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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재일동포 여성의 외로운 역사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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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도쿄지회 김향리 회원이 박한용 연구실장에게 보낸 메일이다. 역사 왜곡문제와 관련된 힘겨운 그러나 작은 승리의 기록이다. 김향리 회원이 보내온 메일 내용을 발췌 정리하여 싣는다. – 엮은이


김향리 도쿄지회 회원


안녕하세요. 작년에 이곳에 오셨을 때 잠깐 인사드렸었던 김향리입니다. 그땐 ‘키키’ 라고 인사드렸던 것 같은데…

무지개님(조영숙 도쿄지회 총무의 ID)의 재촉(?)으로 일단 메일을 보내기는 합니다만, 많이 바쁘신 와중에 행여 부담 드리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도 됩니다. 가능한 간략하게 말씀드리고 싶은데, 제가 정리를 잘 못해서…

올해 2월 초에 있었던 일입니다. (날짜도 정확하게 기억 안남) 저는 딸이 둘이고요, 큰 아이는 당시 6학년, 작은 아이는 2학년이었습니다. 둘 다 일본시립초등학교를 다닙니다. 큰 아이가 6학년이 되면서 사회 교과에 역사부분이 들어있어 신경 쓰이기는 했었지만, 교과서를 보고선 적당한 선에서의 관점이라 생각했고 그리고선 잊어 버렸습니다.

1. 졸업을 한달 앞두고 마지막 수업 참관일. 수업 참관이 끝나고 다른 학부모들과 간단한 이야기도 끝날 즈음, 담임이 사회 교과서 이외의 교재를 사용했다면서 이의가 있으신 분은 말해 달라면서 ‘헌법 9조’ 이야기를 슬쩍 건드리고 가기에 좀 의심스럽다 생각했습니다. 아이와 나눴던 독도문제로 담임과 이야기를 하고 가려던 참이어서 다른 학부모들이 돌아간 뒤에 담임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용한 교재를 보여 달라고 해서 봤더니 ‘대동아전쟁론’이 그대로 쓰여 있었고, 왜 이런 걸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담임선생은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뭐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관점을 가르쳐주고 싶어서’라고 하더군요. 저는 제 입장에서 그 교재에 담긴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약 2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담임선생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또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고, 저는 ‘왜 선생이 그런 걸 꼭 교재로 사용하는지 그리고 해도 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하면서 그날은 그렇게 끝냈습니다.








2. 집에 와서 담임선생한테 들은 책이름과 저자를 검색해 봤더니, 제가 너무 몰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책은 고바야시 요시노리의『전쟁론』이라는 책이었습니다.

3. 다음날 다시 학교로 찾아갔습니다. 담임을 만나 그 교재 사용을 중단해주길 요구했더니  이미 그 단락은 수업이  끝난 상태더


군요. ㅎ~ 그렇지만 또 작은 아이가 다니고 있고 해서 결론을 내고 싶은 욕심에 ‘앞으로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하니 자기는 ‘그 책에서 아주 객관적인 부분만 발췌해서 한다’며 ‘거기에서 틀린 부분이 있냐’고 되묻더군요.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성을 못 느꼈고 ‘다른 학부모들한테 이야기 해야겠다’ 했더니 그렇게 해달라는 대답을 듣고 끝냈습니다.

4. 여러 엄마들을 만날 때마다 그 이야기를 했고 다들 같이 분개해 줬지만 같이 뭘 어떻게 하자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한국인인 저만이 아닌 일본인으로서 자기 아이들을 걱정하는 엄마가 나와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엄마가 자기 아이의 공책도 다시 보고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혐한류』라는 책을 선생이 학교에 가져와서 아이들에게 소개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그 엄마는 그 사실에 분개했고 담임에게 편지를 썼다더군요. ‘같은 반에 한국 아이가 있는데 그런 책을 소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이와 부모에게 사죄해야한다’ 그런 내용의.

5. 그 편지는 담임의 손에 의해 교감에게 건네졌고. 교감은 저희 집에 전화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이번 일을 처리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그리고 사흘 뒤에 다시 연락이 와서 학교로 갔습니다. 교감과 담임의 깍듯한 사과를 받았지요. 저는 한국인이라서 사과를 받게 되는지가 궁금했고, 교감은 그런 것이 아니라 시의 교육방침에도 명백하게 위배되는 행동을 한 것이기에 담임은 교육위원회에서 조사도 받고(학교에서 사용한 건 처음이라더군요) 지도도 받았고 야단도 맞았고 앞으로 한번만 더 이런 일이 있을 시에는 짤린다고 그러니 안심하시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이 일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일어난 일만을 간략하게 쓰려했는데 잘 안되네요. 글이 길어졌습니다. 기왕 시작한 이야기이니 좀 더 떠들어도 되겠습니까? ㅎㅎ 저는 아직 이 일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형식상으로는 마무리되었지만. 처음 이 일을 알았을 때 흥분하지 말고, 피해의식 가지지 말고, 상식적으로 대응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와선 이 관점이 옳았는지도 모르겠고, 일 처리도 그렇게 한 것이 옳았는지도 모르겠고, 교감의 사과는 와 닿았지만 담임의 사과는 와 닿지 않았고. 그렇지만 아이를 일본 학교 보내면서 처음 당하는 일이라 이걸 일반화시켜서 너무 문제시하고 싶지는 않고. 여러 가지 복잡



합니다. (그중 다행인 건 큰 아이의 사고방식이 아주 심플해서 아이라 상처받은 부분은 없는 것 같다는 것)

그래서 박한용 실장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가 혹 짚어줘야 할 부분을 지나쳐버린 게 있는 건지, 어떤지. 어디까지나 저는 학부모로서 내 아이가 한국인인 걸 불편하게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길 바라는 게 제일 우선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땅에서 이런 마음들을 같이 나누고 도울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은 게 저의 바람이기도 하고요.

ㅎㅎ 글이 왔다갔다 엉망이지요? 암튼, 이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해설
– 일본 헌법 9조 : 종전 후 일본의 무력 사용 포기와 군대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조항으로 이 때문에 일명 ‘평화헌법 9조’라고도 한다. 따라서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집권세력과 우익들은 개헌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제9조 전문은 다음과 같다.

①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근본 뼈대로 하는 국제평화를 정말 진심으로 원하며, 국권의 움직임으로 시작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적으로 이것을 포기한다.

② 앞 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육해공군 그 외의 전력은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 『전쟁론』: 극우 성향의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는 만화 『전쟁론』에서 침략전쟁을 서구 식민지 지배에서 아시아를 해방하기 위한 성전으로 묘사하고 일본군의 훌륭함이나 특공대를 찬미하는 한편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로 매도하고 있다.

– 『혐한류』: 일본 작가인 야마노 샤린의 만화책으로 2005년 7월 출판됐다. 독도, 한일병탄,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 한국을 비난하는 관점으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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