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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치100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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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월 26일 오후 5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W-KICA)와 한·일기독의원연맹 주최로 열린 ‘3·1절 90주년 기념 당면 민족문제 해결을 위한 각계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박한용 연구실장이 발제한 글이다. <편집자 주>


박한용연구실장


 전 세계가 지역협력체를 만들어 지역의 평화와 공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동아시아만이 독자의 지역협력체를 만들고 있지 못하고 있다. 지리적 인접성, 역사적 밀접성, 한자문화의 공유, 비교적 크지 않은 경제 격차, 문화적 상등성 등을 고려하자면 동아시아지역협력체가 지금껏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21세기 동아시아는 여전히 긴장과 갈등의 세계로 남아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으로 빚어진 과거사와 남북 분단에 의해 국제 관계의 복잡성에 근본적으로 기인한다. 특히 일본과 남북한에는 독도를 포함한 일제 식민지 과거사를 둘러 싼 갈등이, 중국과 일본은 남경대학살로 상징되는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청산 문제와 조어도(센가쿠다이) 문제, 일본과 소련의 북방 4개섬 영유권 문제가, 남북한과 중국은 동북아역사공정을 둘러 싼 갈등이 존재한다. 그 대부분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이라는 20세기 전반기의 과거사 문제가 여전히 동아시아 지역의 역사 현안이자 갈등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죽은 과거가 살아있는 현재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







▲ 국회간담회. 사진 오른쪽 끝에 앉은 이는 보추협 이희자 대표 그 옆이 박한용 연구실장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1910년 8월 29일 강제병합 이후  개인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식민지 노예의 삶을 강요당했다.

 일본의 식민지배는 폭력과 강압에 기초한 야만적 지배였으며 반인륜적 범죄행위였다. 일본은 민족우열론에 입각한 약육강식의 논리를 앞세워 민족적 억압과 차별을 정당화했으며,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수탈 그리고 기만적인 동화정책과 폭력을 통해 민족 성원에게 노예의 삶을 강요하고 일체의 인간 권리를 말살했다.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고 독립국가를 수립하려는 일체의 저항운동은 물론 약간의 비판마저도 가차 없는 폭력과 극도의 공포분위기를 통해 뿌리째 뽑아버리려고 했다.

  나아가 제국주의 일본은 중일전쟁 그리고 태평양전쟁과 같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자국의 국민은 물론 일체의 무권리 상태였던 조선인마저 침략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몰았다. 내선일체·동조동근·황국신민을 구실로 내걸고, 기만적 동화정책을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없애고, 침략전쟁을 위해 자원과 물자를 약탈하였으며, 징병·징용·정신대 등의 명목으로 수백 만 명의 한국인을 전쟁 도구로 강제동원했다.

1945년 8월 제국주의 일본은 패망했지만 일본 사회는 과거 제국주의의 위험한 인식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 우익세력은 과거 식민지배의 범죄 행위를 부인할 뿐만 아니라, 침략의 역사를 옹호하며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또한 일본 우익 세력은 역사교과서를 개악하고, 공공 의식에서 히노마루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을 밀어붙인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전쟁을 부인하는 일본헌법 9조를 폐지하고자 한다. 독도영유권 주장을 교과서에까지 실음으로써 과거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는 대신 패권주의로 치닫고 있다.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침략신사에 수상이 직접 참배하여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에 끌려가 억울하게 죽은 한국인을 포함한 수만 명의 동아시아인을 강제로 야스쿠니신사에 합사해 천황의 ‘충신’으로 둔갑시켰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이하는 우리 사회 또한 오늘날까지 일제 식민지 과거 청산은 일소되지 않고 그 상처와 후유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진정한 해방이 아닌 민족분단이라는 불구의 해방을 맞이했다. 분단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에 근본 원인이 있었다. 일제 식민지배가 끼친 인적·물적·정신적 피해 또한 해방 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제국주의 일본의 폭압 속에 학살당하거나 인권을 무참하게 유린당한 선조들의 피해 규모나 사건의 진상은 지금껏 제대로 해명되고 있지 못하다. 징병·징용·정신대·일본군‘위안부’·원폭피해자·한국인BC급전범·시베리아억류자·재일동포와 사할린동포 등 일제의 강제동원정책과 침략전쟁 피해자들의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과 배상 문제의 근본 해결은 요원한 것이다. 일체의 자원과 물자 약탈과 민족말살정책에 따른 정신적 피해 또한 심대하나, 그 실상조차 제대로 해명하고 있지 못하다. 심지어 우리 내부에도 일제 식민지 지배 덕분에 문명개화가 이루어졌다는 식민사관이 부활하고 있는 지경이다.







