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일관되게 ‘역사를 직시하는 것만이 미래를 위한 길’임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혀왔다. 친일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청산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요 발언을 소개한다. – 엮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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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
“친일했던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으로 행세, 애국지사와 후손들을 박해”(200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 중에서) |
지금 이 시간, 우리에게는 애국선열에 대한 존경만큼이나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움이 남아있습니다. 광복 예순 돌을 앞둔 지금도 친일의 잔재가 청산되지 못했고, 역사의 진실마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애국선열들이 하나뿐인 목숨까지 내놓고 투쟁했던 그 시간에 민족을 배반하고 식민통치를 앞장서 대변했던 친일행위가 여전히 역사의 뒤안에 묻혀 있습니다. 더욱 부끄러운 일은, 역사의 바른 길을 걸어 온 독립투사와 그 후손들은 광복 후에도 가난과 소외에 시달리고, 오히려 친일했던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으로 행세하면서 애국지사와 후손들을 박해하기도 했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한때는, 친일 인사가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심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은 3대가 가난하고 친일했던 사람은 3대가 떵떵거린다는 뒤집혀진 역사인식을 지금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진상이라도 명확히 밝혀서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제 와서 반민족 친일파를 처벌하고 그들의 기득권을 박탈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올바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역사는 미래를 창조하는 뿌리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정의와 양심이 살아 있는, 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그들이 바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서 59년 전,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분열과 갈등을 걱정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화합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의견이 갈리고 대립이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진실은 합심해서 밝혀야하는 것입니다. 진실이 밝혀져서 부끄러운 일이 있다 해도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밝힐 것은 밝히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합니다. 그 토대 위에서 용서하고 화해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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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로 세워야 민족정기를 세울 수 있다”(2005년 5월 31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 임명장 수여식 후 간담회에서) |
친일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정에서 과거의 상처를 건드리는 아픔이 있겠지만, 역사를 바로 세워야만 우리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민족 공동체를 배반하지 않는 민족정기를 세울 수 있다. 치욕스러운 일제강점 35년의 역사를 청산하는 작업이 참여정부에서야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강대국들과의 경쟁에서 국운을 개척할 20~30년의 시기에 역사를 진실되게 정리해 우리 국민들이 어떤 교훈을 배울 것인지가 우리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가장 긴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진실에 근거해 정통성 있는 역사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미래를 대비한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일본이 잘못된 과거사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공정해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진실에 기초한 역사의 정리가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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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권력 남용해 국민의 생명, 재산을 빼앗아 놓고 큰소리까지 치는 일 없도록 하자”(2005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 중에서) |
우리가 역사에서 물려받은 분열의 상처는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 그리고 독재시대의 억압과 저항의 과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정리와 청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친일의 역사로부터 비롯된 분열과 갈등이 광복 6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도록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방은 되었으나 좌우 대결에 매몰되어 친일세력의 득세를 용납하였고, 그 결과로 친일세력을 단죄하기는커녕 역사의 진실조차 밝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작년에는 우리 국회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을 만들고, 올해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을 만들어서 그동안 미루어 왔던 친일 반민족행위의 진상을 밝히고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독립운동사의 나머지 한 쪽도 밝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일이 제대로 마무리되면 과거 식민지 역사에서 비롯된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정리되는 국면으로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에 관한 특별법’까지 통과되면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이 나라와 민족을 팔아서 치부한 재산을 그 후손들이 누리는 역사의 부조리도 해소될 것입니다.
