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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친일파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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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독립운동 92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친일청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친일파라는 가해자보다 독립운동가라는 피해자 중심으로 조명한 역사 교육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우리가 보통 일제 치하의 어두운 역사를 생각할 때는 가족을 버린 채 만주벌판을 달리며 일본군에 저항한 무수한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독립기념관만 해도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고발하고 기록하는
대표적인 역사교육기관이지만 만세 삼창을 부르다 순사에게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은 순국선열들의 모습 등 ‘피해자’들만 전시하고 있다.

이렇듯 일제에 부역하며 같은 민족을 괴롭히던 ‘친일파’라는 또 다른 가해자들의 역사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흐름은 역사
교과서에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는 일제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은 그나마 잘 나타나 있는 편이지만 친일파가 같은 민족에게 저지른 더 악랄한 만행은 찾기가 쉽지 않다.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김민철 박사는 “우리 교과서에는 친일파 이야기는 한두 줄만 들어 있는 실정이고 그 부분마저 강조돼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일반인들의 뇌리 속에 을사오적 같은 대표적인 친일파 말고는 딱히 떠올릴 만한 친일 인물들을 열거하기 쉽지 않은 것은 현행 교과서가 일제시대의 또 다른 가해자인 친일파를 정확히 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사실 친일 인물들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2009년 11월에 펴낸 친일인명사전만 해도 4천389명의 친일 인사들을 수록하고 있다.

18년 동안 3천 종류의 문헌자료를 분석하고 250만명의 인물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 방대한 작업 끝에 나온 결과물이지만 친일인명사전은 4천질 정도만 보급되고 말았을 뿐 국사 교과서에 인용될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반성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역사교육에서 나온 역사의식은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민철 박사는 “과거 친일파의 창궐은 물론 한국전쟁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이나 민주화 운동 시절 각종 의문사 등 그동안 국가 폭력에 의해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며 “이런 역사의식은 결국 국가 권력처럼 거대 권력에 의한 폭력을 은폐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한국사 교과서를 통해 가치관을 형성하지만 승자의 역사를 중심으로 서술하려고 하는 국가에 의해 이 가치관이 망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7일 한나라당과 정부는 국사 교육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92년 전 만세 외침을 기리고 민족의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뒤늦게라도 비뚤어진 역사교육을 바로 잡아 할 시점이다.


2011-03-01 09:26 CBS사회부 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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