▲ 국회간담회. 가운데 앉은 이가 박한용 연구실장


  지금도 동아시아는 과거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의 역사를 둘러 싼 갈등을 반복하면서, 과거의 낡은 역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20세기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의 역사적 청산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지 않는 한 동아시아 사회의 평화와 공존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일이 될 뿐이다.

  100년이 지나도록 식민지 과거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끄러운 현실 앞에서, 2010년 경술국치 100년을 앞두고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실천할 것인가.

  먼저 그동안  단체 또는 개인에 의한 개별적이고 고립적인으로 진행되어 온 식민지과거사 청산의 실천을 총괄하고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라는 근원적 책임 위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공동의 해결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각종 피해와 관련한 진상 규명과 사죄 그리고 배·보상과 재발방지 또한 고식적인 처방이 아닌 일제 식민지 범죄의 한 요소로서 명확히 규정된 토대 위에서 근본 해결을 공동으로 도모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내의 과거사 청산 관련 단체와 개인의 역량을 결집한 토대 위에서, 남북해외의 한민족 성원과 유기적으로 연대하여 범민족적으로 식민지 과거사 청산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민족사 공동의 쓰라린 역사를 반성하고 함께 해결하는 노력 위에서 민족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이는 평화통일과 평화공존의 동아시아 미래를 여는 데 일조할 것이다.

  셋째 식민지 과거사 청산은 결코 1민족 1국가 차원에서 해결되어질 수 없는 보편적 성질의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넘어 동아시아 각국의 시민·학계와 연대하여, 식민지 과거사 청산을 통한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지향하는 논리를 개발하고 국제적 연대 운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과 실천의 공유 위에 20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는 부끄러운 과거의 청산-식민주의 청산과 동아시아 평화 공존의 새날을 여는 미래 지향의 역사적 날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 요구에 맞추어 식민지 과거사 청산과 동아시아의 평화공동체 건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 아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1. 일제식민지 강점 과정의 폭력성과 불법성을 명확히 하고 한일 과거사 청산의 근본 출발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라는 근본 범죄에서 비롯하는 것임을 명확히 한다.


예>
일제의 강제병합의 폭력성과 불법적 강점 과정을 명확히 한다.
독도문제는 영토 또는 국제법 이전의 문제임을 명확히 한다.
일제의 침략 전쟁에서 비롯한 강제동원의 피해 또한 전쟁문제 이전에 식민지 지배의 근본 범죄에서 파생된 것임을 확인한다.  


2. 일제 식민지 지배로 빚어진 한국인의 인적·물적·제도적·정신적 피해 실상에 대해 철저하게 사실 규명을 해 식민지 역사의 참상을 제대로 인식하도록 한다.  


예>
일본제국주의의 인적·물적·제도적 정신적 수탈상에 대한 종합조사 보고와 통계 및 주요 사례 집대성해서 보급한다.  


3. 식민지범죄에 대한 진실 규명과 사과·배보상·명예회복·재발방지를 위한 후세 교육 등 원칙 있는 과거사 청산을 실현한다. 특히 민간 차원만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있는 주체로 동참해야 한다.  


예>
학살 진상규명 : 간토대진재조선인학살진상규명과명예회복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 : 징병·징용·정신대 명목으로 끌려간 노동자·군인·군속·일본군‘위안부’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해외한민족 문제 : 재일코리안·사할린동포 등 재외 동포
기타 : 원폭피해자·한국인BC급 전범·시베리아억류자


4. 남북해외 한민족의 공동 참여를 통해 범민족적 식민지 과거청산을 실현하고 민족동질성 회복과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한다.  


예>
남북한 공조에 의한 대일식민지과거청산
국치100년 한민족 공동 선언과 실천 대회
해외 한민족 역사문화네트워크 구축
해외 한민족 역사관·자료관 네트워크 구축  


5. 동아시아 시민과 국제적으로 연대하여 식민지 과거 청산을 통해 민족 억압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동아시아 미래를 여는 공동의 실천의 계기로 발전시킨다.  


예>
시민·학계·정치권이 참여하는 ‘진실과 화해 동아시아위원회’ 등을 구성해 20세기 과거사 청산의 공동 역사 인식과 실천을 통한 과거사 청산과 동아시아 미래상 도출  


6. 21세기 동아시아 주역인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과 국제 네트워크 강화  


예>
청소년용 교육책자의 발간(한일 과거사 청산 안내서 등)
동아시아 청소년 합동 역사기행
동아시아3국 공동 순회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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