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현대사에 있어서 문제는, 항일과 친일의 경계가 모호했던 점이 아니라 친일파가 득세하여 독립운동세력을 거세한, 거꾸로 된 역사적 현실이다.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남의 나라 국부를 모독하기까지 하는가. 간디가 방직기의 효율성을 몰라서 내친 것인가. 제국주의와 그에 협력한 매판자본에 저항하여 손수 물레를 짓는 비폭력 저항운동을 전개한 것일 뿐이다. 무지한 자가 간디를 거론한 저의는 명백하지만 참으로 천박한 역사인식이요 국제적 망신거리가 아닐 수 없다.
또 무엇이 그렇게 모호하단 말인가. 전 재산을 팔고 가문의 명운을 걸고 망명하여 무장 투쟁을 한 독립운동가와, 방적공장을 운영하며 군수품을 제조하고 비행기를 헌납하는 등 일제의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협력한 친일기업인의, 너무나도 대조적인 삶에 대한 가치 판단이 그렇게도 헷갈리는지 되묻고 싶다.
청와대 비서관의 망언은 무능한 독립운동가와 유능한 친일기업인이라는 속내를 담고 있다고 보이는 바, 과정이 어떠해도 돈만 벌면 된다는 이 정권의 현실인식이 그대로 역사에 투영된 것 같아 암담하기만 할 뿐이다.
누가 무조건 친일로 몰아붙이며 역사 갈등을 조장하는가. 왜 공적은 알려도 되지만 과오는 감춰줘야 하는가.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역사 편가르기라면 우리는 앞으로도 그 일에 한 치 소홀함이 없을 것이다.
친일 친독재 망언의 당사자는 나라의 근본을 흔드는 발언에 책임을 져야하며, 정권차원의 천박한 역사왜곡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정권은 유한하고 역사는 영원하다. 일개 정권의 정치적 야욕으로 역사가 오염되고 훼손되어서는 아니 된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