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왜 한국은 ‘무국적’ 재일조선인 입국을 거부하는가

1455

























지난 6월 5일 우리 연구소는 ‘식민지기 재일조선인 사회의 형성과 단체활동의 전개’을 주제로 한 한일공동심포지엄을 주최했다. 정영환 연구원은 당초 심포지엄의 제4주제인 ‘식민지시기 재일조선인의 사회운동과 민족운동’(발표 김인덕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의 토론자로 참여하기로 했으나 한국 외교통상부의 입국 불허로 결국 심포지엄에는 자신의 토론문만을 보내야했다. 이 같은 사실은『한겨레21』제764호(2009.6.15) “왜 이제 와서 남북 사이 선택을 강요하나”라는 기사로도 소개된 바 있는데, 최근에 정영환 연구원이 자신의 입장을 연구소로 보내와 전문을 게재한다. – 엮은이


 정영환 리츠메이칸대학 코리아연구센터 전임연구원


필자는 지난 6월 5일에 열렸던 국제학술대회 ‘식민지기 재일조선인 사회의 형성과 단체활동의 전개’에 토론자로 참석하기 위해 여행증명서 발급을 신청했다. 이미 2006, 2007년에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입국을 한 일이 있었기에 당연히 발급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결과는 ‘불허’였다. 결국 한국에 입국을 못하고 학술대회에도 참가 못했다. 







▲ 지난 5일 열린 한일공동 심포지엄 “식민지기 재일조선인사회의 형성과 단체활동의 전개”


이건 필자만의 사례가 아니다. 올해에 들어 ‘조선적’ 재일조선인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이 ‘불허’가 되어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하나둘이 아니다. 노무현정권 5년간을 통해서 외교통상부는 1만1819건의 여행증명서를 발급하여 불허사례는 4건에 불과했는데,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후 불허된 경우는-엮은이) 필자가 아는 사례만도 이미 4건을 넘고 있다. 지금 영사관에서 여행증명서 신청시에 이후 국적을 바꿀 의사가 있는지를 밝힐 것을 강요하고 있는데 이런 사실을 이명박정권이 계획적으로 ‘조선적’ 입국불허 처치를 취하고 있다고 추측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입국거부처치는 ‘조선적’ 재일조선인이란 존재에 대한 틀린 인식에 기초한 너무나 잘못된 처사라고 생각한다. 먼저 초보적인 사실을 확인하겠지만 ‘조선적’이란 이북국적을 의미하지는 않다. 일본과 이북사이에는 국교가 없고, 일본정부는 이북의 국적과 여권을 인정 안하고 있기에 일본의 국내법상 이북국적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 일본법상은 재일동포 속에 이북 국적자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조선적’이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조선적’은 국적이 아니고 일본의 법률인 ‘외국인등록법’상의 ‘국적’란에 ‘조선’이라고 표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 뿐이다. 일본 패망 직후의 1947년 5월 2일 일본정부는 재일조선인 대만인 등의 단속과 등록을 위해 ‘외국인등록령’을 제정하였는데 당시 남북정권의 수립이전이었기 때문에 ‘국적’란에는 일괄적으로 ‘조선’이라고 표기되었다. 여기에서의 ‘조선’은 국가가 아니라 지역으로서의 ‘조선’을 의미한다. 이 상태가 해방부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어있는 것이다. 







▲ 한일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그러기에 ‘조선적’ 재일조선인은 사실상 국적을 안가지고 있는 ‘무국적자’이다. 국적이 없기에 여권도 없고 외국에 여행 나갈 때는 일본 법무성이 발행하는 ‘재입국허가증’ 하나만을 가지고 간다. 혹시 무슨 일이 있었을 때에 ‘조선적’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정부도 없다. 즉 ‘조선적’ 재일조선인은 해방이후 60년이 지난 지금도 무국적자로서 ‘일제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건 비유가 아니다. 일제시대, 재일조선인들은 그냥 일본의 ‘관리’대상이기만 했다. 한반도와의 왕래를 할 때에는 여행증명서나 도항증명서의 발급을 받아야 했고, 일제는 간단하게 이를 발급 안했다. 일본은 도항증명서 발급을 조선인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썼던 것이다. 거기에는 한 줌의 ‘권리’도 없고 ‘관리’만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즉각 “왜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데 ‘조선적’을 유지하는가”라는 질문이 날아 올 것 같다. 지나친 냉전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면 “이북을 지지하기에 조선적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을 가질 수도 있다. 아마도 입국 거부하는 외통부의 발상도 이것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면 ‘조선적’자들은 왜 아직도 ‘일제시대’와 마찬가지인 무국적 상태를 살고 있는가. 물론 그 사연은 각각 다르겠지만 그 중 큰 이유의 하나는 남북의 어느 정권을 골라 조국이 분단된 상황을 인정할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 선생님은 ‘조선적을 유지하는 것은 통일을 갈망하니까’라고 말하고 있다. 필자도 김석범씨의 말에 동감한다. 


또한 필자로서는 “왜 한국국적을 취득하지 않는가”는 질문을 던지는 분에 대해서는 “왜 한국국적 취득이 입국의 요건이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예컨데 현행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이하 재외동포법)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대한민국정부 수립 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포함한다)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이하 ’외국국적동포‘라 한다)’를 ‘재외동포’라고 규정하여 그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특별한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이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재외동포’가 한국국적을 갖고 있는지는 이미 현행법상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다만 ‘조선적’자는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가 아니기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 뿐이다. 


오히려 외교통상부 자신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무국적자에 지위에 관한 국제협약’에 기초하여 ‘조선적’ 재일조선인에 여행증명서를 발급하여 왔던 것이 아니었던가. 혹시 외통부가 ‘조선적’이 사실상 무국적자이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북제재로서 입국거부처치를 취하고 있다면 그것은 어디에도 ‘조선적’자를 보호할 정부가 없는 것을 기화로 하여 ‘조선적’자를 대북제재의 희생양으로 모는 너무나 어리석고 비겁한 처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무슨 ‘치안’상 우려될 사건이 있을 때에 조선인의 이동을 규제한다는 것은 조선총독부의 상투수단이었다. 외통부는 이제 총독부 모방을 그만하여 즉각 ‘조선적’ 재일조선인의 입국의 권리를 인정하여야 한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