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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경시하는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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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식·기획이사


지금 포털에서는 ‘불편한 진실’을 감추려는 긴급조치가 횡행하고 있다. 지난 1일 로이터통신은 “경찰관이 곤봉과 방패를 사용해 노동자들과 학생들을 가격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기사와 사진을 타전했다. 네티즌들이 이 사진을 퍼 나르고, 비판 글을 줄줄이 올리자 포털들은 바로 ‘임시조치’(삭제)에 들어갔다. 대구에 사는 윤희용씨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30일 동안 비공개 처리됐다. 윤씨는 이에 항의하는 공개질의서를 인터넷에 올렸지만 이 글 역시 삭제됐다.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면서 해당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사람은 곤봉을 휘두른 경감급 경찰관이라고 한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도 긴급조치의 피해자다. 이 의원은 지난 달 초 다음 아고라에 ‘국회의원마저 협박하는 00일보의 오만함을 고발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처음에는 ‘조선일보’라고 썼는데 포털측이 이를 임시조치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털측은‘00일보’로 표기한 글도 임시조치 했다. 포털측은 이 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지난 4월 21일 방통심의위는 해당 글이 조선일보의 명예훼손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상회복결정을 내렸다.

법률용어에 ‘무기 대등의 원칙’이 있다. 조선일보는 이 의원의 주장을 반박할 수단도 많고, 강력한 여론형성력도 갖고 있다. 그런데도 포털은 이 의원의  글을 15일 동안 ‘감옥’에 가두어 놓았다. 양자의 진실공방에서 무기 대등이 무시된 셈이다.


공공의 이익, 손쉽게 침해당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피해자’가 포털에 권리구제를 요청하면 포털들은 해당 글을 임시조치할 수 있다. 명예훼손 방지와 저작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도임에 틀림없지만, 포털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공공의 이익’마저 침해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008년 1~7월 사이에 명예훼손 구제신청이 네이버 4만1000여 건, 다음 9500 여건이다. 최문순 의원은 네이버의 삭제율이 95%에 달해 표현의 자유 침해 정도가 심각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나마 삭제율이 낮았던 다음도 요즘은 조금만 말썽이 일어날 것 같으면 임시조치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상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에 관련해서 방통심의위까지 넘어간 민원은 2008년 3월부터 11월까지 8530건이다. 그중에 1100건만이 최종적으로 삭제조치 됐다. 그렇다면 부당하게 30일 동안 감옥살이를 하다 풀려난 7420건에 대한 보상은 누가 책임일 것인가?   

언론매체의 명예훼손 여부를 다루는 언론중재위원회는 정기적으로 결정문 자료집을 내어 누구나 연구__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포털이나 방통심의위는 인터넷 글쓰기를 어떻게 규제__검열하고 있는지 숫자만 밝힐 뿐 그 실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언론인권센터 등 엔지오들은 공동대책기구를 구성하여 공공의 이익을 지킬 목적으로 올린 게시물이 삭제당한 사례를 수집하기로 했다. 포털과 방통심의위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는 한편 ‘정보통신망법’ 44조2항 ‘임시조치’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실상 공개 의무화하도록 하자


인터넷글쓰기에 대한 심의는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며, 과정과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언론중재위 결정문 자료집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포털이나 방통심의위는 심의의 전문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는 한편 구제신청 건수, 삭제율, 피해유형과 사례를 정기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인터넷 글쓰기 문화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주)nhn은 지난해 매출이 1조2081억 원, 당기순이익이 3631억 원이다. 네이버와 다음의 대주주는 재벌총수 부럽지 않은 부자다. 인터넷으로 이만큼 돈을 벌었으면 명예훼손 방지와 표현의 자유 신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고객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포털이 먼저 안하면 법을 만들어서라도 강제해야 한다.<0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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