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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조각가 작품 광화문에 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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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세종대왕 동상’ 새로 만들기로


 민족문제연구소








▲ 친일조각가 김경승 


서울시는 오는 6월 완공되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 기존 이순신 장군 동상과 나란히 세종대왕 동상을 세울 예정이라고 1월 11일 발표했다. 서울시는 처음에 덕수궁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을 그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반대 의견이 많아 새로 세종대왕 동상을 제작해 설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1월 28일 추가로 발표했다.

서울시가 세종대왕 동상을 새로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 배경으로 현재 덕수궁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이 이순신 장군 동상보다 크기가 작고 형태도 서 있는


모습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다른 앉아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세종대왕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가 대표적인 친일조각가인 김경승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이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고위 공무원이 연구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김경승의 친일행적에 대해 문의한 적이 있다.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이기도 한 김경승(1915~1992)은 친일미술인 단체인 <조선미술가협회>에 가입한 것은 물론 ‘목동’ ‘제4반’ 등 친일성 짙은 작품을 만들었다.


 


이러한 친일 경력 때문에 해방 직후 만들어졌던 <조선미술건설본부>는 일제 잔재 청산을 내걸고 이상범 김은호 김기창 심형구 윤효중 배운성 송정훈 윤희순 등과 함께 김인승·경승 형제를 친일작가로 분류하여 이들의 단체 가입을 불허하기도 했다.

김경승은 해방 후 오히려 승승장구를 거듭한다. 김경승의 대표적인 작품을 나열해 보면 우선 서울 남산공원에 김유신 장군상, 안중근 의사상, 김구 선생상 등이 있다. 그리고 도산공원에 ‘하일 히틀러!’를 외치는 듯한 안창호 선생상, 전북 정읍에 전봉준 장군 동상과 부조물이 있으며 이순신 장군 동상의 경우는 3개나 제작했는데 각각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산 용두산 공원, 통영 남망산 공원 등에 있다.

김경승은 이 밖에 친일인사들의 동상도 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은 고려대 김성수 동상과 이화여대 김활란 동상, 인천 송도중학교의 윤치호 동상이 그것이다. 또한 수유리 4.19국립묘지 수호자상, 4월 학생혁명 기념탑, 육군3사관학교 내 통일상(대구) 등도 그의 대표작이다. 그의 작품 가운데 현재는 볼 수 없는 작품도 있는데 바로 이승만 동상이다. 그 동상은 1960년 4·19 당시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서 철거되었다. 이처럼 김경승은 1953년부터 1977년까지 무려 40여 점을 제작하는 왕성한 활동을 벌이며 이화여대와 홍익대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1982년 은관 문화훈장까지 받았다.

독립투사와 친일파를 함께 기념하는 일도 아이러니지만 애국지사의 동상을 대표적인 친일 미술인이 제작했다는 사실은 몰가치적인 한국사회의 현실을 웅변해주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이에 따라 금명간 각계 전문가로 세종대왕동상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 설치 방안을 논의해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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