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는 경술국치 100주년인 2010년을 정리하면서 “일제의 전쟁, 조선인의 삶”이란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일제 식민지시기 가운데서도 가장 억압과 수탈이 심했던 전시체제기(1937-45년), 일제가 어떤 논리로 전쟁 동원을 정당화하였으며 여기에 대응하여 조선인의 일상생활은 어떻게 변모하고 있었는지를 검토한다.
1부에서는 당시 발행된 매일신보와 같은 관제 언론이나 각종 전쟁영화 등을 통해 조선인을 전쟁에 동원하고 죽음을 강요한 논리와 작동 메카니즘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아울러 일제가 당시 인구의 대다수를 점하고 있던 조선 농민들을 어떻게 통제했으며, 이에 대응하는 조선인들은 어떻게 전쟁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 내밀한 사정을 일기를 분석해 재구성한다.
2부에서는 전시체제기 조선인의 경제생활상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이 시기 조선 농민이나 아동들의 영양 상태나 발육 상태 등이 현저히 악화되었음을 각종 조사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나아가 전시 ‘국민생활’이 강요되는 상황 속에서 소비생활이 극도로 위축되었음을 입증한다. 또 ‘전시공채’의 발행 등 식민지의 ‘민’에게 전쟁의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하는 양상과, 그 결과 각종 경제범죄가 급증하는 등 구조적 모순에 직면한 식민지조선의 참담한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이번 학술회의는 민족문제연구소가 경술국치 100년 기획사업으로 4년 동안 추진해 온 ‘일제강점기 피해 종합조사연구’의 1기 사업(2007-2010년)을 결산하는 행사의 하나로서, 내년부터는 5년간의 계획으로 제2기 사업(2011-2015년)에 착수해, 해방 70주년이 되는 2015년에는 조사·연구사업의 성과를 모아 일제강점기 인적·물적·제도적 피해의 전모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방대한 자료집으로 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