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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생활 역사관 건립 의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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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2011-02-22자 인터넷 경향신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원문 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2222115255&code=990101


 


 


  [사설]일제강점기 생활 역사관 건립 의미있다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삶을 온전히 되돌아볼 수 있는 생활사 박물관을 시민의 손으로 세우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는 27일로 창립 20돌을 맞는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는 일제하 민중생활 역사관 건립을 위해 올 상반기 안에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이르면 연내에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7억여원의 시민 모금으로 전문가 150여명의 7년 노력 끝에 <친일인명사전>을 펴낸 저력의 연구소가 역사를 기억함으로써 일제강점기의 과거를 청산하는 새로운 과업을 세운 것이다. 친일사전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진작에 했어야 마땅한 일제하 민중사 복원도 시민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새 역사관은 일제하 민중의 생활상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한다. 항일을 중시한 독립기념관이나 일제의 탄압을 주제로 삼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소가 지금까지 확보한 6만여점의 각종 사료는 ‘항일·친일’의 기존 틀을 벗어나 일제하 식민지 민중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연구소의 말마따나 친일사전이 추상적인 것이었다면 역사관 건립은 구체적인 과거 청산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관이 언제 문을 열 것인가는 시민의 호응에 달렸다. 연구소가 역사관을 위해 마련한 종잣돈은 친일사전 판매 수익금과 각종 기부금 등 모두 8억원 정도라고 한다. 계획대로 서울시내에 300여평 규모의 역사관을 열기 위해선 적어도 20억원을 모금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 청산의 의지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유휴시설을 제공한다면 역사관 개관은 예정보다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도 있다.




일제치하 민중의 생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 한 곳쯤은 진작에 있어야 마땅했다. 오욕의 역사라고 해도 망각하지 않고 진실을 대면할 때만 과거는 청산되고 치유될 수 있다. 역사관은 일제강점기의 청산이 지금 우리의 삶에도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 역사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되새기게 하는 훌륭한 역사 학습장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친일사전 모금 때와 같은 시민정신이 다시금 요구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제라도 역사관 건립에 힘을 보탠다면 다행한 일이다. 일제강점기 민중생활 역사관의 개관 시기가 우리사회의 역사의식을 가늠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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