닌가.

2006년 말에 그가 발표한 ‘처형하는 자’라는 뜻의 <호모 엑세쿠탄스>도 마찬가지다. 이문열은 그 ‘소설’을 참여정부와 386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지지세력, 진보언론과 시민단체 등에 대한 노골적 비난으로 가득 채웠다. 

그 일부만 들여다보면, “새로 주군이 된 정권을 위해 파렴치하게 짖어대는 것을 진보로 아는 친여매체”, “민주화 투쟁이란 이름아래 시뻘건 의도를 감추고 대한민국을 밑바탕으로부터 허물고 있는 주사파 수령론의 무리들”, “(탄핵열풍으로) 아마도 386 찌꺼기들이나 홍위병 세력의 요행수 국회진출은 늘겠지만, 그 탄돌이 의원들이 많을수록 오히려 이 정권의 수명을 빨리 갉아먹게 될 걸” 등이다. 이게 과연 소설인가. 

그는 우리 사회에 몇 안 되는 극우 지식인의 한명으로 수구언론의 필요에 의해 ‘길러진’ 인물일 뿐인데, 그의 수준과 행적에 비해 너무 과분한 주목과 대접을 받고 있는 것 아닐까. 

이에 대해 조정래 선생의 말씀을 이문열은 가슴깊이 새기고 또 새겨야 할 것이다. 

“작가는 한 사회의 모순과 비인간적인 것을 주도면밀하게 꿰뚫고 투시해서 좋은 쪽으로 반전시키려 노력하고, 사회불안요소나 동요가 있을 때 그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이지, 그것을 조장하고 불안을 더 확대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다.

작가들은 보다 더 정직하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자기가 보수라고 하더라도 보수 세력의 책동에 대해서 잘못은 잘못이라고 말해야 한다. 나는 스스로를 진보라고 말하지만 민주화세력의 잘못은 냉철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문열은 확실하게 거꾸로 가고 있다. 조정래 선생의 말씀이 맞다면, 이문열은 ‘작가’도 아닐 수 있다.


무모한 선동의 끝, 책임질 용기가 있는가

지난 2002년 안티조선 진영과의 일전 후 그는 스스로도 얘기했듯이 큰 ‘내상’을 입은 듯했다. 그런 그가 화해하자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가 영국으로 가 ‘폭풍의 언덕’에서의 ‘악전고투’ 끝의 ‘절대고독’ 속에서 썼다는 글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내전이 퍼뜩 떠오르고 깊이 억눌러 왔던 내상이 다시 욱신거렸다. 몇 년 전부터 내 이름을 갉아먹고 쏠아대는데 단단히 재미를 붙여온 쥐새끼들, 내 삶 주변에 모여들어 웅웅거리는 쉬파리떼, 내 문학을 헤집고 스멀거리며 돌아다니는 바퀴벌레 무리. 그것들이 떠오르자 그때까지의 내 평온은 산산조각이 났다.”

안티조선 진영의 사람들을 ‘쥐새끼’들, ‘쉬파리’떼, ‘바퀴벌레’ 무리로 묘사하며 그가 쓴 글의 일부다. 그가 받았다는 ‘내상’은 자업자득이다. 어느 누구도 청하지 않은 싸움을 그 스스로 청해서 받은 것일 뿐이다. 그 상처에 혼자 괴로워한 꼴이다.

그리고 다시 지금, 많은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어 있는 촛불집회를 ‘민의의 왜곡’, ‘불장난’, ‘내란’과 같은 언어로 깎아내리려는 이문열을 보면 심성이 뒤틀린 ‘괴물’을 보는 듯하다.

그의 이번 발언은 과거의 어떤 발언보다도 수준 낮고 악의적이다. 게다가 선동적이다. 촛불시위를 내란이라 규정하고 보수 세력에게 의병을 일으키라고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 선동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그 책임은 아마 2002년 무렵 그 자신의 악의적인 발언으로 인해 안티조선 진영과 싸울 때의 고통 이상을 요구할 것이다. 그 당시는 안티조선이 의식이 깨어있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었다면, 지금은 대중이 <조선일보>의 정체를 알아버렸다. 어디 국민 대중과 싸울 힘과 용기가 있다면 계속 해보라.<오마이뉴스, 08.06.18>[※ 여인철 기자는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을 역임한 바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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