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점을 중학 교과서 해설서에 명기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도발을 서슴지 않는 배경에는 우선 일본 사회의 우경화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입으로는 미래지향적 동아시아 관계 구축을 외치면서도 한 번도 진심어린 과거사 반성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일본은 과거 주변국에 끼친 씻을 수 없는 죄과를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야스쿠니신사문제 등에서 나타나듯이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퇴행적 역사인식을 보여 왔다. 나아가 이제 미래세대 교육에까지 비뚤어진 외눈박이 가치관을 주입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이 같은 독선적 패권주의가 동아시아와 세계평화에 대한 위협이자 일본과 일본 국민들을 또다시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 위험한 불장난이 될 것임은 너무나도 자명해 보인다.
독도문제가 한일관계의 아킬레스건임을 모를 리 없는 일본 정부가 교육과정에 영유권 주장을 반영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나선 것은 사실상의 도발행위로 간주되어야 할 만큼 위험한 도박이다. 일본 정부의 망동에는 우리 내부의 잘못도 많다. 외교부처는 지난 시절 내내 앵무새처럼 “독도는 역사ㆍ지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우리 고유의 영토”라는 선언적 주장만 되풀이하여 왔다. 이에 비해 일본정부는 독도의 분쟁지화라는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 지속적이고 계획적으로 영유권 주장 강도를 높여왔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주장이 득세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나타났다. 세계 유수의 지리부도ㆍ학술지ㆍ웹사이트의 독도와 다케시마 표기 비율이 1:4라는 일부 조사결과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외교당국은 소극적이고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하였으며, 거기에다 더해 이명박 정부는 실용외교라는 허울뿐인 미명아래 ‘과거사 불문과 용서’라는 우리 카드부터 보여주는 실속 없는 자세를 드러내고 말았다.
대일외교 특히 과거사 관련 정책에서 역대정권이 온건론을 취할 때 일본 정부는 이를 항상 자국입장 강화의 계기로 역이용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 우리 정부는 실패가 입증된 ‘조용한 외교’ ‘실효적 지배’가 아닌 ‘단호한 외교’ ‘실질적 지배’를 관철시킴으로써 고유 영토에 대한 주권 수호를 확립해 나가야 할 단계에 왔다.
‘실질적 지배’란 침묵함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는 실효적 지배가 아니라 모든 영토 주권의 행사, 즉 독도와 인근해역에 대한 체계적인 대규모 학술조사 등 낮은 단계에서부터 해저자원 시추ㆍ정규군 주둔ㆍ방공포 설치 등에 이르는 높은 단계의 권리 행사를 실행 또는 검토한다는 의미이다. 또 일본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독도문제에 관해 상호주의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행위에 대해 적절하고도 효과적인 대응조처를 행동에 옮김으로써 일본 측의 자제를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비만 넘기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저자세 외교가 초래한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단호하고 실질적이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영토 수호 방안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