해방 후, 좌우의 대립과 독재·반독재간의 오랜 대결도 갈등과 대립의 문화를 남겨놓았습니다. 좌우익은 서로를 용납하기 어려운 가치체계를 가지고 테러와 학살까지 일삼았습니다. 독재정권도 도청과 감시, 체포와 투옥, 고문과 협박도 모자라서 마침내는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만들어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자연히 여야의 정치적 대립과 반독재 운동도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 투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여야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와 타협을 변절과 야합으로 생각하는 사고가 우리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관용을 모르는 대결 문화의 잔재일 것입니다. 우리가 이 문화를 극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민주주의 발전은 지체될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적인 잔재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아직도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사건들이 많이 남아 있고, 그에 따라 피해자들의 상처가 치유되지 못했으며 국가의 책임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이 또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을 통해 진상규명과 역사적인 정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잘된 일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이 청산의 과정에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선, 피해당하고 고통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여 진정한 화해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먼저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과, 배상 또는 보상, 그리고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국가권력의 정당성과 신뢰를 회복하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에 대한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로 국가의 도덕성과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국가는 스스로 앞장서서 진상을 밝히고 사과하고, 배상이나 보상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과거사정리기본법에 규정이 있고, 올 연말에 출범할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타당성 있고 형평에 맞는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완하는 법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입법을 할 경우에는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보다 융통성 있는 재심이 가능하도록 해서 억울한 피해자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이에 더해서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범죄, 그리고 이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배상과 보상에 대해서는 민·형사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조정하는 법률도 만들어야 합니다. 더 이상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놓고 나 몰라라 하고 심지어는 큰소리까지 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국가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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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의 걸림돌을 지금껏 넘어서지 못했던 것”(2006년 4월 3일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 추도사 중에서) |
자랑스런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합니다. 또한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받은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입니다. 그랬을 때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확보되고, 그 위에서 우리 국민들이 함께 상생하고 통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과거사 정리 작업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의 걸림돌을 지금껏 넘어서지 못했던 것입니다. 누구를 벌하고, 무엇을 빼앗자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분명하게 밝히고 억울한 누명과 맺힌 한을 풀어 주고,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다짐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통해 우리 국민이 하나가 되는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난날의 역사를 하나하나 매듭지어갈 때 그 매듭은 미래를 향해 내딛는 새로운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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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사과를 뒷받침하는 실천을 보여야”(2006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 중에서) |
지역평화와 협력질서를 위협하는 패권주의를 경계해야 합니다. 과거 동북아의 평화를 깨뜨린 것은 열강들의 패권주의였습니다. 그때마다 한반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고통 받았습니다. 러일전쟁, 청일전쟁도 그 이름과는 달리 열강들이 우리 땅에서 벌인 침략전쟁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동북아에는 지금도 과거의 불안한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헌법개정 논의를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2차대전이 끝난 지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평화헌법 개정 자체를 가지고 시비를 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헌법을 개정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과거에 대하여 진심으로 반성하고, 여러 차례의 사과를 뒷받침하는 실천으로 다시는 과거와 같은 일을 반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독도, 역사교과서, 야스쿠니 신사참배, 그리고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그것입니다. 독일이 오데르-나이세 국경선을 인정한 일과, 최근 프랑스, 폴란드 등 이웃나라와 협의하여 공동으로 역사교과서를 발간한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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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평화를 위해 일본은 역사적 진실을 존중하는 태도 보여야(2007년 3월 1일 3.1절 기념사에서)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해외동포 여러분, 오늘은 3.1운동 여든 여덟 돌입니다. 해마다 이날이 오면 우리는 삼천리 방방곡곡에 물결쳤던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을 되새기게 됩니다. 그날 우리 선조들은 지역과 계층, 종교,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하나가 되었습니다.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일제의 총칼에 맞서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 의지를 세계만방에 떨쳤습니다. 자유·평등·평화라는 인류보편의 대의를 밝혀 약소민족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런 역사입니다. 특히 올해는 일제의 국권침탈에 맞서 일으킨 국채보상운동 100년, 이준 열사가 헤이그에서 일제의 침략상을 알리고 순국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그래서 3·1절의 의미가 더욱 뚜렷한 해입니다. 뜻깊은 이날을 맞아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중략>
국민 여러분, 최근 미국 하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청문회에서는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고난과 박해를 받아야 했던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하늘을 손으로 가리려 해도 일제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일본의 일부 자치단체는 러일전쟁 당시 무력으로 독도를 강탈한 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지난날의 과오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나아가서는 역사를 그릇되게 가르치는 일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과 사이좋은 이웃이 되기를 원합니다. 또 경제, 문화 등에서 이미 단절하기 어려운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제는 양국관계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이바지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사적 진실을 존중하는 태도와 이를 뒷받침하는실천이 필요합니다. 역사교과서, 일본군 위안부,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같은 문제는 성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잘못된 역사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양심과 국제사회에서 보편성을 인정받고 있는 선례를 따라 성의를 다해주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국제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길이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애국선열들께 다소나마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1965년 한일협정 체결과정에서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지금껏 방치되어 온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조사 중에 있습니다. 또한 한일협정 관련 문서를 공개하고 청구권자금 지급이 미진했던 데 대해 국가 차원의 지원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와 재산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실상을 밝히고, 민족과 나라를 팔아 치부한 재산을 그 후손들까지 누리는 역사의 부조리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이 일이 마무리되면 과거 식민지 역사에서 고통 받은 분들의 맺힌 한을 풀고, 역사의 정통성을 바로 세워 정의와 양심이 살아있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의 맥박 속에는 선열들의 드높은 기상과 대동단결의 정신이 고동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읍시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책임 있게 해나갑시다. 그래서 우리 아들딸들에게 자랑스런 내일을 물려줍시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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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8월 15일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한 뒤, 우리 연구소가 서대문형무소 독립공원에서 주최한 ‘친일예술인과 그들의 작품’전을 설명을 들으며 일일이 둘러 봤다. 이 자리에서 노무현 후보는 조문기 이사장으로부터『친일문학론』(임종국 저)을 선물 받았다. 노 후보는 방문 후 조 이사장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근처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독립운동 일화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생활상 등을 화제로 대화를 나누고『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란 자신의 저서 등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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